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고비다
브런치 스토리에서 '글쓰기 여행'을 발행하고 있다. 그것은 좀 격식을 차리고 쓴다.
그런데 내 마음대로, 아무 때나 발행하는 브런치 스토리는 자유롭게 쓴다. 그래도 일관성을 갖추기 위해 '일상탐구'라는 것을 붙여서 쓴다. 나는 이 브런치 스토리에, 자유롭게 일상에 대해 글쓰는 시간이 즐겁고 달콤하다. 혹은 푸념도 늫어놓는다. 많은 사람이 오지는 않겠지만, 어깨에 힘빼고 소소한 일상을 적는 글이 편안하게 다가갔으면 좋겠다. 가뜩이나 폼잡고, 긴장하고 살아가느라 피곤한데 이런 글까지 그렇게 쓰고 싶지는 않다.
전번 주에 무거운 것을 든 다음, 그래 보았자 생수 열댓병...그거 마켓컬리에서 시킨 것 들여 놓았다가, 아이고...허리가 나갔다. 원래 내 디스크가 안 좋다. 며칠 동안 허리가 아파서 빌빌거렸다. 다행히 일주일 정도 지나가 나았다. 그런데 그저께 왼쪽으로 모로 놓아 누워 잤더니, 왼쪽 팔과 어깻죽지가 시큰거린다. 아...미치겠네. 어제 하루 종일 아팠다. 그런데 어깨 뒤쪽도 아픈 걸 보니 목 디스크도 문제인 것 같다. 원래 목디스크가 시원치 않다. 몇년 전 크게 앓았지만, 조심해서 살다보니 없어졌는데....그저께, 카페에서 노트북을 펴놓고 내려다 보며 글을 썼더니 그런 것 같다.
오늘은 강의가 있는 날인데, 아침부터 아파 죽을 뻔 했다. 할 수 없이 재활의학과에 갔다. 젊고 친절한 젊은 남자 의사는 엑스레이를 보고, 증상 설명을 듣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
"어깨와 팔 부분은 팔을 깔고 자서 그런 것 같고, 등 뒤쪽은 목디스크와 연관되어서 그런 것 같네요. 견딜만 하시면 마사지와 약 처방만 받고, 만약 많이 아프면 주사치료도 하시지요. 선택은 환자분이 하세요."
엑스레이를 보니 디스크가 형편없이 무너져 내려 있다.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목을 늘 빳빳하게 세우면서 살고, 모니터를 높이 설치해놓고 글을 써서 한동안 괜찮았는데, 그만 며칠 전에 노트북을 내려 놓고 썼더니 이 지경이다. 오늘 강의가 있는 날이므로 급해서 주사 치료를 받기로 했다. 목 주변에 주사를 맞고, 어깨에도 주사를 맞았다. mri 화면을 보면서 주사를 놓는데, 석회질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뭐 이정도는...하지만... 앞으로 운동하실 때 팔, 어깨를 많이 돌리지 마세요."
그러고 보니 나의 체조 방법을 바꿔야겠다. 주사를 맞기는 맞았는데 뭘 맞았는지도 모르는 채 맞았다. 나, 참...아마 진통제이겠지. 내가 이렇다니까....맛사지를 하고, 약처방을 받고 나왔다. 오후쯤 되니 다행히 아픔이 조금씩 가셨다.
서울시민 대학 낙성대 역 근처의 '다시 가는 캠퍼스'에서 글쓰기 강의를 하기 전에, 조금 일찍 근처에 가서 노트북을 펴놓고 글을 썼다.
아, 이러면 안되는데...집에서 모니터를 높이 올려놓고 위를 쳐다보면서 쳐야 되는데...또 그런다. 그런데 글이 솟구치면 어쩔 수 없다. 허겁지겁 받아써야 한다. 신 들린 사람처럼...
전번에 계속 써오던 단편 소설 마무리 짓고, 며칠 만에 또 다른 단편 소설 초고, 뚝딱. 그리고 오늘부터는 새로운 단편 시작. 사람들이 보면 날림으로 마구 써대는 줄 알겠지만 그렇지는 않다. 늘 머릿속에 갖고 있던 생각들이 튀어나온 것이다. 단편 소설은 장편 소설과 달리, 또 어디 발표하는 것은, 공을 들여야 한다. 문학적인 분위기를 살려야 한다........ 근데 나는 내 하고싶은 대로 무데뽀로 한다. 중요한 것은 뭐가 내려 앉을 때 빨리 받아써야 한다는 것. 내 성격이 그렇다. 그 순간이 지나가고 나면 사라진다. 그걸 알기에 허겁지겁 썼는데 어차피 초고는 두고두고 다듬어야 한다. 쓰면서 느낀다. 내가 점점 여행기 세계에서 소설 세계로 급속하게 진입하고 있다는 것을...사람과...글이...변하고 있다. 새로운 세계로 들어간다는 것은 모험과도 같다. 이 나이에 모험을 한다는 것이 나를 정신 차리게 한다...그런데 이 시기가 지나고 나면, 또 조용해질 것이다. 한동안 안 쓸 수도 있다. 글쓰기 스타일도 성격 따라 간다.......그런데, 그러니까 건강이 상하는 거다.
