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태양을 도는 시간 365일. 그 표면에서 우리는 어지러운 줄도 모른 채 36.5도를 유지하며 살아간다. 이 별은 평균 365일을 유지하려 열심히 태양 주위를 돌고, 이 몸은 평균 36.5도를 유지하려 열심히 피가 돈다. 어떠한 인과 관계가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우연에 불과한 것일까. 어찌 되었건, 이 별과 우리는 항상 그래왔기에 적당하다 느껴지는 일수와 온도를 유지하며 공존하고 있다.
36.5도로 살아간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는 36.5도. 그 온도를 벗어나는 순간, 벗어나는 온도만큼이나 우리의 몸은 살아감에서 멀어진다. 그저 살아가는 우리는 알 수 없으나 우리의 몸은 36.5도를 유지하려 항상 부단히 노력을 하고 있다. 쉼 없이 피를 돌리고, 땀을 내보내며 그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려 애쓴다. 그리고 외부의 자극마저도 그 온도를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시원하거나 따듯하게 느껴진다. 얼지도, 끓지도 않는 온도 36.5. 그런 몸의 온도를 생각하면, 혹시 나 너무 뜨겁게 혹은 너무 차갑게 살진 않았나 싶다. 내가 싫은 것엔 너무 차가웠고, 내가 좋아하는 것엔 너무 뜨겁진 않았는가. 그건 "살아가는 것"이 아닌데 말이다. 그저 상대와 같은 온도로 미적지근한 온도를 유지했어도 됐을 텐데 말이다. 구태여 온도차가 나는 태도로 맞은편에 있는 사람에게 동상이나 화상 따위 같은 상처를 줄 필요는 없을 텐데. 36.5의 적당한 온도로 살아가자는 다짐을 한다. 그 적정한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하자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365일을 살아간다. 벗어나질 못하는 이 별 위에서 내게 주어진 1년의 단위는 삼백육십오다. 더 주어지지도, 덜 주어지지도 않는다. 그저 365일이라는 1년이 주어진다. 물론 그건 고작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한 바퀴 도는 단위에 불과하지만, 어쨌든 1년이라는 그 약속은 무거운 느낌으로 주어지는 것이다. 365일이라는 시간을 외면해 보기도 했고, 늘려보려고도 했다. 시간은 고작 사회가 정한 약속, 그리고 그에 의한 착각이라 생각하지만, 사회에 속한 내가 그렇게 여긴다고 한들 사회가 그것을 인정해 주고 기다려주진 않는다. 이 별을 떠날 수 없다면, 이 별의 규칙을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365일이라는 시간을 살아간다. 외면을 해도, 결국 별은 그 시간을 성실히 지키며 태양을 한 바퀴 돈다. 그렇기에 외면한다고 한들 아닌 것이 되거나 바뀌지는 않는다. 그러니 이제는 나도 365일에 성실히 임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살아가는 것은 그런 것이니까. 아무리 부당하게 느껴지고,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들 내가 바꿀 수 없다면 따라가는 것이 살아가는 것이니까. 그러니 365일을 성실히 살아가기로 한다.
살아감에 필요한 삼과 육과 오. 순서가 바뀌는 일도 없이 그저 그대로다. 우리는 이 별에서 이 몸에 얽매여 삶을 부여받았다. 그 안에서의 삼과 육과 오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부족하지도 않고, 넘치지도 않는. 낮아서도 안 되고, 높아서도 안 되는. 별과 나의, 삼백육십오와 삼십육 점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