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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탐구 16- 해방촌을 거닐다

강동구 좀머씨 해방촌을 거닐다

by 작가 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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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해방촌에서 점심으로 수제버거를 먹었다. 맛은 별로 없었으나, 인증샷 찍느라 정신없는 젊은 커플도 있었다.

점심을 먹고 근처의 카페에 가서 단편 소설을 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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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번 보다는 사람들이 많다. 다들 소문 듣고 오나보다. 중국어, 영어도 들렸다. 그정도의 소음은 괜찮다. 어제는 소설의 각 장면에 대한 묘사를 디테일 하게 해주고, 너무 자세한 부분은 생략했다. 오늘은 여주인공 캐릭터 좀더 보강하기. 글쓰는 것은 많지 않지만 생각하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래도 어느 정도 만족. 나중에 다시 또 보고, 또 보아야 한다. 이미 수없이 본 것인데도 흠이 보인다.


그런데 마무리 할 무렵, 나중에 들어온 어느 젊은 커플 중에 남자가 휴대폰을 들고, 이 카페의 빈 공간을 왔다갔다 하면서 통화를 큰 소리로 한다. 손을 흔들고, 절도 하면서...이런...미친...바로 옆의 문을 열고 밖에 나가서 하면 될 텐데. 카페가 나같은 사람아나 카공족을 위해서 너무 작은 소리로 눈치 볼 필요는 없지. 카페는 이야기 하는 곳이니까...그런데 이건 너무 하잖아. 큰 소리로 자기 사적인 대화 다 듣게, 카페 안을 왔다갔다 하면서..


부랴부랴 마무리 하고 나왔다.


오늘 아침 헬스장에서도 비슷한 일. 스트레칭과 근력 운동을 끝내고 자전거 타는 곳으로 갔다. 오전 7, 8시면 할머니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안녕!' 그런 인사야 좋지. 그런데 다른 할머니들은 덜 한데, 소리소리 지르는 목소리 높은 할머니 하나가 나타나면 난장판이 된다. 그냥 떠드는 것이 아니라, 소리를 지르는데......사투리 억양 때문이기도 하지만, 목소리가 너무 크다. 나는 부랴부랴 사물함에 넣어둔 방어용 이어폰과 휴대폰을 꺼내 귀를 틀어 막았다. 그래도 들린다. 20분 정도 자전거 타는 동안 고역이었다.


해방촌 오는 동안 지하철 안에서도 그랬다. 귀에 리시버를 낀 할머니가 외치듯이 전화를 한다. 한두 사람이 아니다. 나는 다른 칸으로 피신할 수밖에. 그런가 하면 나처럼, 손으로 가리고, 휴대폰에 속삭이듯이 말하는 할아버지도 있다. 하나도 안 들린다. 소리지르는 사람들은 자기 귀가 나쁜 것도 있지만, 지하철 소음에 잘 안 들리고, 또 휴대폰에 입을 대지 않고 그냥 말하니까, 심리적으로 크게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서인 것 같다.


대한민국, 아니 서울 공화국은 소음 공화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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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나와 해방촌 오거리로 갔다. 오렌지 주스를 마셨다. 여기서 일하는 젊은 여인들은 해맑다. 눈빛도 표정도 모두... 불쾌했던 기분이 풀어진다. 세상은 원래 그런 것이다. 온갖 것이 뒤섞인 세상...


녹사평까지 버스를 안 타고 걸어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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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촌 교회와 해방촌 성당을 지났다. 해방촌은 언덕 높은 곳이고 예전에 피난민들이 살았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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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여중고를 지나 내려오는 길에는 다닥다닥 빌라들이 들어서 있는데 노인들이 올라다니기에 힘들 것 같다.

어느 계단에 노인들이 앉아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는데 활력이 없다. 서울도 번화가 뒤쪽으로 오면 이런 무기력이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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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다니는 해방촌 거리 가까워 오니 상가들이 보이는데 공실이 종종 보인다. 불경기의 상황이 피부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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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더 큰 문제가 올 것 같다는 흉흉한 소문이 돈다. 돈 몇 푼 뿌려서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이제 인플레이션으로 물가가 뛰고, 미국과의 관세 문제 등이 아직 해결이 안된 상태에, 무슨무슨 법....등으로 급격하게 경제 상황이 나빠질 것 같다는 예측이 돈다.


물론, 그런 것 신경 안 쓰고 산다면...그저 하루하루가 평화롭게 보일지 모르겠지만...세상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급류에 휘말리고, 어느날 갑자기 뭐가 터질지 모른다. 아이엠에프도 그러다 터졌었지...걱정이 되지만, 내 영역을 넘어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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펍, 버거집 등이 보인다. 예전에 이 거리의 버거집, 고기집에서 술을 마신 적이 있다.

나는 혼자서 잘 돌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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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촌은 경리단 맞은편의 언덕길이다.


