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서 얼굴로 하는 여행
나의 장편 소설 '가족인줄 알았는데 사람이었어'(지상, 문학수첩, 2025)에 이런 글이 나온다.
카페에 앉아 있는 동안 날씨는 여전히 음산했다. 희끄무레한 하늘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셨다. 페소아의 동상 옆이 허전해 보였다. 여름 같으면 손님들이 북적거릴 텐데 밖에 앉은 이들은 몇 명뿐이었다. 페소아가 자신을 찾아오는 여행자들을을 보았다면 아마도 싫어했을 것이다. 그는 여행을 싫어했다. 상상력이 없는 사람이나 여행을 한다고 조롱했다. 세계에서 볼 수 있는 모든 것은 도라도레스거리와 대서양 연안과 리스본 시내에서 다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나는 그의 빈곤을 떠올렸다. 그는 세계 여행을 다닐만한 돈이 없었을 것이다. 그 초라함을 감추기 위해 허세를 피운 것은 아닐까? 하지만 그는 여행의 본질을 본 시인으로서 이런 말을 했다.
"존재 자체가 여행이다. 나는 하루하루 내 몸이라는 운명의 기차를 타고 각기 다른 역으로 향한다. 또는 거리와 광장에서 마주하는 이들의 얼굴에서 얼굴로 여행한다."
그는 여행을 떠나지 않은 채, 주변 현실을 소재로 늘 삶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글을 썼다....이제 그를 떠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페소아씨 안녕, 마흔일곱 살에 무명작가로 삶을 마쳤지만 이제 포르투갈에서 가장 사랑받는 시인이 된 당신, 자식의 성공을 기대하는 아버지처럼 미래의 성공에 대한 상상으로 현재를 기쁘게 만들었던 당신의 글은 나를 다시 꿈꾸게 합니다. 우리에게 꿈이 없다면 이 삶을 어떻게 살겠어요? 꿈이 희미해졌지만, 다시 꿈꾸어 보겠습니다.
나는 페소아의 동상 옆에 가서 그의 머리를 살그머니 껴안고 셀카를 찍었다. 그리고 그의 볼에 키스했다. 멀리 앉아서 나를 보던 어느 포르투갈 남자가 씩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지상의 장편 소설, '가족인 줄 알았는데, 사람이었어'( pp 13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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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이 부분을 쓰고 있을 때 나는 포르투갈의 시인, 페르난두 페소아에게 빠져 있었다. 무명으로서 삶을 마쳤지만, 현재 포르투갈의 가장 사랑받는 시인이 된 사람이다. 그가 쓴. '불안의 서'를 비롯해서 페소아에 대한 책들을 읽던 중에 소설을 써서, 그때의 분위기와 생각은 여자 주인공 '지혜'가 포르투갈을 여행하는 부분에 푹 배어들어갔다.
여행작가 '이지상'으로 활동해왔던 나는 페소아의 여행에 관한 말을 보면서, 그는 나보다 20여년은 앞서서 더 깊은 여행을 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60대 초반에야 느끼는 것을, 그는 30, 40대에 알았던 것 같다. 여행을 거의 하지 않고서도.
"존재 자체가 여행이다. 나는 하루하루 내 몸이라는 운명의 기차를 타고 각기 다른 역으로 향한다. 또는 거리와 광장에서 마주하는 이들의 얼굴에서 얼굴로 여행한다."
나는 요즘에 와서야 내몸을 타고, 거리와 광장에서 마주하는 이들의 얼굴에서 얼굴로 여행하고 있다.
내 소설 속의 여자 주인공 지혜는 나의 분신이기도 하다. 동시에 남자 주인공 지훈도 나의 분신. 나의 분신들이 홀로 외롭게 살고, 결합하고 그러나 다시 분리되고, 핵개인으로서 어떻게 삶을 헤쳐 나가는가... 관계는 중요하지만 외톨이, 핵개인으로서 이 삶이란 바다를 어떻게 항해할 것인가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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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는 여행작가 이지상, 소설가 지상의 블로그입니다.
여행작가 이지상은 30여년 동안 여행기, 에세이 등 26권의 책을 냈고, 소설가 지상은 2024년 8월에, 문학수첩에서 첫 번째 장편소설 '무인카페'를 출간했으며, 2025년 5월에 두 번째 소설, '가족인줄 알았는데 사람이었어'를 썼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1년에 한 두 권을 쓰는 게 목표인데...장담은 못합니다. 한 해, 한 해 건강과 체력이 달라지는 것을 느끼니...시력도 점점 나빠지고...그러니, 언제나 오늘, 한 달, 1년...그 이상, 먼 미래는 생각하지 않으며 지금을 열심히 살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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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인 줄 알았는데, 사람이었어 - 예스24
“우리를 가족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낯선 체온에 몸을 기대는 시간,가족이 아닌 ‘사람’과 함께하는 순간들첫 소설 《무인카페》를 통해 소외된 개인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내 사라져 가는 유대를 회복하고자 했던 지상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 《가족인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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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인 줄 알았는데, 사람이었어 : 알라딘
첫 소설 《무인카페》를 통해 소외된 개인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내 사라져 가는 유대를 회복하고자 했던 지상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 30여 년간 여행작가로 활동하며 장소를 넘어 그곳에 사는 사람과 그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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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인 줄 알았는데, 사람이었어 | 지상 - 교보문고
가족인 줄 알았는데, 사람이었어 | 우리를 가족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낯선 체온에 몸을 기대는 시간, 가족이 아닌 ‘사람’과 함께하는 순간들첫 소설 《무인카페》를 통해 소외된 개인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내 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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