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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탐구 1

열사병을 조심해야 한다. 무섭다

by 작가 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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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다. 유튜버, 박가네가 말하기를 일본이 엄청 더워서 열사병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단다.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이 집. 노인들이 '뭐 7월인데 벌써 에어콘이야, 에어콘 바람은 나빠' 하면서, 선풍기로 다다미 방에서 버티다 그만....


한국도 덥다. 기온이 점점 올라가고 있다. 아직은 열사병 걸릴 단계는 아니다. 동남아 여행 기분 내기 위해서 동네 시장 입구에 있는 팟타이, 반미 파는 집으로. 부부가 하는데, 주인 여자가 중국여인. 베트남 식 반미, 태국식 팟타이, 기타 등등을 파는 블루 라오 반미. 왜 라오가 들어갔을까 모르겠지만 나름 반미, 팟타이가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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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텁지근한 바람에 정신이 몽롱해진다. 날씨가 더우면 늘어지는 맛이 있다. 정신이 반쯤 나간 기분. 혼미한 기분 속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느긋하다.


그러나 열사병을 조심해야 한다. 아프리카 잔지바르섬 여행하다가 죽는 줄 알았다. 두달 간의 아프리카 여행 막바지 무렵, 더위와 영양이 모자라서 힘들었는데, 어느날 가슴 깊은 곳이 갈라지는 느낌. 몸이 조각나는 느낌. 구역질이 나고...입으로 토하고, 밑으로 설사를 하고...기가 막혔다. 정신이 어질어질, 토할 것도 없어서 노란 물이 나왔다 간신히 케냐의 나이로비 비행기 표를 끊었다. 공항에 와서도 꼼짝을 못한 채 에어콘도 없는 곳에서, 더운 선풍기 바람을 쐬며 축 늘어져 있었다. 몸 속 깊은 곳에서의 통증과 구역질 때문에 죽을 것 같았다. 이러다 죽겠구나...옛날, 서양 탐험가들이 아프리카 여행 중 풍토병으로 죽는다더니...이런 건가 보다.


그러다 간신히 비행기를 탔는데 에어컨이 나오고 있었다. 시원한 바람에 살 것 같았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쯤, 그러니까 약 30분 정도 에어컨 바람을 쐬고 난 후, 몸이 좀 괜찮은 것 같아서, 팔을 돌려보았다. 어, 어, 어...팔과 가슴이 하나도 안 아픈 것이다. 신기했다. 식욕까지 생겼다. 기내식을 먹었다. 아...살았구나.


나이로비로 오니 영상 17도. 서늘한 기운에 비가 오고 있었다. 허름한 호텔에 짐을 놓고, 근처의 치킨 집으로 가서 생맥주를 마시는데...눈물이 날 것 같았다. 살았구나...살았어.


그만큼 체온이 중요하다. 참을 만 해도, 몸이 덥고 현기증 나면 즉각 에어컨 바람을 쐬어야 한다. 까딱하면 간다. 열사병 무서운 거다. 특히 노인이 될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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