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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몇 번째죠, 우리?

2025. 01. 14. 첫 번째 이야기

by 미지수

참 바빴던 화요일, 보건소 상담을 다녀왔다. 내가 끔찍이도 싫어했던 상담 말이다. 현재 정신질환 치료 중인 나를 위해 치료비를 지원해 준다는 게 상담을 다니는 이유였다. 치료비를 지원받으려면 상담을 다녀야 한다나 뭐라나. 처음엔 정말 강력하게 거부했지만 치료비 지원이라는 무거운 핑계 앞에서 그만 무너지고 말았다. 그래, 돈은 어쩔 수 없었다. 아무리 세상을 모르는 학생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는 핑계였다.

내가 상담을 싫어하고 거부한다고 하면 흔히들 내게 그 이유를 묻고는 한다. 그럼 나는 어김없이 첫 번째의 상담을 이야기하고, 사람들은 역시나 눈살을 찌푸린다. 나의 첫 번째 상담사는 나와 이야기하는 도중에 나더러 '불쌍하다'라고 했다. 내 삶이, 내가 살아온 시간들이 참으로 불쌍하다는 것이었다. 불쌍하다고? 내가? 말도 안 되는 소리, 내가 왜 불쌍하단 말인가? 머릿속에 수많은 물음표가 스쳐 지나갔고, 그 물음표는 끝내 강한 거부감의 마침표로 바뀌었다. 물론 그건 몇 년 전의 일이지만 나는 아직도 생생하다. 때문에 몇 년 후의 나도 여전히 상담을 거부 중이다.

최근에는 상담 선생님마저 바뀌어서 여간 낯선 게 아니다. 내가 그동안 마주했던 상담사들은 전부 다 나이 든 여자 선생님이셨는데 지금은 젊은 남자를 내 앞에 앉혀놔서 이야기를 하라고 한다. 모든 만남에는 처음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동안 많이 만나왔던 부류의 사람이라면 긴장이라도 덜 되는데, 이번 상담사는... 우와, 정말 낯설고 어색해 정신이 가출할 것 같다. 게다가 상담을 마치고 나서 편안하지도 않다. 오히려 무언가 가슴에 더 얹힌 느낌이다.

상담이 답답해서일까, 이제는 그동안 숨겨왔던 내 감정을 조금 풀어놓고 싶다. 그동안은 미친개처럼 날뛰는 감정을 잠시 진정시키려다 그만 감금해 버렸기에, 이제는 풀어놓아야 할 것 같다. 안 그러면 내가 정말 미쳐버릴지도 몰라서. 이 매거진도 이러한 이유 때문에 만들어졌다. 하루동안 느낀 감정을 작게나마 끄적이고 싶은 마음에, 답답한 마음을 풀고 싶다는 막막한 심정에서 시작되었다.

감정은 나의 보석이라고들 이야기한다.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나는 금이 가고 흠이 있는 보석들을 잔뜩 껴안고 있겠지. 어쩌면 돌덩어리들을 안고 있을지도 모른다.

비록 가치 없는 보석이거나 돌 덩어리더라도, 예쁘게 봐주시길 바라며 이만 첫 이야기를 마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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