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근무 체계라도 제대로

시스템과 워크플로우를 바꾸자(2)

by 가을하늘

재난의 발생은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있는 것도 아니고, 휴일도 가리지 않는다. 24시간 365일 대비가 필요하다. 그리고 일단 발생했을 때 신속한 대응으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면 늘 만반의 준비를 한 상태로 대기 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언론사들은 대부분 경쟁사와 특종 경쟁이나 속보 경쟁, 메인뉴스 시청률 경쟁 등을 하며, ‘9to6’ 형태의 통상근무를 기본 형태로 일을 한다. 여기에 부서별로 당번을 정해 아침에 좀 더 일찍 출근케 하거나 야간에 좀 늦게까지 남겨 시간외 근로를 하도록 하는 식이다. 그리고, 심야 취약 시간대엔 최소한의 인원만 남겨 ‘당직근무’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는 재난 발생 시에 대비하기 위한 인력이라기보다는 야간과 휴일에 편성되어 있는 정규 뉴스를 하기 위한 인력들이다.

24시간 재난 발생에 전천후로 대응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근무시스템은 ‘교대근무’라 할 수 있다. 24시간을 셋으로 나눠 한 조가 8시간씩 근무하고 4개 조 또는 5개 조로 운영하는 형태인데, 기술국의 경우 이미 오래전부터 4조 3교대로 나눠 부조정실에 투입돼 근무를 하고 있다.

교대근무는 연중 무휴로 로테이션으로 돌아가는 전천후 근무형태이기 때문에 평일이건 주말이건, 밤낮을 막론하고 늘 대응 인력이 있다.

그러나 교대근무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낮에 일하는 사람 수만큼 밤에도 휴일에도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 년에 몇 번, 자주 있지도 않은 재난방송을 위해 밤낮 없이 평일 휴일 없이 돌아가는 교대근무 시스템을 만든다면 많은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더욱이 보도국 기자들은 이런 교대근무가 언론사 기자들의 근무형태로 적합하지 않다고 여긴다. 실제로도 우리나라 어느 방송국도 취재 기자들이 교대근무를 하는 곳은 없다. 재난방송 대비를 위해선 가장 이상적이지만, 가장 비효율적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대안으로 생각해 볼 만한 게, 취약시간대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당직 근무 인원 외에 쉬고 있는 직원들에게도 출근을 명할 수 있도록 하는 ‘비상근무’ 체계다. 이것이 임의로 지어낸 말이 아니라, 국가공무원 복무규칙 등 현행 법령에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이미 운용하고 있는 용어이다.

이를 보면, 비상근무는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비상사태가 발생하였거나 발생이 임박하여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경우 비상근무 제1호를,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비상사태와 관련된 긴장이 고조된 경우와, 천재지변이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사회불안이 조성되고 사회질서가 교란될 우려가 있는 경우 비상근무 제2호를 발령하도록 되어 있다. 이하 순차적으로 제3호와 제4호도 규정되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요건에 따라 비상근무가 발령되면, 기관장 보고와 함께 필요한 해당 인원이나 전 직원의 비상소집 연락을 하여야 한다.

정부 부처를 비롯, 공기업이나 공공기관도 대부분 이 국가공무원 복무규칙과 대동소이한 비상근무 규정을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이런 비상근무 조항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비상근무 발령 시 출근해야 하는 대상자를 미리 순서대로 정해놓고, 그 대상자들을 소집하는 훈련을 제대로 해야 한다. 그 대상자를 미리 순서대로 정해놓지도 않았고, 이렇다 할 훈련도 하지 않고 있다면, 현실적으로 비상근무 체제를 제대로 운영하고 있지 않다는 말과 같다. 이런 곳은 정부 부처건, 공공기관이건, 방송사건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비상소집과 비상근무를 해야 할 정도로 엄청난 재난이 발생하지 않으면, 얼마 후 점점 이 용어조차 까마득히 잊혀진다. 아무도 문제로 여기지 않고 넘어가고, 아무도 눈치채는 이가 없으며, 겉보기엔 지극히 ‘잘 대비하고 있는 듯’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시간은 지나간다.

실제로 아무 재난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다행이지만, 일은 또 터질 수밖에 없다. 그제야 다시 매뉴얼을 찾아보고 새삼 이런 조항이 있었음을 깨달아봤자 그땐 이미 늦다. 이런 일이 수십 년간 반복 되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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