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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탐구17-무인카페,영감이란?

무인카페에서 영감에 대해 생각하다

by 작가 지상


오늘은 2시간 반동안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pt도 받았다. 1주일에 한번씩 받는데 내 뒤틀어진 몸을 잡기 위한 스트레칭 위주로 하고 있다. 재활치료 같은 것...관절염이 그래도 많이 나아서 시작했는데, 2주일 후에는 허리가 아파서...좀 쉬고...그거 낫고 나니 이번에는 팔과 어깨, 목디스크가 아파서 또 조심조심, 살살...쉬고...이렇게 더디게 하고 있다. 뭐 하나 쉬운 게 없다.


60대 초반부터 이런 것 했으면 (그냥 걷기, 혼자서 하는 운동이 아니라) 이런 힘든 시기를 안 겪을 텐데...결국 아프고 나서야, 하는 법이다.


점심으로 동네 마라탕 집에서 마라탕을 먹고, 오래 간만에 무인카페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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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인카페가 우리 동네 최초의 무인카페인데 벌써, 주변에 3, 4개가 새로 생겼다.

이 무인카페를 1년 정도 드나들다가 나의 첫 장편 소설 '무인카페'를 쓰게 되었다.

이곳에 오면 정말, 소설 속의 인물들이 눈앞에 선하다.


여기 앉아서 '올해의 문제 소설'을 읽었다. 각 권마다 12편의 단편 소설이 실렸는데, 어떤 소설은 감탄하면서 본다. 글솜씨, 주제 등을 문학적이면서도 잘 읽히게 써서 단숨에 읽히는 것들이 있다. 나중에 보면, 역시 장편 소설들도 부지런히 발표하고, 좋은 평은 물론, 대중들에게도 사랑받는 책들이 있다. 반면에 주제가 알듯말듯하고, 표현도 그래서, 아주 힘들게 읽히는 소설들도 있다. 다만, 평을 좋게 써줘서 그렇지... 독자가 읽기에 힘들면, 그거 쓰느라 저자도 얼마나 힘들었을까? 경험이 진하고, 많으면 글은 저절로 나오게 되어 있다. 다만 다듬는 것은 또 다른 문제지만... 그런데 경험이 약하면 '소설을 위한 소설' 쓰기가 되면서 저자도 힘들고, 읽는 독자도 힘들게 된다. 어쨌든 꾸준히, 두루두루 글을 쓰려면, 자기 경험만 갖고는 안 되니, 작가들은 또 고민이 많을 것 같다. 나는 뒤늦게 데뷔했고, 경험이 많아서 쓸 거리는 많지만...아직 기법이나, 여러가지 면에서 다듬고, 수련해야 할 것들이 많다. 초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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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가 창밖을 보았다. 바람에 살랑거리는 나뭇잎...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감미로운 음악과 어우러져 낭만적이고 아름답다. 그러나 밖으로 나가보면 아직은 후텁지근하니, 그리 낭만적이지는 않다. 여기서의 '현실'은 무엇일까? 후텁지근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이 객관적 현실, 그것을 후텁지근한 기운 속에서 내가 바라보는 주관적 현실 1,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바라보는 주관적 현실 2....이렇게 나뉘겠지.


세상은 그런 것 같다. 분명 세상에는 객관적 현실이 있다. 도도히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전개되는 현실. 그러나 그것을 바라보는 주관적 현실 1, 2, 3, 4, 5.....몇백만, 몇천 만 명의 현실이 있을 것이다. 직접 보거나, 뉴스, 다른 이의 말을 통해 듣다보면, 각자가 다르게 생각한다. 비슷하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고...다 자기가 처한 입장 속에서 느낄 뿐이다. 모든 게 조각조각 난다.


그러니 우리가 타인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나? 가족간에도 부모자식형제자매 간에도 다 다른 것이다. 하물며 사회에서 만나는 사람들은...결국, 어떤 이익, 목적에 따라서...그 부분만 함께 할 뿐인데, 각자는 수많은 분야에서, 각기 다른 수많은 관점을 갖기에...결국 제각기 다 다른 것이다.


각자도생.


