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빛 꽃물결과 나비의 군무
해마다 열리는 불암산 철쭉제가 올해도 열렸다.
불암산 철쭉제는 4월 16일부터 4월 26일까지 11일 동안 계속된다.
내가 철쭉을 보러 간 날은 4월 22일 수요일, 늘 그렇듯이 평일 오후의 한적함을 기대하며 나선 길이었지만 사람이 생각보다 많았다.
10만 주의 철쭉을 볼 수 있는 불암산 힐링타운은 지하철 4호선 상계역에서 매우 가깝다. 상계역에서 버스를 이용하면 두 정거장이고 걸어가도 15분 정도면 충분하다. 본 주차장은 당연히 만석, 이곳 외에도 주차할 곳을 인근에 따로 마련해 두었으니 차를 이용할 사람은 홈페이지를 활용하면 될 것 같다.
주차장 뒤로 나 있는 가파른 계단을 올라서자 철쭉이 한눈에 들어왔다. 재작년에 다녀왔던 황매산 철쭉이나 작년에 다녀왔던 군포 철쭉처럼 키가 크지 않고 색도 그리 화려하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진분홍 철쭉이 조금 연하다고 할까?
불암산 힐링타운 홈페이지에 올린 사진처럼 진해야 철쭉이 훨씬 예쁘다. 물론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멀리서 보는 것보다는 진하다.
불암산 철쭉이 다른 곳보다 매력이 있는 것은 불암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을 때다. 철쭉 뒤로 든든하게 서 있는 불암산이 철쭉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처럼 멋지다. 일단 왔으니 철쭉길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샅샅이 걸어보았다.
나비정원 쪽에는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외 곤충들의 조형물이 여기저기 있어서 아이들의 동심을 자극한다. 물론 동화 속 조형물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좋아한다. 조형물을 배경으로 할머니 할아버지도, 아주머니 아저씨들도 연신 셔터를 눌러댄다.
지난번에 나비정원이 문을 닫는 월요일에 와서 둘러보지 못했던 온실로 들어갔다. 들어서는 순간 온실이라 그런지 숨이 막힐 정도로 후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온실 안에 형형 색깔의 나비가 날아다녔다. 꽃에 앉은 나비를 사진에 남기느라 숨을 죽였다.
활짝 핀 꽃들 사이로 실제 나비들이 날아다니는 모습은 평화로웠다. 공기가 약간 더웠지만 충분히 감내할 정도였다.
2층에는 나비박물관이 있었다. 세계 각국의 나비 표본을 비롯해 곤충들의 성장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설명을 곁들여 놓았다. 한 마리 한 마리 나비들을 살펴보니 신기했다. 그냥 나비로 총칭해서 부르기에는 그 종류와 크기가 너무 달랐다.
나비정원에서 나와 연못 쪽으로 내려갔다. 연못 위에는 꽃길로 만들어진 데크가 있어서 걸어 보았는데 양쪽에 꽃이 죽 놓여있어 마치 내가 나비가 된 기분이었다.
호수 주변에는 파라솔이 있는 휴게 장소가 있었는데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꽉 차 있었다. 모두들 삼삼오오 모여 앉아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연신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이 보였다.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면 카페 포레스트가 있다. 그런데 가는 길에 꽃을 잔뜩 심어놓은 군락지가 보였다. 철쭉뿐만 아니라 봄에 피는 온갖 꽃들이 다 있는 것 같다.
길가에는 작은 꽃들과 내가 좋아하는 민들레도 피어 있었다.
카페는 꽃으로 도배를 해놓았다. 천정에도 꽃이 주렁주렁 걸려있었고 화려하게 장식된 포토존도 있었다. 카페 한쪽에는 꽃과 화분을 살 수 있는 코너도 마련되어 있었다. 꽃을 사는 사람도 많았고 음료를 주문하는 줄도 길었다. 핑크트리안 화분을 사고 싶었는데 가져와서 죽일까 봐 참았다.
카페를 나와 정겨운 계단을 올라가면 수국동산이 있다. 작년에 수국이 한창 피었을 때 온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꽃이 없고 사람이 앉을 수 있는 파라솔이 놓여 있었다. 이곳에 앉아 불암산을 바라보며 산멍을 하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를만한 매력적인 장소다.
기획하는 손길이 매우 바빴을 것 같다. 여기저기 선물처럼 꽃들이 심어져 군락을 이루고 사람들의 발길과 시선을 끌었다. 마치 메인 요리를 먹으러 왔는데 스끼다시가 끝없이 나오는 음식점처럼 철쭉을 보러 왔는데 사방에 심긴 꽃들의 향연을 덤으로 본 것 같다.
운영진이 만들어 놓은 커다란 텐트에서 클래식 음악이 들려왔다. 축제 기간 동안 매일 쇼나 버스킹 공연이 준비되어 있는 것 같다. 가수가 부르는 노래가 흘러나오고 공연도 하는 것 같았다. 이번 주 일요일인 26일에는 김덕수패 사물놀이 공연이 있는데 그 공연은 보고 싶다. 이 외에도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체험놀이와 먹거리 등도 준비되어 있다.
불암산의 웅장한 바위 능선과 분홍빛 군락의 철쭉, 그리고 나풀거리는 나비의 날갯짓까지. 마지막으로 봄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선물을 듬뿍 담아 온 하루였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