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런 사람인가 봐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었다.
집에서도, 학원에서도, 학교에서도, 그 외의 곳에서도,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집에서는 동생이, 학교에서는 친구가, 학원에서는 언니, 오빠가 제일 잘났다. 동생은 전교 5등 안에 들었고, 친구 역시 전교 5등 안에 들뿐 아니라 얼굴도 예쁘고, 못하는 게 없었다. 학원에서는 나보다 잘난 사람들이 천지 삐까리였다. 언니, 오빠들은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근접조차 할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 그렇게 나는 학교에서도, 학원에서도, 집에서도 아무것도 아니게 되었다. 언제부턴가 주변 사람들과 비교당했고, 당연하게도 나는 늘 아래였다.
동생과 늘 비교당했던 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결정적으로 동생은 공부를 잘했고, 나는 못했다. 내가 학년에 맞는 문제집을 낑낑대며 풀 때, 동생은 자신의 나이보다 1~2년은 더 앞서가 있었다. 내가 못 푸는 문제를 엄마가 동생에게 시킨 적이 있다. 당연히 동생은 곧 잘 풀었고, 나는 그때 엄마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속 시원하다는 표정, 역시 너야- 하는 표정.
그건 중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동생은 전교 4등, 나는 전교 28등. 무려 일곱 배 차이. 그럼에도 동생은 시험을 본 날, 속상하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짜증 났다. 전교 4등이 못 본 거라고? 문제를 두 개밖에 안 틀린 게 잘 못 본 거라고? 그럼 난? 난 병신인 거야? 난 뭔데, 그럼?
정말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고 싶었다.
난 정말 아무것도 아닌 거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