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조금 유치하게 놀았다
그 당시 5학년 언니들은 소꿉놀이, 지구탈출을 했었고
우리는 술래잡기를 변형해서 자주 다른 방식으로 놀았다
나는 긴 밤 끝에 만난 한 친구와 모래성을 쌓으며 놀았다
모래가 모여있는 구덩이를 자갈이 나올 때까지 팠다
신발에 모래가 들어가는 줄도 모르고
나는 영원히 거기 갇혀있을 줄도 모르고
어쩌면 나는 사람이 좋았던 것 같다
아무나가 아닌 나를 알아주는 사람.
나를 내치지 않는 사람
나를 버리지 않는 사람
다시 가버렸다
모두가 가버려서 나만 다시 이 모래사장에 남아있었다
나와 함께 해줄 사람을 기다리면서
나와 함께 평생을 갇혀있을 사람을
기다리면서
소아 우울증
망각하며 살았던 것 같다
나는 그게 무엇인지도 몰랐으니까
이렇게 자랄 때까지
단어조차 들어보지 못했으니까.
나는 웃음을 잃지 못했던 사람이니까
나는 무기력을 몰랐던 사람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