타인의 소설을 보며, 또 내가 쓴 소설을 보며, 결국 소설이란 주관적 현실 + 상상을 결합시켜 만든 작품. 그것에 객관적 현실과 합치하지는 않는다. 어차피 언어라는 기호를 통해서 연상되는 세계는 다르며, 또 애당초 쓰는 작가는 객관적 현실을 재현하려고 쓴 것이 아니기에....결국 허구다.


그 허구를 읽으며 현실과 같다, 다르다를 논하는 것은 부질 없는 것 같다. 허구적 상상인데.....다만, 그 허구를 통해서 읽는 이가 느끼는 어떤 감동, 혹은 가슴을 뻥 뚫는 충격...혹은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희열...결국 이 알수 없는 인간, 세상이란 심연을 탐험하는 것...그런 것 같다.


타인들의 소설을 읽으면서 그것을 느꼈다. 내가 잘 이해를 하든, 하지 못하든...그런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소설들도 결국 그런 것 같다. 무작정 썼지만, 결국 그런 것을 지향했다.

오래간만에 '무인카페'에 와서 커피를 마시니...소설 속에 들어온 것 같아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요즘엔 소설과 현실이 오락가락한다.


젊을 때는 나와 타인,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분명했는데 요즘에는 경계선이 흐릿해진다.날씨가 더운 탓도 있겠고, 몸이 아픈 탓도 있겠으며, 체력이 약해진 탓도 있겠지만......객관적인 상황이 그런 것 같다. 나의 주관과 욕망이 뚜렷하고 강할 때에는 그 경계선이 분명하더니, 나 자신이 흐릿해지니...경계선도 흐릿해지는 기분. 깊이깊이 소설 속의 캐릭터로 빙의하다보면...오락가락한다. 매트릭스의 주인공처럼...


문득, 다중우주론도 생각났다. 수없이 펼쳐지는 다른 우주들....시공간이 무한하다면, 무한하게 중첩된다면, 소설 속의 인물, 사건도 언젠가는 있었으며, 혹은 있을 것 아닌가? 무한대 속에서는 모든 것이 나타날 확률이 무한하게 뻗어나갈 것 아닌가? 그러다 문득, 이 모든 현실조차 환각, 허구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무한한 시공간 속에서 계속 생멸하는......내가 환상, 환각이란 것을 넘어서, 이 시공간으로 이루어진 현실 판 자체가...다 함께...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어디론가 휙휙 넘어가는 ...거기서 뭘 따지고, 분석하는 행위 자체는 힘을 잃는다. 다만 찰나같은 직관으로 잡아내는 '그 무엇'이 가슴을 치고 들어오는데....그건 참 언어로 표현하기가 그렇다.


그래도 소설같은 허구에서는 그나마 그런 것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찰나같은 직관이 잡아내는 '그 무엇'... 그건 내가 지금까지 써오던 좌뇌의 기능이 아닌 것 같다. 우뇌에서 오는 것일까? 아니면, 좌뇌, 우뇌 차원을 넘은 영감에서 나오는 것일까? 영감은 무엇인가? inspiration...신의 계시...초자연적인 감각...요즘에는 그것을 받아들이기 위한 마음의 자세에 대해 종종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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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수첩에서 작년에 '무인 카페(2024)' 올해 '가족인 줄 알았는데 사람이었어'(2025)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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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인 줄 알았는데, 사람이었어 - 예스24


“우리를 가족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낯선 체온에 몸을 기대는 시간,가족이 아닌 ‘사람’과 함께하는 순간들첫 소설 《무인카페》를 통해 소외된 개인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내 사라져 가는 유대를 회복하고자 했던 지상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 《가족인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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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인 줄 알았는데, 사람이었어 : 알라딘


첫 소설 《무인카페》를 통해 소외된 개인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내 사라져 가는 유대를 회복하고자 했던 지상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 30여 년간 여행작가로 활동하며 장소를 넘어 그곳에 사는 사람과 그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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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인 줄 알았는데, 사람이었어 | 지상 - 교보문고


가족인 줄 알았는데, 사람이었어 | 우리를 가족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낯선 체온에 몸을 기대는 시간, 가족이 아닌 ‘사람’과 함께하는 순간들첫 소설 《무인카페》를 통해 소외된 개인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내 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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