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힌남노(2022.9.6.) 외(4)
태풍 힌남노가 울산 앞바다로 빠져나가고 비도 좀 잦아들자, 철야에 이어 오전까지 숨 돌릴 틈 없이 달린 연속생방송의 종료 시점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때쯤 포항에서 침수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7명이 실종됐다는 심상찮은 속보가 들어왔다. 처음 속보가 뜬 건 13시 23분이었다.
이 사고의 전체적인 윤곽이 드러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지나야 한다. 처음 속보가 떴을 때는 가늠할 수가 없다. 소방관들이 지하 주차장의 물을 다 퍼내고 그 안에 실종자의 생사를 모두 확인해서 발표한 뒤에야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소방 당국이 띄엄띄엄 전하는 소식을 앉아서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음은 물론이다.
평소 같으면 포항국 기자가 현장으로 가면 되겠지만, 소수의 포항국 인력이 밤새 태풍 취재와 보도를 한 터라 여력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때마침 본사 사회부 기자 가운데 포항으로 출장 간 기자가 있었다. 이 사고를 미리 예견한 건 아니었고 비가 심각하게 왔기 때문에 출장을 간 거였는데 공교롭게 속보가 뜬 시점이 포항에 거의 도착했을 즈음이었다. 곧바로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특보 연속생방송 종료 시점을 미루고 또 미루어 결국 이 기자가 침수된 아파트 지하 주차장 앞 배수 작업과 구조작업 현장에서 라이브 연결을 할 수 있었다. 오후 2시 30분쯤이었다.
차를 빼러 지하주차장으로 간 주민 7명이 숨진 이 참사는 기본적으로 태풍 힌남노가 몰고 온 워낙에 큰 비와 그로 인한 하천 범람 때문이었겠으나, 상류 쪽 댐의 부재, 산책로 등을 짓느라 폭이 좁아지고 배수력이 저하된 냉천, 아파트 관리실의 지하주차장 차량 출차 요청 방송 등 여러 요인이 복합되면서 참사로 이어졌다.
침수된 지하 주차장은 길이 150m, 너비 35m, 높이 3.5m 규모로 지하 1층 주차면이 100면이나 되는 큰 주차장이었는데도 인근 하천(냉천)에서 물이 넘어 들어오자 불과 8분 만에 가득 차버렸다고 한다. 지하 주차장에 가득 찬 물의 양은 5만 톤가량이었는데, 당시 투입된 펌프는 시간당 2,500톤의 물을 빼낼 수 있었으니, 절반 정도만 빼내는 데도 거의 10시간이 걸리는 작업이었다.
지하 주차장이 침수된 건 오전 6시 45분쯤이었고, 그 뒤 13시간여 만인 저녁 8시 15분쯤에 한 명, 약 15시간 만인 밤 9시 40분쯤에 또 한 명이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 뒤로 더 이상의 생환 소식은 없었고, 결국 안타깝게 숨진 주민은 7명으로 집계됐다.
포항의 아파트 지하 주차장 사고 말고도 이 해엔 폭우로 물이 들어찬 지하 공간에서 목숨을 잃은 사례가 많았다. 포항 사고 한 달쯤 전인 2022년 8월 11일 수도권 폭우로 서울 서초구 강남빌딩 지하 주차장에서 남성 1명이 숨졌고, 8월 8일엔 서울 관악구에서 반지하에 살던 일가족 3명이 물이 가득 찬 집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졌다. 이미 2년 전에도 있었다. 2020년 7월 23일 부산 초량 지하차도에서 3명이 숨졌다.
그러나, 사고 방지를 위한 이렇다 할 대책은 보이지 않았다. ‘장마대비’ 또는 ‘호우대비’ 등 종합적인 대비책 가운데 일부로 침수 대책을 알릴 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반지하 주택’과 ‘지하 주차장’, 그리고 ‘지하차도’가 다 같은 지하공간 같지만,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각기 대책이 다를 수밖에 없으니 일목요연하게 대비책을 정리해서 알리기가 쉽지 않았을 법하다.
그러다가 2022년 9월 정부가 ‘지하공간’ 침수 예방을 위한 전면 제도 개선 전담팀을 만들고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그러고 또 한 해가 지나, 2023년 7월 15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 2 지하차도가 침수되면서 14명이 숨지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또 나고 말았다.
폭우가 오거나 범람이 있어도 지하공간 인명피해가 없도록 방수 대책을 마련하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일까. 제대로 된 행동 요령을 충분히 알리고 피해를 막을 수 있기까지 도대체 얼마나 많은 희생자가 나와야 하는가. 더 이상의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평소에도 국민들에게 알려야 할 것을 더 많이, 더 자주 알려야 한다. 그게 재난방송이 재난 때만이 아니라, 평시에도 예방과 대비를 위해 안전교육이 더욱 필요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