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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쓰기의 재미와 신기한 힘

'가족인 줄 알았는데 사람이었어'를 쓰면서 느낀 것들

by 작가 지상


책이 나온 후, 내 책을 내가 다 읽었다. 아내도 읽었다. 아내에게는 책 내용을 하나도 말하지 않았기에 처음 보는 것이다. 아내는 원래 칭찬을 잘 안 해주는데 이번에는 뜻밖에 칭찬을 했다.(나는 내책을 읽고 언제나, 좋아한다. 좀 웃기기는 하지만..나르시시즘이라고나 할까...ㅎㅎ) 전번의 작품 '무인카페'보다 더 깊고, 메시지도 있고, 줄치고 싶은 부분도 많았다고 했다. 일단은 통과다.


물론, 이책을 독자들이 많이 찾느냐, 아닌가는 다른 이야기다. 그건 내가 알 수 없다. 늦은 나이에 소설을 쓰는 초보자로서 나는 앞으로 쓰고 싶은 것은 많지만, 독자들이 어떻게 판단하는가는 도대체 오리무중이다.


원래 문학 작품은 독자들과 직접 접하기도 하지만, 문단 사람들, 평론가들, 기자들이 다루어주면서, 스포트 라이트를 받아야, 독자들은 그것을 길잡이 삼아서 많이 찾게 된다. 그 스포트 라이트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많이 차이가 난다. 똑같은 작품도 그런 과정을 겪으면 뭔가 있어 보이게 된다. 물론, 나는 전혀 그런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문학수첩'이란 출판사의 홍보 활동과 내 개인 블로그에 스스로 홍보할 수밖에 없다. 시장이나 광장에서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는 기분...사실, 작가는 책 내고, 뒤에 물러 앉아 점잖 빼고 있을 때 폼이 나는 거다. 스스로 북치고, 장구치면...좀 그렇지...하지만 나는 그동안 수많은 여행기를 내면서 그렇게 해왔기에 별로 새삼스럽지도 않다.


나는 첫 장편 소설 '무인 카페'가 나왔을 때는 홍보겸, 혹은 내가 '처음으로 소설을 썼어요'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책을 좀 돌렸었다. 고맙게도 사서 보겠다는 분들도 있어서 주지 못하기도 했지만, 그때는 '첫 소설'이다 보니 신고식처럼 그랬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 (그때 어떤 분은 10권씩이나 사서 주변에 돌렸다는데 고맙지만 너무 미안해서 이제 책을 주기도 미안하고 나왔다는 소식도 따로 알리지 않았다. 인연이 되서 알게 되면 되는 것이고...그래야 서로 부담이 없는 거다.)


요즘 세상에 '흥미 안 가지는 사람들'에게 책 선물은 선물이 아니라 '부담스러운' 것이 되어버린다. 무슨 독후감이나, 홍보를 부탁하는 부담감을 주기도 하고, 자칫하면 잘난 체 하는 것같은 느낌을 줄 수도 있다. 그리고 나도 저자 증정본 10권을 가족들에게 주고 나면, 내가 새로 사서 돌리는 거니, 돈이 들어간다. 사람들은 책이 나오면 내가 마음대로 엿장수처럼 책을 돌리는 줄 아는데 ㅎㅎ....전혀 그렇지 않다. 작가도 사서 줘야 한다.


예전에, 20여년 전에, 어떤 연세 드신 교수님의 강의를 들었는데, 나에게 책 나왔으면 좀 돌리라고 그랬다. 그때, 그런가 하고 교보에 가서 몇권을 사서 수강생들에게 돌린 적이 있었는데, 하나도 고마워하지 않더라는 것. 나중에 알고보니, 그 교수님은 책을 내고 나면 인세를 책으로 받기에, 집에 책이 쌓여 있으니까, 막 돌렸나보다. 그런데 나처럼 상업 출판사에서 낸 여행기는 책 한권, 한권이 다 돈이다. 정말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내 돈을 들여서라도 주고싶은데, 관심도 없는 사람들에게 책을 무슨 떡 돌리듯이 줄 수는 없는 일.


언제부턴가 나는 내 책을 주어도 사인 잘 안 해준다. 그거, 니중에 버릴려면 사람들이 고민할 것이다. 나 역시 남이 사인해준 책 버릴려면 미안하다. 그런데 버려야 한다. 이제 나이 들어가니, 짐을 줄여야 하고, 결국 다 버려야 한다. 그런데 사인을 보면 참, 미안해진다. 그래서 책이 나오면 이런데 홍보는 종종 하지만 일상으로 오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다음 작품을 쓴다.


물론, 고맙게 받고, 정성스럽게 읽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건 순전히 자신의 관심사, 흥미, 취향이 맞을 때만 그렇다. 여행기는 그래도 어느 나라에 대한 이야기니까,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소설'은 철저히 작가 자신의 주관적인 세계다. 그걸 '읽으라고' 강요하는 것 같아서 이번부터는, 아니 다음부터도 가급적이면 책을 돌리지 않을 것이다. 관심있는 분들만 보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데 알리지만 그것으로 끝이다. 이웃 블로거님들, 자꾸 블로그에 내책 홍보해도 부담 갖지 마시기 바란다. 맞으면 보는 것이고, 아니면 모르는 척 하면 된다. 나는 나의 할 일을 하는 것이니....그래서 이런 책 소개할 때는 '공감, 댓글'도 다 막기로 했다. 앞으로 이런 홍보글 많이 쓸 텐데, 읽는 분들에게 부담 주는 것 같아서...


