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발견이 주는 편안함_비로소 커피
서강대 출신도 아닌 내가 언젠가부터 대흥역 근처를 서성거리게 된 이유는 단 하나. 나의 최애 카페가 변하였기 때문이다. 혼자서 카페를 찾아다니는 나에게 넓은 테이블과 콘센트, 게다가 탁 트인 뷰까지 가진 그 곳은 글을 쓰거나 무언가를 정리하기 위해 찾아야 하는 1순위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카페 이름인 '나이스 워크 투데이' 처럼 이 곳에서 무언가를 하는 날이면 꽤나 많은 것이 정리되고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오늘 비로소 커피 소개 아니였습니까...?)
하지만, 나에게 충분한 만족을 주었다는 것은 여러 카페 애호가들의, 특히 카페 작업을 선호하는 누군가에게는 나와 같이 최애 장소로 자리잡았음을 의미할 것이다. 그리고 이 말은... 주말에는 조금만 늦어도 자리가 없음을 의미한다. 화창했던 7월의 그 날도 게으른 나에게 이 곳은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다.
종종 겪는 일에 급히 역과 경의선 숲길 근처 카페를 찾는 것이 순서였을 것이다. 그러나, 7월임에도 그다지 덥지 않았던 날씨와 급한 업무가 있었던 것은 아니기에 그날 따라 근처를 걸으며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바로 반대편에 있던 오늘의 주인공을 만나게 되었다.
빨간 벽돌의 4층 건물 중 2층을 쓰는 그 곳의 모습은 처음에는 선뜻 발길이 가지 않았다. 실제로 첫 방문때는 들어왔다가 2층의 북적함과 마땅한 작업 공간이 없는 것에 실망하며 나왔다. 하지만, 걷다보니 꽤 더워진 기분과 흐르는 땀이 나를 일단 앉아보라며 1층의 빈 좌석으로 이끌었다.
그렇게 예상치 않게 마주한 공간에서 오늘 읽으려는 책을 펴고 이 공간을 느끼고 있으니 처음 느낌과는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벽의 사진들은 내 스타일인데 이 공간과 잘 어울렸다. 1층의 센터에 자리잡고 있는 주방과 카운터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직원들의 모습은 최근 봐왔던 여러 카페의 그것들과는 다르게 신나보이는 모습이었다. 마치 오늘의 시간을 즐기는 것 처럼!
그렇게 최애 카페가 자리를 내어주지 않음과 걷기에 더운 날씨로 우연히 마주하게 된 이 곳은 꼭 원하던 곳이 아니어도 그 자체로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날 읽었던 책은 조금 더 편안하게 눈에 들어왔고 늘 먹던 바닐라빈 라떼는 조금 더 달고 맛있었다. 기대하지 않았었기에 실망이 없었던 건지, 이 곳이 주는 예상치 않은 편안함에 나도 모르게 녹아들어서 그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7월 어느날의 저녁은 꽤나 기분좋게 마무리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 기분이 좋았던 곳을 다시 찾아갔던 어제, 그 느낌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였다.
2층은 여전히 북적였고, 작업의 공간은 마땅치 않았으나 1층의 벽에 붙어있는 좌석은 혼자서 노트북을 가지고 글을 쓰기에 충분했고 주방의 직원들은 여전이 활기찼다. 지나가던 사람들도 이 곳의 분위기에 이끌렸는지 소소한 이야기를 하기에 좋다며 홀리듯 들어왔다. 마치 내가 그랬던 것 처럼 말이다.
다시 방문한 이 곳에서 원두를 판매하고 있다는 것은 이번에 새로이 알게된 사실이었다. 집에서 커피를 내려먹지도 않으면서 1만원 남짓한 원두가 눈에 들어왔다는 것, 그것을 사볼까 생각이 들었다는 것은 마치 최애 카페의 굿즈를 사는것과 같은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두번의 방문만에 내 마음속에 꽤나 높은 순위를 차지하게 되었구나 생각했다.
분위기가 엄청 좋다, 집중하기 좋다 등의 기존과는 다른 이유로 마치 홀리듯 나의 마음속에 들어온 공간. 이 곳의 이름처럼 몇 번의 방문을 통해 '비로소' 이 곳의 진가를 더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다시 책 한권을 들고 1층의 한켠을 차지하러 와야겠다.
* 비로소 커피 / BIROSO COFFEE *
- 서울 마포구 광성로6길 42
- @birosocoff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