이태원이 임대료가 너무 비싸자 젠트리피케이션으로 경리단 쪽으로 상권이 옮겨졌고, 거기가 다시 비싸지자 그 맞은편 해방촌 거리가 점점 떴었다. 외국인들이 이곳에 몰렸기 때문이다. 그럼 한국인들이 다시 그곳에 들르고...인터넷에 올리고...그러면서 다시 상권이 형성되고...그래서 해방촌 오거리까지 올라가 버렸다. 사실, 대단한 곳은 아니다. 다만 작은 카페, 버거집, 식당이 들어섰고, 강남이나 홍대보다 가격도 싸서 젊은 친구들이 데이트도 할겸 들르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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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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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촌에서 내려와 녹사평 역으로 가다가 맞은 편 경리단 길을 보았다.


한참 떴는데 지금은 많이 가라앉았다고 한다. 경리단 길도 한때 종종 다녔었는데...길거리에 주저 앉아 외국인들과 어울려 맥주를 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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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사평 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오는 길, 아직 러시 아워는 아니지만 사람들이 붐빈다. 리시버를 끼고 유튜브를 들었다. 고령화 사회, 노인들의 근손실, 노후 생활...그런 주제다. 65세 이상이 1천만 명이 넘었다고 한다. 근손실이 가장 문제라고 한다. 나도 느끼지만 60대 중반 넘으니까 근손실이 더욱 급격하게 느껴진다. 그걸 막기 위해서는 단백질을 많이 먹고, 근력 운동을 해주어야 한단다. 유산소 운동만 갖고는 안되고...뒤늦게 나도 실천하고 있다. 근육이 빠지면, 그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제 관절염, 치매 등이 오고, 온갖 안 좋은 일들이 일어난다고 한다.


그런데 너무 많이 먹고, 잘 먹어도 비만, 피에 문제가 생긴다. 그러니 영양소 골고루, 단백질 더 많이...채소, 무기질 챙기고...탄수화물은 적게...그렇게 먹어줘야 한단다. 나이 먹어서 비건이니, 채식주의니...하는 것이 안 좋다는데...젊을 때는 몰라도...어쨌든 계속 빠져 나가는 근육을 보강하려면 고기나 식물성 단백질을 골고루 잘 먹어야 한단다.


텔레비전에 보니 나온 환자들이 하루 종일 소파에 누워 텔레비전을 보고 산다. 그러니 안 아파?...할 게 없어서, 사는 게 재미없다고 한다. 그러니까, 그 노인들은 직장 나오면서 할 것이 없어진 것이다. 어쩌다 친구 만나서 술 마시는 것이 유일한 낙. 그래도 활발한 사람들은 복지관에 가서 탁구도 치고, 뭘 배우면서 논다. 혹은 활발한 사람들은 모임같은 것을 가지면서 놀고, 배우고... 그런데 책 보는 노인들은 없다.


나와는 다른 노후생활이다. 나는 혼자, 독고다이로 하는 게 좋다. 헬스장 가서도 혼자...밥도 혼자...책도 혼자...글도 혼자...넷플릭스 영화도 혼자...물론 사람을 접속은 하지. 주스를 마셔도, 커피를 마셔도 다 사람과의 접촉이다. 요즘엔 키오스크와 먼저 접하지만...그래도...사람과의 접속이 일어난다. 나는 그거면 되었다. 그들의 작은 친절, 미소, 눈빛...그것과 접속하는 순간이 기쁘다. 불친절한 인간들은 수첩에 적어놓았다가 다시는 안 간다. 그리고 인공지능과 대화한다. 수많은 이야기를 말로 할 수 있다. 책 한권, 유명한 인물들이 그저 한방에 정리가 된다. 또 나의 고민, 이야기도 들어준다...사람보다 낫다. 물론 아내와 저녁이면 대화하는데...피곤한 아내는 내 이야기를 옛날처럼 들어주지 못한다.


혼자 있으면 치매 걸린다는 경고를 종종 듣는다. 그건 뇌활동, 육체 활동을 안하고, 책 한권 안읽고, 소파에 누워 있으니까 그렇지...혼자서 할게 얼마나 많은데...물론 모임도 활력이 있어서 좋기는 하지...그런데 카페나 식당에서 관찰해보니...만나서 돈내는 것 같고 신경전 벌이는 노인들도 종종 보았다. 정말로 종종 목격한다. 친한 것처럼 이야기 하더니.......서로 안 내려고...네가 내라는 식의 배짱 싸움...ㅎㅎㅎ...아니, 그럴려면 뭐하러 만나. 그런데 혼자가 되면 할 게 없으니, 싫은 인간들도 꾸역꾸역 만나나 보다.


나는 요즘, 날씨가 더워서 밖에 나가면 카페에 들어가 책을 보았지만, 날이 선선해지면 공원에서 책을 읽는다. 혹은 그냥 거리를 걷는다. 아주 재미있다. 사람들 관찰하는 재미도 있고...혼자 아니면 접할 수 없는 재미다. 나는 강동구 좀머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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