예전에는 넷플릭스에서 보통 미국 영화나 드라마를 주로 봤었다. 스페인어를 공부한 이후로부터는 거의 스페인이나 멕시코 작품만 본다. 넷플릭스 추천에 간간이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작품이 뜬다. 모두 스페인어 사용국가지만 나라마다 발음이나 단어 사용이 조금씩 달라서, 아직까지는 가장 알아듣기 쉽다는 스페인과 멕시코 드라마만 보려고 하고 있다.
그동안 스페인어권 영화와 드라마를 수십 편 보면서 느낀 점은 마약과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는 거의 모든 작품에 공통적으로 들어가 있다는 것, 그리고 정말 완전 막장인 드라마가 많다는 것이다. 한국의 막장 드라마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인 것 같다.
그리고 어떤 장르의 드라마든 '욕'이 정말 많이 나온다. 스페인어를 아예 하나도 모르는 사람이라도 스페인 드라마 아무거나 하나 골라서 전 시리즈 다 보면 맛깔나는 스페인어 욕 서너 개는 무조건 외울 수 있다.
아무튼, 드라마를 처음부터 아예 무자막으로 본 적이 없어서 내가 얼마나 알아듣는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장르에 따라 단어의 수준도 천차만별이라 수치로 명확히 말하기는 좀 어려울 것 같다.
보통 드라마로 외국어 공부할 때 흔히 하는 방법으로 처음에는 한국어 자막으로 보고, 두 번째는 해당 외국어 자막으로 보면서 섀도잉 하고, 세 번째는 자막 없이 보는 거다. 이렇게 해보려고 여러 번 시도했었다. 한두 편 하다 보면 '오, 좀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런 방법으로 하는 데는 한편 보는데도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 지루해져서 잠시 다른 새로운 재밌어 보이는 드라마에 한눈을 팔다가 보면... 결국 그냥 드라마만 재밌게 보고 있다.
그리고 아직도 한국어 자막으로 한번 본 뒤 스페인어 자막을 놓고 보다 보면, 포기하기 쉬운 이유가 있다. 내가 눈으로 스페인어 자막을 읽는 속도보다 배우가 대사를 내뱉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특히나 범죄, 액션 장면처럼 말하는 속도도 빠르고, 배경음악이나 주변 소리도 큰 경우는 그냥 마음 편히 작품을 즐기는 게 나을 것 같다. (그래도 짧은 문장은 양심상 한 번씩 따라 읽어보기도 한다.)
게다가 나는 아무리 재밌게 본 영화도 한번 보고 나면, 두 번은 보지 않는 편이라, 봤던 드라마를 또다시 본다는 게 좀 어려운 일인 것 같다. 그래서 좋아하는 영화를 두 번, 세 번, 네 번씩 또 본다는 사람들이 나에게는 좀 신기하다.
혹시나 해서 내가 봤던 드라마를 얘기해 보자면, 멕시코 작품인 꽃들의 집과 스페인 작품인 엘리트는 가장 막장 중 막장드라마이고, 종이의 집, 만약에 말이야, 너는 특별하지 않아, 마드리드 모던 걸, 등등. 넷플릭스에서 심심하지 않게 추천해 준다. 굳이 굳이 스페인어 공부용으로 뽑자면 그나마 Si lo hubiera sabido (문자 그대로 번역하자면 '내가 그걸 미리 알았더라면'이라는 뜻인데, 넷플릭스에는 한국어로 '만약에 말이야'라는 제목으로 올라와 있다)이다. 그냥 일상생활 이야기라서 자막으로 공부하기 좋다. 이 작품으로는 간간이 공부하려고 하고 있다.
그래도 내 경우에는 TED espñol로 강연을 듣거나, Español 팟캐스트를 듣거나, 유튜브 스페인어 학습채널을 듣는 게 나은 것 같다. 영화나 드라마로 공부하는 건 아마도 실력이 더 오른 후에 해야 할 것 같다. 지금 당장은 스페인어 드라마를 보는 이유는 그냥 여가시간 때우기, 재미용이다. 그리고 이따금씩 해석이 한 번에 되는 문장이 훅! 들릴 때의 약간의 뿌듯함을 느끼는 건 덤이다.
물론 해외에서 사는 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겠지만, 최대한 매일 스페인어에 귀를 노출시키려고 하고 있다. (스페인어 팟캐스트를 듣고, 스페인어 드라마&영화를 보고, 스페인어로 일기를 쓰고, 화상 스페인어로 수다 떨고) 그래서인지 밤에 자려고 누워서 눈을 감으면, 드는 생각들을 머릿속에서 스페인어로 바꿔 말해본다. '오? 내가 이런 문장을 스페인어로 만들 줄 알다니?' 혼자 뿌듯해하며 스르르 잠이 드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