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일상탐구 2

문학상 시상식에 다녀와서

by 작가 지상




어제 금요일날(2025, 7, 4일), 저녁 6시 김종철 문학상, 시학상에 다녀왔다.




사실 나는 문학수첩에서 장편 소설 두권, '무인카페'(2024), '가족인 줄 알았는데 사람이었어'(2025)를 출간했지만,직 '소설가'라는 생각보다는 '은퇴한 여행작가' 라는 기분이 더 들어서, 정체성이 모호한 사람이다.


문학 쪽, 특히 시의 세계를 잘 몰랐던 나는 일촌 김종철 선생을 이전에 몰랐었다. 지금은 작고하셨는데 그분의 뜻을 기리기 위해 이런 문학상, 시학상을 주고 있다. 김종철 선생은 '문학수첩' 대표이셨다.



이번, 2025년에 7회 문학상을 받은 분은 길상호 시인의 '왔다갔다 두 개의'




그리고 특이하게도 이곳은 평론상, 논문상도 주는데 '전승민'의 "가장 음험한 가장-코드의 언어 경제로 보는 시와 소설 그리고 비평의 매트릭스' 가 평론상을 받고, 최희진의 '감상과 감수에 대응하는 감각의 기획 - 이장희 시의 존재적 연구'가 받았다.



나에게는 모든 것이 생소했다. 시도, 시인도, 소설가들도...

다행히 문학수첩 대표님의 배려로 우연하게 합석한 소설가, 시인들이 따스하게 대해 주어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 동네의 돌아가는 분위기도 파악하고, 또 상받는 분들의 이야기도 듣고, 열렬히 박수쳐 주었다. 글쓰는 이들은 대개 내성적이고, 에고이스트가 많은 것으로 아는데 좀 그런 면도 있지만, 일단 알고 나면 따스한 면이 많은 것 같았다. 나도 좀 그런 성향이다 보니, 분위기로 비슷하다고 파악이 되면 또 마음이 쉽게 열린다.


오늘은 어제 안 분들의 책을 도서관에서 우선 빌려왔다. 우선 한 권을 읽었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상을 받은 작품인데 내공이 대단해 보였다.


앞으로 계속 한 작가, 한 작가의 책을 계속 따라가며 읽어야겠다. 어디로 갈지 모르지만, 계속 따라가면서 새로운 것과 접속하고, 제 3의 것을 만드는 것...그 무방향성, 다방향성이 요즘같은 현대의 삶 속에서 역동성을 준다. 복잡한 철학적 논의를 떠나서 우리의 삶 자체가 그렇게 변해버렸다. 그러나 나는 그 역동성 너머에 있는 질서, 조화, 법칙이 또한 궁금하다. 무조건 해체한다고 좋은 것도 아닌 것 같고...그것이 진리도 아니라고 본다. 과학도 거시적인 고전 물리학과 양자 물리학 사이에서 갭이 있다. 정확한 질서, 법칙에 의해 움직이는 거시적인 차원의 고전 물리학, 그리고 관찰자의 시점에서 변하는, 있다가도 없어지는 미시 세계의 양자물리학은 통합되기 힘들다. 그 사이에서 과학계만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사회도 그렇다. 우리 인간 사회 법칙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혼란스럽다. 개인도 그렇다. 우리 삶의 지표가 된 윤리, 도덕, 이념이 다 무너지고, 욕망의 소용돌이 속에서 방향을 잃고 있다.


삶이든, 문학이든, 예술이든...그 중간에서 소용돌이치는 혼란 속에서 고민하는 것을 표현햐는 것 같다. 카뮈나 사르트르의 무신론적 실존주의도 그 혼란 속에서 살아갈 방법을 모색한 것이고, 키에르케고르의 유신론적 실존주의도 그 혼란을 보여주었다. 그후 나온 레비스트로우스의 구조주의 같은 것은, 그 모든 것은 결국 구조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포스트 구조주의, 혹은 포스트 모더니즘에 의해서 허물어진다. 구조주의는 대양에 떠 있는 섬에서만의 일일 뿐, 사실은 대양은 무질서, 카오스의 혼란 속에 있다는 시각.


그래서 우리의 일상, 사회는 그 혼란 속에서 헤매고 있고 (너무 빠른 사회의 변동 속에서 정신을 잃을 지경이고), 그러나 동시에 예전에 우리가 가졌던 고전적인 질서, 법칙, 조화를 그리게 된다. 그것은 분명히 우리 대자연, 우리 사회 속에 있는 거시적 법칙이기도 한다. 그런데 너무도 급격한 혼란 속에서 우린 그런 믿음을 잃어간다.


그렇게 다 간당간당 매달려서 사는 기분.


그 매달린 상황을 보여주건, 어디론가 탈출구를 찾는 것을 보여주건, 작가마다 다를 것 같다. 그러니 계속 공부하고 관찰하겠다는 생각. 그런데 한 사람이 어떻게 그것을 다 하나? 그러니 현재 함께 길을 모색하는 다른 작가들, 시인들의 작품을 본다는 것은 큰 힘이 될 것 같다.


10여년 동안 사회생활을 거의 하지 않고, 방안에만 틀어박혀 살던 사람이라, 어제처럼 큰 행사에 갔다오면 '시굴 영감'이 큰 잔치 집에 가서 과식하고 와 배앓이 하는 것 같은 충격을 안게 된다. (실제로 과식하지는 않았다. 좋은 음식이 있었지만 자제했다. ) 내가 예전에 시간 강사로 대학에서 교양과목을 강의 하고 오면, 밤에 학생들 눈깔 수백 개가 달려드는 것 같은 충격 속에서 잠을 못 이뤄, 늘 술을 마셨던 기억이 있다. 40대였을 때도 그랬었다. 그런데 어제는 그만큼은 아니었다. 큰 행사장이었지만 내가 인사하고, 주로 얘기를 나눈 것은 몇명이었다. 구석에서....그래서 마음이 편했다.


문학수첩에서 등단한 사람들, 만난 사람들이 다 기운이 선해보였다. 예의 바르고...마음 편하고...잘은 모르겠지만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그런 사람들만 뽑은 것은 아닐 테고...(작품 보고 뽑지 인성 보고 뽑는 것은 아닐테니...) 그런데 식당이나 카페에 가도...분위기는 주인 따라 가는데...그런 이치 아닐까?



===================================================================


소설가 지상, 여행작가 이지상의 브런치 스토리입니다.

얼마 전에 '무인 카페, '가족인 줄 알았는데 사람이었어'를 출간했습니다.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46889592




가족인 줄 알았는데, 사람이었어 - 예스24


“우리를 가족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낯선 체온에 몸을 기대는 시간,가족이 아닌 ‘사람’과 함께하는 순간들첫 소설 《무인카페》를 통해 소외된 개인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내 사라져 가는 유대를 회복하고자 했던 지상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 《가족인 줄 알았는데...

www.yes24.com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4587428&start=slayer





가족인 줄 알았는데, 사람이었어 : 알라딘


첫 소설 《무인카페》를 통해 소외된 개인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내 사라져 가는 유대를 회복하고자 했던 지상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 30여 년간 여행작가로 활동하며 장소를 넘어 그곳에 사는 사람과 그들이 ...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6579259



가족인 줄 알았는데, 사람이었어 | 지상 - 교보문고


가족인 줄 알았는데, 사람이었어 | 우리를 가족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낯선 체온에 몸을 기대는 시간, 가족이 아닌 ‘사람’과 함께하는 순간들첫 소설 《무인카페》를 통해 소외된 개인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내 사라……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일상탐구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