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장편 소설, '가족인 줄 알았는데 사람이었어'가 나왔다.
나의 첫 책인 여행기 '길없는 길 실크로드'가 나온 때가 벌써 32년 전이다. 첫 책이 나올 때의 감흥은 잊을 수가 없다. 믿어지지 않을 정도. 그 시절에는 책 한권 내는 것이 정말 힘들었고 특별한 사람들이나 내는 줄 알았다.
그뒤 여행작가 이지상의 이름으로 여행기, 에세이를 26권 내고, (공저와 리메이크가 7권 이던가...나머지는 다 새로운 작품이다.), 이제 소설가 '지상'의 이름으로 작년에 '무인카페'를, 올해는 '가족인줄 알았는데 사람이었어'를 냈다. 그러니까 전체적으로 28권 째다. 그만큼 나는 이 출판 시장의 변화를 어느 정도 알고, 그 어려움을 안다.
또 책 한권 내는 것이 예전같은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뭐라할까 약간의 기쁨과 함께 외로움, 쓸쓸함이 달려든다. 그러니까 막막한 길을 혼자서 걸어가는데, 소수의 독자들이 멀리서 응원하기는 하는데 희미하게 들려오는 기분. 있기는 있는데 많지 않고, 그저 스쳐지나가는 쓸쓸함...그러면서도, 그럴수록 고마운 느낌이 든다. 그래서 또 걸어간다.
나는 여행기를 내는 세월 속에서도 인맥이나 학맥 없이...아니 있어도 기대지 않고...무작정 내 혼자 힘으로 부딪쳐 가면서 헤쳐나왔다. 그래서 책 한권 낼 때마다 언제나 힘들었다. 쓰는 게 힘든 것이 아니라 출판사 찾는 것이 힘들었다. 사람들은 내가 책을 많이 냈으니까, 인맥으로 수월하게 책을 내는 줄 알겠지만 나는 책 한 권 낼 때마다 출판사 편집자, 혹은 편집자 회의를 통해서 늘 평가를 받았다. 글도 글이지만, 시장성을 늘 보았다. 여행기 시장은 원래 그렇다. 그래서 거절도 숱하게 당했다. 내 여행기들이 좀 시류와 안 맞는 부분이 있어서....그렇게 나는 단련을 했다.
소설도 마찬가지다. 그런 이야기 나중에 후일담으로 할 기회가 올지도 모르지만, 그냥 부딪치면서 전진했다. 그 과정에서 만난 출판사, 문학수첩은 나에게 축복과도 같았다. 해리포터를 번역한 출판사에서 내 소설을 내게 되다니...감개무량했다. 언젠가 해리포터 같은 작품을 써야 하는데...나는 나이가 너무 들었고 ㅎㅎㅎ...
나는 언제나 초보자로서 시도를 했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다. 늘 한 권, 한 권, 시장에서 살아 남아야 하고 독자들에게 선택받고, 사랑받아야 내가 계속 쓸 수 있다는 절박함이 있다. 30여년 동안 내가 겪었기 때문이다.
소설가들은, 들리는 얘기로는 인맥, 선배, 후배...문단...기자들...그런 관계 속에서 평가해주고, 인정해주고, 알려주고...때로는 비판하고...그런 것으로 안다. 나는 그것을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는다. 이 힘든 시대에 그러면서 버텨나가는 것이니까.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고, 또 원하지도 않는다. 다만, 대중, 독자들 상대로 쓸 뿐이고, 그들로부터 인정받고, 많이 팔려야 내가 이제 얼마남지 않은 여생 동안, 글쓸 힘이 난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출판사, 나, 독자들...그 생각만 하고, 걸어갈 뿐이다.
그런데 두가지 마음이 공존한다. 하나는 축하를 많이 받고, 열심히 홍보하고자 하는 마음.
또 하나는 약간만 알리고, 다시 묵묵히 다음 작품을 쓰고 싶은 마음. 세상과 멀리 한 채.
첫 번째 소설 '무인 카페'를 냈을 때는 첫 번째 마음이었다. 그런데 두번 째 소설 '가족인줄 알았는데 사람이었어'를 내고 나니 두 번째 마음이 든다. 이유는? 내가 첫 번째를 겪어 보았으니까...사실, 어차피, 아는 분들, 공감하는 분들만 공감하시고, 사주시고, 읽어주시니까...그런 분들은 한두 번만 이야기 해도 호응해주신다. 그러나, 그외의 사람들은 아무리 홍보하고, 알려도...뭐, 내 혼자 북치고, 장구치는 것 같아서 머쓱한 거다. 어차피 책 안읽는 세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서 공감 보시해주고, 책은 안 읽는 세태(소설 속에서도 이런 것 표현되어 있다.)