두번 째 강의다. 2시간 동안 강의를 했다. 다들 열심히 들어주셔서 고마웠다.
집에 오는 길, 약 기운 때문인지 몸이 축 가라앉는다. 하루 종일 비가 오다말다 한다. 몸의 중요성, 취약성을 뼈저리게 느끼는 요즘이다. 아무리 좋은 말 하고, 글 써도, 이렇게 어깨, 가슴이 아프면 만사가 힘들고 우울하다. 아픔이 심하니 속도 울렁거리고 미식거렸다. 정신이 휭 돌았다.
왜 동네에 재활의학과, 정형외과, 마취 통증 의학과가 많은지 알겠다. 나이 들면 온갖 병이 달려드는데 관절, 어깨, 족저근막염등...온갖 병들이 나타난다. 오래간만에 통화한 지인도 몇개월 동안 목디스크로 인한, 등, 어깨 통증 때문에 아주 힘들었다고 한다. 이제 만 60을 넘은 사람이다. 누구나 다 겪는 거다. 그래도 이런 아픔은 중병, 불치 병에 비하면 양반이다. 하지만 아프면, 아픈 것은 똑같다. 우울해진다. 다행이, 심한 통증이 가시니 지금은 살만하다.
한참 때는 몰라도 50대, 60대 되면 푸석푸석해진 몸이 이쪽저쪽에서 무너진다. 주변 후배들에게 가끔 충고를 했었다. 내가 아픈 과정을 겪었으니까...그러나 별로 심각하게 듣지 않는 것 같았다. 컴퓨터 모니터 높게 설치해, 너무 오래 앉아 있지말고 계속 움직여...너무 열심히 살지마...그런 다고 결과가 항상 좋은 것은 아니야. 글도 그래...너무 열심히 쓰면, 글이 너무 퍽퍽해져...그나마 그런 말을 해줄 후배도 점점 사라졌다. 그리고 있다 해도, 요즘은 다 자기 잘난 맛에 사니, 남에게 훈수 둘 필요 없다.
이제부터는 독고다이로 간다. 세상일에 대해 훈수 둘 필요 없다. 다 자신이 당하면서 알게 되는 거지. 나도 그랬으니까. 나도 남 훈수 두다가, 정작 내가 이런 꼴이 되어버렸다.
어쨌든 아무리 쓰고 싶은 글이 솟구쳐도, 이제 양을 줄여야 한다. 그래도 이런 지적 활동이야 말로,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한다. 큰 욕심, 큰 희망이라면 미리 좌절하겠지만 작은 욕심, 작은 희망이라서 붙잡고 산다. 히는 만큼만 하며 살다가...차차 사라지는 것인데, 좀 아프지나 말았으면 좋겠다.
요즘 하루의 가장 큰 낙은 아침에 아내가 출근한 후, 창문을 활짝 열고, 누워서 한 시간 정도 새소리 듣는 것이다. 비둘기 소리, 까마귀 소리...거기에 빗소리... 지금도 비가 온다. 바람도 서늘하고 빗소리도 정겹다.
몸이 아프지 말아야 하는데...그런데 몸이 다는 아니다.
마음이 헝클어지면 그것도 괴롭다...그런데 마음이 다는 아니다.
나같은 세속인은 다 중요하다.
거기도 돈이 중요하다. 그러나 돈이 다가 아니다.
그렇다고 정신 승리만이 다가 아니다.
개인의 삶이 중요하다. 그러나 그게 다는 아니다.
사회도 중요하다. 그러나 또 그게 다는 아니다.
그럼 다가 뭐지?......아, 살아갈수록 피곤한게 삶이고 세상이다.
세속적인 사람들은 셀프 케어할 것이 너무 많아.
참 사는게, 힘들어 죽겠구나.
가만히 놓아두어도 죽어가는데... 만날 죽겠구나, 죽겠구나...하면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