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다양한 금융맨 / 우먼들에 대하여
지난 에피소드에서는 투자 쪽 홍콩인 K군을 만나보았다. 그날 은행의 다른 두 분을 더 만났다. 하루에 커피챗 세 탕이라니. 이날 저녁에 아주 피곤했지만 역시 다양한 사람을 만나보고 대화를 하는 것은 생각의 확장을 도와준다.
두 번째로 만난 분은 Operations 쪽의 J 양이었다.
이 분과의 1시간 대화 후 한 마디로 정의가 가능했다.
워커홀릭도 이런 워커홀릭이 없다.
나도 워커홀릭의 기질이 있다. 무언가 흥미를 끄는 일이 생기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두할 수 있는 집중력이 있으며, 일이 우선순위가 되어서 때로는 여유를 잊을 때가 있다. 뭔가 그럴싸해 보이지만 "일의 효율"과 인간관계, 취미생활을 교환하는 게 될 수 있기 때문에 밸런스를 잡는 게 아주 중요하다. Work-life Balance에 대해서는 나중에 조금 더 집중적으로 풀어보도록 하겠다.
우리나라 IT기업에서는 워커홀릭의 느낌을 받지 못했는데, 적성에 맞는 회사와 일을 하다 보니까 이런 면모가 두드러지나 보다. 우리 아빠도 그런 말씀을 하시니 말이다.
J양으로 돌아와서 (참고로 이 분 역시도 홍콩분이시다), 이 분은 추측건대 30대 후반쯤 되셨다. 최근 2년간 출산을 2번 하셨는데, 임신을 하고 배가 부른 상태로 회사를 다녔고, 아이를 낳고도 최대한 빨리 일에 복귀하셨다. 나를 포함한 3명의 인턴에게 딱히 질문은 안 하시고 본인의 일에 대한 설명을 1시간 동안 쭉 하셨는데, Operations에 대한 전반적인 그림이 그려진다기보다는 더 복잡해진 느낌이 들었다. 왜였을까? 청자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을 하기보다는 본인의 관점에서 설명을 했기 때문일 것이었으리라.
진짜 경청이란 무엇인가?
사회는 생각을 잘하는 사람, 말을 잘하는 사람을 선호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그만큼 경청을 하는 것이다. 남의 말을 잘 들어야 그에 상응하는 리액션과 대답이 나오고, 그렇게 그 사람과의 신뢰와 관계를 쌓아가기 때문이다. 반면 본인의 이야기만 늘어놓는 사람은 호감을 불러오기가 쉽지 않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나도 이걸 깨달았고, 원래도 내 얘기를 많이 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내가 경청을 잘하는 사람인지에 대한 고찰을 하곤 한다.
내가 다니는 은행은 아무래도 큰 회사이고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경청의 훈련이 잘 되어있는 사람들이다. 회사에서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색이 너무 튀어서도 (개성이 너무 강해서도), 그렇다고 너무 조용해서 묻히지도 않아야 한다. 그런데 경청의 종류 역시도 매우 다양하다.
그렇다고 J양이 우리에게 질문을 아예 안 한 것은 아니다.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어떤 부서에서 일하시죠? 어느 나라에서 오셨나요?
커피챗을 나눈 다른 분들과의 명확한 차이점이었다. 커피챗 전 우리는 분명 우리 인턴 셋을 소개하는 이메일을 보냈는데 대충 읽어보시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가 대답을 하면, 똘망똘망한 눈으로 쳐다보고, 고개를 끄덕이지만 다른 생각을 하고 계심이 분명했다.
아무래도 그렇다 보니, 대화를 하는데 진정성이 안 느껴지고 빨리 주어진 이 시간을 때우고 본인의 일로 돌아가고 싶어 하시는구나.. 만 느껴졌다. 당연히 바쁘시겠지만, 누구를 만나던 좋은 인상을 주는 것이 그 사람의 평생에 있어 나를 기억할 때에 이미지를 형성하는 과정이니까 만남 하나하나를 소중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유당불내증이 있는 내가 어제 잘못 우유가 들어간 mocktail을 먹었더니 속이 더부룩하다. 커피챗 3편으로 돌아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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