또 책이란 것은, 특히 소설은 자신과 맞아야 읽는 거지, 관심, 흥미 없는데 읽을 수도 없는 거다. 그런 상황에서 자꾸 책 홍보하면 보는 사람은 짜증 날 수도 있다. 그걸 내가 너무 잘 아는데, 너무 이야기 할 필요가 없는 거다. 그래서 조금만 알리고, 숨어버리자.... 그냥...이심전심으로 통하는 분들만 텔레파시로 오가면 되지...그런 마음이었다.
그런데...이 팔리지도 않는 시대에, 초보 소설가, 나이든 작가의 책을 내준 출판사에게 미안한 거다. 출판사들 얼마나 힘든가. 출판사에서는 인스타그램에 작품 소개하고, 어떻게든 알리려고 노력하는데 작가가 게으르게, '난 몰라여' 하면서 고고한 척 하는 것이 미안한 거다.
이 책의 여자 주인공 지혜는 중견 소설가다. 나는 그녀에게 빙의해서 내 이야기를 했었는데...거기서 힘든 삷 앞에서, 방향 잃고 방황하는 그녀는 어느 벼락, 천둥이 치는 날 외친다.
"뭐라도 하자!"
그러면서 카페 알바를 뛰게 된다. 생존의 위험 앞에서...무력감에 빠진 게으른 자기를 탓하면서...'뭐라도 하자!' 그말은 곧 나의 말이기도 하다. 또한 남자 주인공, 작가 지망생 지훈 역시 죽어라 글을 쓴다. 삶의 경계선에서 아슬아슬하게, 편의점 알바를 하면서,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한다면서...글을 쓴다.
두 주인공은 나의 분신이다. 남녀로 다르지만...그래서 그들의 독백 속에는 나의 삶과 가치관이 스며들어 있다. 여자 주인공의 포르투갈 여행도 실감나고 남자의 태국 여행도 실감난다...여행기 스타일은 아니지만...그러나 중심은 우리의 일상, 삶, 생존, 관계, 외로움, 가족에 대한 실망감, 1인 핵개인의 쓸쓸함,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이다..가족은 하늘에서 떨어진 것인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으며 상처를 받고, 동시에 반성한다. 가족은...가건물 같은 것, 그리고 사람은 결국 이기적인 동물...그러나 그 안에 사랑이 깃들면 천사도 되고...그걸 깨달아가면서, 혼자 살아도, 외로워도, 힘들어도, 사랑을 찾아가며 극복하는 이야기다. 거기에 깊은 철학, 사회학적인 이야기도 있다. 헤테로토피아, 우리 옆에 있는 다른세계를 찾아가는 모습. 사랑이 있으면 그게 보인다는 메시지다. 헤테로토피아는 유토피아처럼 존재하지 않는 이상향이 아니라, 바로 옆에 존재하는 '다른 세계'다. 자세한 이야기는 소설을 보면 나온다. 나는 당분간 그 세계를 찾아가는 과정을 소설로 계속 추구할 것이다.
문학수첩에서 인스타그램으로 책 소개를 했다. 나도 백만년 만에 인스타그램에 들어가서 팔로우를 하고 댓글도 달았다. 인스타그램은 내가 하지 않고 있는데, 홍보를 위해서 당분간 하기로 했다. (인스타그램을 하시는 분들은 거기에 공감을 누르시거나 댓글을 달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리고 나는 책에 내 사진을 올리지 않았다.
"아니, 뭐...나이든 사람 사진 올리면, 좋을 것 없어요." 라면서 사양했었다. 그렇다고 내가 숨는 사람은 아니다. 그동안 사회 활동하면서 내 사진 많이 나갔었다. 그런데 다 젊을 때였다. 30대부터 50대 중반 정도.
지금도 블로그에는 내 사진을 어쩌다 올리지만 옛날 사진들이고, 또 그것은 인쇄된 것이 아니기에 언제나 삭제가 가능하다. 그러나 일단 프린트가 되면 나는 빼도 박도 못한다. 박제가 되는 거다. 머리 허연 나이든 모습. 그래서 피했다.
그런데 자기 다 드러내놓고 홍보하는 시대에 이런 모습도 별로 좋은 것은 아니다. 내가 생존하기 위해서는....소설에도 나오지만, 생존이란 얼마나 기가 막힌 우리의 모습인가? 그래서, 나도 얼굴 있는 작가로서 사진을 공개한다. 딘. 40대 중반의 모습. ㅎㅎ....소설 주인공 지훈이 40대 중후반이니까. 그래서 인도 여행 중 찍었던 좀 젊은 모습을 이 블로그에 올린다.
