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

‘고도로 의도된 말장난’

by 강치우

박찬욱 감독의 작품은 주제의 날 것 그대로를 보여준다. 당혹스럽고 무서울 만큼. 복수 3부작에선 서슬 퍼런 칼날 같은 복수를 그려 섬뜩하게 만들더니 박쥐와 아가씨에선 금기시되는 관계 속 사랑을 보여주며 관객을 불편하게 했다.


날 것. 그것은 불편하기도 하지만 꽤 짜릿한 희열을 주기도 한다. 우린 사랑을 할 때, 나만 볼 수 있는 상대방의 모습에 더 큰 사랑을 느끼지 않나. 이런 것을 다양한 주제와 접목하여 시네마로 만들어내는 박찬욱은 가히 변태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헤어질 결심’은 ‘마침내’ 박찬욱의 사랑을 해부하기 위한 ‘변태적’ 집착이 극에 달한 작품이다. 어떤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 것도 애절하게 서로를 그리워하는 것도 아닌 형사와 피의자라는 관계 속에서 이뤄지는 불편하게 연결되는 마음과 말장난 같은 대화들에, 관객들은 조마조마하며 둘의 관계를 응원하지도 파멸하길 바라지도 못한 채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바라만 보고 있다.

사랑은 ‘해준’과 ‘서래’가 하는 말에서 모두 표현될 수 있다. 우리는 가끔 사랑을 ‘바다에 버리기’도 하고 ‘깊은 곳에 묻어야 할 때도’ 있으며, 사무치게 사랑을 하며 내가 ‘붕괴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산을 좋아하던 바다를 좋아하던 지혜와 인내를 시험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그저 ‘미결 사건’으로 남아 평생을 가슴에 박고 살아가기도 한다.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피의자와 사랑을 하게 된다는 비교적 단순한 스릴러 로맨스물의 줄거리를 따르면서도 서로 닿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서로를 알아가고 탐닉하는 연출과 아리송한 물음을 남기는 대사들로 애간장 타는 사람의 참 맛을 냈다.


바다인지 산인지 모를 벽지와 개성적 공간, 빛의 삼색이 조화와 파동을 넘나들며 이 사랑의 비현실성과 불편함을 더했고, 추리물에 가까운 음악은 손에 땀을 쥐게 하며, 불편하게 서로를 침투하고 알아가는 두 남녀에게 더욱 몰입하게 한다.

처음 이 작품을 봤을 때 그 묘한 감정을 잊을 수 없다. 두 번 세 번을 다시 보곤 정말 완벽하고 품위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이나 반전에 반전을 더하는 플롯이 있는 작품들도 시네마로 매우 완성도가 있는 작품이나 ‘헤어질 결심’은 ‘말장난’ 같은 대사에 비유의 연속으로 문학적으로 완벽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 박찬욱 감독의 오싹한 변태스러움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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