문학전문 출판사들은 좋다. 예전에 여행기를 낼 때는, 작가도 함께 홍보하고, 도와주고, 또 작가 주변 사람들에게 그들의 독후감이나 글들을 홍보에 쓸 수 없겠냐고 묻기도 해서, 내가 중간에서 좀 곤혹스러운 적도 있었다. 그러니 중간에서 블로그 이웃들에게 아쉬운 부탁도 하고.......별로 안 좋은 추억이다. 그런데 문학전문 출판사는 작가에게 그런 것을 요구하지도 않고, 다만 자기네들이 부지런히 홍보하려고 노력한다.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은 부지런히 알린다. 그것으로 끝이다. 선택은 블로그 이웃, 독자들의 판단이다.



그런데 그저께 대학 동창을 만나서 책을 주었고 밥도 샀다. 그래야만 했다. 첫번째 에피소드와 중간의 이야기가 그에게 들은 이야기를 소재로 했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분이고, 캐릭터는 전혀 다르고, 다른 이야기지만 그래도 그 친구 덕에 첫 에피소드가 태어났고, 그후 이야기는 스스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니 고맙지...


묘한 것은, 첫 장면 혹은 첫 캐릭터, 첫 사건만 쓰고 나면 생각이 무의식 속에서 솟구쳐서 스스로 전개가 된다. 그리고 좀 막힐 때는 묘한 꿈을 꿔서 그것을 집어 넣기도 했다. 또 마침 읽던 책의 이야기들이 스며들기도 했다. 소설을 쓰기 위해서 읽었다기 보다는 마침 그 무렵 그런 책들을 읽어서였다. 그러니 이것이 내가 쓰는 것일까? 손과 뇌는 내것을 쓰는 것 같지만,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존재, 이야기들이 나를 통해 나오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가끔 글이 막히면, 내가 할 일은 기다리는 것이었다. 책을 읽거나, 돌아다니거나, 영화를 보거나...그러다 보면 곧 나에게 뭔가가 왔다. 그렇다고 소설의 내용이 황당무계한 판타지는아니고...쉬운 이야기다. 하지만 그속에는 내 삶의 경험이 다 들어가 있다.


세상의 시공간은 무한하기에, 모든 사건, 존재, 이야기는 이미, 무한하게, 존재한다고 우겨도, 반박할 근거는 없다. 그렇게 믿으면, 그런 거다. 나는 그런 거를 믿고 있다. 그러므로 나는 무한의 이야기. 무한의 존재 중의 일부가 나를 통해 태어났다고 믿고, 그것을 받아 썼을 뿐이다. 그러니 소설은 내가 창작한 것이 아니라, 내옆에 있는 다른 세계가 나를 통해 자신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므로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은 과거에, 혹은 미래에, 혹은 다른 차원애 존재하는 것들이다. 나는 이 세계에 있지만 다른 세계의 경계선에 있다. 글도, 작품도, 삶도 그렇다. 나에게 소설이란 그런 것이다. 아내가 다 보고 나서 포스트 잇을 붙여놓은 페이지가 보였다.


"우리는 삶의 목적을 알고 태어나지 않는다. 갑작스럽게 이 세상에 내던져진 상태에서 버둥거리며 대세에 휩쓸려 살아간다. 하지만 세상의 가치 기준과 관습이 분열되면 대세도 사라지고 각자의 삶은 뿔뿔이 표류한다. 가족마저 해체되면 더욱 갈 길을 잃는다. 그래도 살아있는 생명은 꿈틀거리며 전진해야 한다. 어느 방향으로든 가야 한다. 그것이 삶이다."


존재가 이 세상에 내던져진다는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의 이야기가 살짝 섞여 있지만, 살아가는 과정에서 절절하게 느낀 것을 썼다. 우리는 어디로 가는 지 모르게 가면서 살고 있다. 결국, 문득 어디론가 걷고, 전진하는 행위, 그 자체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다. 어려운 철학자들의 말도 삶속에 들어오면 아주 쉽게 풀어진다. 철학이 먼저가 아니라 삶이 먼저다. 소설 속에서는 어느 방향으로든 용감하게 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무작정 가면 안된다. 방향과 가치관이 중요하다. 평생 우리가 탐구해야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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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 '이지상'은 30여년 동안 여행기, 에세이 등 26권의 책을 냈고, 소설가 '지상'은 2024년 8월에, 첫 번째 장편소설 '무인카페'를 출간했으며, 2025년 5월에 두 번째 소설, '가족인줄 알았는데 사람이었어'를 썼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1년에 한두 권을 쓰는 게 목표인데...장담은 못합니다. 한 해, 한 해 건강과 체력이 달라지는 것을 느끼니...시력도 점점 나빠지고...그러니, 언제나 오늘, 한 달, 1년...그 이상, 먼 미래는 생각하지 않으며 지금을 열심히 살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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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인 줄 알았는데, 사람이었어 - 예스24

“우리를 가족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낯선 체온에 몸을 기대는 시간,가족이 아닌 ‘사람’과 함께하는 순간들첫 소설 《무인카페》를 통해 소외된 개인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내 사라져 가는 유대를 회복하고자 했던 지상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 《가족인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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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인 줄 알았는데, 사람이었어 : 알라딘

첫 소설 《무인카페》를 통해 소외된 개인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내 사라져 가는 유대를 회복하고자 했던 지상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 30여 년간 여행작가로 활동하며 장소를 넘어 그곳에 사는 사람과 그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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