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바다

나는 바다가 보고 싶었다.

by 미지수

살다 보면 그런 날이 있다.

아무런 생각도 하기 싫어서 그저 누운 채로 숨만 쉬고픈 그런 날,

아무도 나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으면 좋겠는 그런 날,

그렇지만 여전히 사람이 필요한 그런 날.


사실 나에게 이런 날들은 꽤나 많이, 자주, 오래 찾아왔다.

그러나 1월 21일의 오늘은 달랐다.


1월 21일. 365일 중에 무수히 많은 시간 속 단 하루.

그 하루에서 나는 무수히 많은 것을 잃었다.


1월 20일 밤. 동생과 싸웠다.

배려를 원하는 나와하지 않으려는 동생의 싸움이었다.

동생은 분에 찬 눈물을 흘렸고, 나는 울지 않았다.

그때, 거실에서 소리가 들렸다. 은연중에 나를 비난하는 말이었다.

나는 자기 전에 무언지 모를 울컥함에 소리 죽여 울다 잠들었다.


1월 21일 아침. 엄마가 유독 예민했다.

자식들이 손을 다친 자신을 도와주기는커녕 제 할 일도 못한다는 이유였다.

나는 아무 말하지 않았다. 그저 웃으며 엄마의 눈치를 살폈다.

혹여나 나 때문에 더 아프진 않을까, 내가 더 상처주진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혹여나 내가 더 아프진 않을까, 되려 내가 상처받진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얼마나 지났을까.

나는 어느새 우는 법조차 까먹은 후였다.

울기 싫어서 내 살을 꼬집고 입 안의 여린 살을 잘근잘근 씹었다.

그러다 커터칼을 손에 쥐고, 내 몸의 종이를 썰어버렸다.


그날 저녁.

바다에 가고 싶었다.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철썩이는 파도를 보고 싶었다.

추워도 좋으니 온 마음 다 해 바다를 가고 싶었다.

빠져 죽어도 좋았다. 아니, 오히려 바랬을지도 모른다.


나는 정말 오랜만에 밤바다를 꿈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