초췌한 모습이지만, 나는 인도 여행 중 이러고 다닐 때가 가장 행복했었다. 내가 죽을 때쯤 이런 시절을 떠올릴 것만 같다. 그 자유롭고, 세상을 말아먹을 것처럼 돌아다니던 그 시절. 그러나 삶으로 돌아오니 기다리는 것은 사방이 함정인 황무지...여행보다 삶이 힘든 거더라..... 낭만만 생각하다가는 함정에 떨어지고...그러면서 나는 박박 기며 세상을 배웠다. 앞으로 내 소설 속에는 여행의 낭만 못지 않게, 그 팍팍한 삶의 실상을 보여주면서, 그것을 이겨나가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여행기에 담지 못하는 더 속깊은 이야기들, 세계관, 가치관들이 펼쳐질 것이다.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을 때가 50대 중후반이었다. 이쪽저쪽이 아팠고, 삶이 뻔해보였고, 다 헛짓을 한 것 같아고, 후회되는 일이 너무도 많아서 잠 못 이루고...그러나, 회개하고, 반성하고, 노력하면서 전진하니...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이제 다가오는 병, 죽음 앞에서도 더 용감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근데 생각해보니 안 힘들었을 때가 없었다. 난 유년시절, 더 어렸을 때부터, 어쩌면 어머니 뱃속에 있었을 때부터 불행한 기억이 너무도 많다. 그리고 10대, 20대, 30대, 40대...... 젠장 편한 시절이 어디 있었던가? )
그런데 앞으로 행복해지고 싶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것처럼, 먼지가 되어 자유롭게, 또 용감하게 살아갈테니까. 가슴 속에 사랑 가득 담기만 하면, 어디서 무엇을 하든, 사람은 다 기쁨 속에 살 수 있다는 것을 믿게 되었다. 사랑이 없으면, 어딜 가든 지옥이고.
지훈과 지혜와 고아 유진은 그렇게 헤테로토피아를 찾아간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이기도 하다.
https://www.instagram.com/p/DKL6QPBy2o3/
Instagram의 문학수첩님 :
"#신간안내 "우리를 가족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첫 소설 ⟪무인카페⟫를 통해 소외된 개인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내 사라져 가는 유대를 회복하고자 했던 지상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 ⟪가족인 줄 알았는데, 사람이었어⟫가 출간되었습니다!
� � 아픈 형에게 간을 이식해 주고자 수술을 결심한 지훈, 그러나 형과 달리 자신에게는 수술을 만류해 줄 누군가가 없음을 깨닫게 되고, 가족이라고 믿었던 '형네' 가족과 자신 사이에 있는 거리를 발견하게 됩니다. 아버지와 함께 살다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언니네' 가족과 유산을 나누게 된 지혜 역시 같은 간극을 실감하게 되는데요. 가족이지만 이해에 따라 부딪칠 수밖에 없는 현실. 자신의 자리가 어디인지 고민하던 그들은 가족이란 이름에 가려졌던 개인들의 특별함을 매만지게 되면서 가족이란 말보다 느슨하지만 솔직한 이름으로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30여 년간 여행작가로 활동하며 장소를 넘어 그곳에 사는 사람과 그들이 이루는 관계까지 관심을 넓혀온 저자는, 이번 작품을 통해 흩어지는 개인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다정한 이름'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가족인 줄 알았는데, 사람이었어⟫가 포착해 내는 가장 환한 순간은 가족의 관계가 복원되는 그런 감동적인 장면이 아닙니다. '가족'이라는 단어 속에 더 이상 담기지 않는 사람들, 혼자 밥을 먹는 것이 당연해진 순간들 사이에서 낯선 체온이 뜻밖의 위로로 다가오는 장면들이 페이지 곳곳에 반짝이고 있습니다.
� 작가는 가족이라는 말이 무력해지는 오늘날, 단어의 위상을 되찾고자 노력하는 대신 여전히 관계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서로를 향한 이해와 책임의 말들이 닳아서 희미해지는 풍경을 담담히 응시하고, 인정하면서도 그 자리에서 손을 내밀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아 꾸준히 헤매는데요. 사람과 사람이 마주하는 순간 반짝이거나 일그러지는 감정들을 찬찬히 그려내면서, 고립 속에서도 이어지려는 유대의 끈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는 것. 그렇게 작가는 피를 나누지 않아도 곁을 지키는 마음과 제도 밖에서 태어나는 다정함을 조용히 증명해 내고 있습니다. ✨ 가족이 아닌 '사람'과 함께하는 순간들. ⟪가족인 줄 알았는데, 사람이었어⟫를 통해 아직 우리가 서로의 곁에 머물 수 있다는 믿음을, 그리하여 스며들 뜻밖의 온기를 발견할 수 있길 바랍니다. #문학수첩 #가족인줄알았는데사람이었어 #지상 #장편소설 #한국문학" www.instagr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