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라는 저마다의 원석’
종류와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우린 대부분 불안 속에 살아간다. 눈앞에 펼쳐진 경쟁들과 욕심에, 뒤처질까 두렵고 더 가지지 못해 초조해하는 인간이다. 이런 불안은 적절한 동기부여가 되어 움직이게 하기도 하고, 설렘이 되기도 하여 삶에 또 다른 재미를 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에 잠식되면 허영과 이기심에 나와 내 주변을 천천히 파괴하는 것도 불안이다.
‘언컷 젬스’는 이 불안에 대해 아주 잘 묘사하고 있다. 오프닝 시퀀스를 지나 하워드의 금은방이 등장하며 쏟아지는 등장인물과 쉴 새 없이 주고받는 대사와 조크에 벌써 혼란하다. 동시에 뺨을 맞는 하워드, 즉 불안을 극대화할 수 있는 폭력을 묘사하여 영화의 불친절함은 극에 달한다. 천천히 정보를 입력하여 인물과 인물 간 구도를 파악해야 하는 관객들은 이미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등장인물들 역시 저마다의 불안함을 가지고 있다. 농구선수인 본인을 연기한 ‘케빈 가넷’은 하워드의 오팔이 없으면 경기력에 큰 기복을 보이고, 하워드의 애인인 ‘줄리아’는 본인의 사업과 하워드와의 관계 사이에서 심리적, 물리적 집을 제공하는 하워드의 행동에 크게 흔들린다. 주인공인 ‘하워드’는 가히 불안의 집합체라고 볼 수 있다. 가족, 채무관계, 사업 등 본인을 감싼 모든 것이 하워드를 흔든다.
그러나 이러한 불안은 절대 불편함을 넘지 않는다. 오히려 극을 이끌어가는 가장 주요한 힘으로 하워드가 이 난간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빠른 쇼트로 쌓아 올린 갈등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한 궁금함을 유발하여 극의 흥미를 높이고 반전을 꾀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로 작동한다. 관객에게 불편함을 주게 되면 평가가 매우 엇갈리니 이는 각본과 연출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몇 가지 연출이 훌륭한 신을 꼽자면, 가넷에게 오팔을 판매한 돈으로 다시 도박에 뛰어드는 하워드를 비춘 신이 있다. 허영심에 거짓을 일삼는 하워드지만, 여러모로 도와주지 않는 상황에 온갖 수모를 겪는, 소위 ‘억까’를 당하는 와중에도 에티오피아에서 공수한 귀한 오팔로 이를 타파하고 ‘잘해보려는’ 하워드의 모습은 관객들로 하여금 이 신을 통해 그저 도박과 사기를 쉬이 일삼는 진짜 ‘사기꾼’의 이미지로 추락한다. 한 신을 통해 극의 반 이상을 끌어온 이미지를 반전시키는 연출은 훌륭했다.
또 하나는 바로 엔딩이다. 빠른 쇼트와 대사로 쌓아온 갈등과 불안을 변함없이 속도감 있게 풀어내지만 동시에 몽환적이고 여유로운 배경음악을 배치하여 그 대비감이 주는 허무함이 하워드의 마지막을 더욱 허탈하게 장식해 주었다. 또, 관객들로 하여금 빠른 극의 엔딩에 한 줌의 여유로움을 주며 극적인 효과를 더했다.
‘언컷 젬스’ 속 불안한 인간의 모습들을 보고 있자면, 다시금 얼마나 사람이 불완전한지 상기하게 된다. 미신, 돈, 사람은 물론 본인의 허세에 의존하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만나볼 수 있다. 그러나 건강하게 의지할 수 있는 관계가 된다면 당연한 것이 아닌가 싶다. 사람을 뜻하는 한자 ‘人’은 사람이 서로 기대고 있는 모습을 본떠 만든 것이라 하지 않았나.
인간은 모두 저마다의 빛과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보석이다. 다만, 아직 완전히 제련되지 못해 불완전한 것뿐이다. 우리는 저마다 나를 갈고닦아 제련하고 있지만, 힘이 들어 지칠 때도 있고 가끔은 풀어지고 싶을 때도 있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사람이고 뜻대로 되지 않기에 인간 세상이다. 하지만 다시금 힘을 내어 나를 가공하고 제련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건강한 삶을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되길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