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성실과 책임감

힘과 마음을 다하는 것은 태도이자 능력이다.

by 아지

마흔 중반이 되어 일을 하게 되면서 "성실하다, 열심히 한다, 책임감이 강하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처음에는 이 말이 인정받는 기분이 들면서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차츰 시간이 흐르면서 이 말이 씁쓸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결혼과 동시에 일을 그만둔 뒤, 두 아이를 키우며 12년간 자칭 '무급 육아 휴직 기간'을 보냈다. 그리고 다시 마음에 작은 불씨가 타오르며 공부를 시작했다. 1년 6개월간의 짧고도 신나는 진짜 공부를 마치고 구직에 성공했다. 1년짜리 계약직이었지만 '장기 경력 단절 여성'에게는 홍해가 갈라지는 기적과도 같은,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었다.


일을 시작하며 내 마음과 생각은 14년의 격차를 받아들이는 기간을 보내야 했다. 14년 전 젊을 적의 나는 재빠르고 재치 있게 일을 해내던 썩 괜찮았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마흔 중반의 나는 조금은 느리고 달라진 세상에 허둥지둥하는 사회 초년생 같은, 같지 않은 중년의 여성이었다. 그래서 열심히 했다. 남편의 지지와 외조를 받으며 열심히 했다. 차츰차츰 주위에서 인정해 주기 시작했고, 나도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그때 주위에서 내 성실함과 책임감을 칭찬해 주곤 했다. 인정 욕구가 강한 나는 가족 이외의 다른 이에게 오랜만에 듣는 칭찬에 기분이 좋았다. 나의 존재감과 가치가 상승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 칭찬이 계속되니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는 성실과 책임감 같은 것 외에는 칭찬할 만한 것이 없는 것은 아닐까? 나를 고용할 만한 나만의 특출하고 특별한 재능은 없으니 태도만 칭찬하는 것은 아닐까? 여기까지 생각이 다다르니 마음 한편이 그늘지기 시작했다.


이런 생각과 마음을 남편에게 털어놓고 난 뒤, 얼마 뒤 나는 생각했다. 하나님이 이 땅에서 살아갈 사람들에게 비록 가짓 수와 크기는 달라도 모두 선물을 줬다고 한다. 그 선물을 잘 다듬고, 가꾸고, 빛내서 이 땅에서의 삶을 살아내라고 말이다. 이 말을 내게 빗대었을 때, 하나님이 내게 주신 선물이 바로 성실함과 책임감이 아닐까 생각했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은 분명 내게 주어진, 나의 특별한 재능이었던 것이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쓸 때, 나의 장점으로 성실함을 쓰자니 너무 평범하고 초라해 보였는데, 이제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책임감이 강하다는 말이 왜 씁쓸하게 들렸는지 최근에 책을 읽으며 깨닫게 되었다. <신앙낱말사전>이라는 어린이 서적인데 믿음은 작은 일에도 정성스럽게 책임을 다한다는 표현이 나왔다. 이 말에서 '정성'이라는 단어에 유독 눈길이 머물렀다. 정성은 마치 내게 주어진 귀한 도자기를 마음을 다해 매일매일 곱게 닦아내는 느낌이 드는 단어였다. 그때 생각했다. 책임감은 힘을 다하는 것이고, 정성은 마음을 다하는 것이라는 것을. 나 일할 때 마음과 힘을 다해 최선을 다했다. 즐겁고 기쁘고 감사해서 자원하는 마음이 있었다. 나의 의무를 다하기 위하는 것보다도 마음이 먼저 앞장섰던 것이다. 그래서 책임감이 강하다는 말이 내게는 아쉬운 표현으로 느껴졌나 보다.


마지막으로 내 주위에 멋져 보이는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깨달은 사실이다. 분명하고 재치 있게 말하는 사람. 어려운 이야기도 정중하게 말하는 사람.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그림으로 표현할 줄 아는 사람. 등등 가진 것이 많아 보이는 사람들을 보며 부러웠다. 그들이 지닌 재능과 능력이 내게 없어 부러워 보였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들이 멋져 보인 것은 그들의 능력 뒤에 숨은 태도에서 드러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태도, 좋은 것을 나눌 줄 아는 태도, 작은 것에도 기뻐하고 감사하는 태도가 그들의 능력으로 나타나 빛나고 있었던 것이다. 람과 환경을 바라보는 시선과 이를 다루는 태도에서 그 사람의 진가가, 또는 밑바탕이 드러나는 것 같다. 그래서 나의 성실함과 책임감은 태도에 기인한 능력이라고 안위하게 되었다.


나 스스로를 먼저 내가 인정하고, 칭찬하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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