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PR과 인생이 뭔 상관인가?

마라톤에서 배운 나의 인생 교훈

by 인생시즌투

(5월에 마라톤 PR 달성하고 쓴 글인데 뭐 대단한 글을 쓰고 싶었는지 고쳐써서 올리려다가 뒤늦에 올린다. 힘이 너무 들어가면 뭐가 제대로 되는 법이 없다는걸 알며서 실천을 못한게다.)


Orange County로 이사오고 나서 작년에 OC Marathon을 처음 뛰고 올해 두번째로 뛰었다. 내년도 등록을 해두었으니 이제 연례행사가 될것 같다. 예전 Bay Area에 살때 SF Marathon을 두번 뛰어본적이 있다. 처음 뛰었을때는 정말 엉망진창이었고 달리다 무릎이 나가서 마지막 6-7마일은 무릎나간 오른발을 질질 끌면서 걸어 들어왔다.


5시간 30분


몇시간씩 기다려준 가족에게 미안했던 마음만 기억에 남는다. 오기로 다음해에도 바로 도전을 했다. 초반에 오버페이스를 하는 바람에 후반은 거의 슬로우모션으로 뛰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부상도 없고 걷지는 않았다.


4시간 30분


그래도 한시간이나 줄였다. 그리고 한동안 대회에 나가지는 않고 그냥 꾸준히 뛰기만 했다. 기록에 연연하지 않고 그냥 뛰고 싶을때 편하게 뛰는게 좋았다. 특별한 목표없이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가진 나만의 소소한 취미 같은거였다.


한참 시간이 흘러 오랜만에 풀코스 마라톤에 도전해보고 싶어졌다. 사업에 실패하고 난 후에 무언가 성취감을 줄것이 필요하기도 했다. 나름 훈련 계획도 짜고 부지런히 준비해서 기록은 나아졌다.


4시간 10분


하지만 이번에도 후반에 페이스가 떨어졌고 막판에는 다리에 쥐가 날뻔했다.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하던대로 해서는 더 이상 나아지지 않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인슈타인이 그랬다지 않는가. 같은 짓을 계속하면서 뭔가 나아지길 바라는게 미친짓이라고.


"Insanity is doing the same thing over and over again and expecting different results." - Albert Einstein


그래서 이번엔 training에 관한 정보를 많이 찾아보고 처음 시작할때처럼 공부했다. 뛰는것 이외에 strength training, nutrition, stretching, running shoes 등등에도 신경을 쓰면서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보았다. 워밍업 쿨다운을 꼭 빼먹지 않았고, base running과 interval/threshold의 밸런스도 잘 지켰고, 장거리 뛸때 에너지 젤과 electorylye 섭취를 놓치지 않았다. 그게 잘 먹혔던지 그동안 꼭 해보고 싶었던 sub4를 달성했다. carb loading을 너무 열씸히 했는지 달리다 화장실로 잠깐 가야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뤄낸 결과라 기분이 좋고 뿌듯했다.


3시간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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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고 나서 뭐가 잘된건지 복기를 해보면서 마라톤이라는게 참 인생을 사는것과 그리고 사업을 하는것과 비슷한 부분이 참 많다는걸 깨달았다. 그중 몇가지 정리해본다.


1. 느리게 많이 뛰어야 빠르게 뛸수 있다. 달리기 능력은 느린 달리기를 대부분 뛰고 일부 속도 훈련을 할때 향상된다. 빠른 속도로만 뛰면 결코 더 빨리 뛸수 없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른바 zone 2 running을 할때 우리 몸은 에너지원으로 carb이 아닌 fat을 쓰는 모드로 가게 된다. 이 모드에서 훈련이 충분히 되어야 실제 뛸때 hybrid, 즉 carb과 fat을 같이 써서 훨씬더 효율적으로 뛸수 있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천천히 뛰는 훈련을 충분히 해야 오래동안 뛰는 마라톤 운동(인생도 마찬가지)에서는 결론적으로 더 빨리 뛸수 있게 되는것이다. 인생도 어떻게 늘 100% 힘을 주고 살수 있겠는가. 슬슬 가는 법을 배워야 인생을 더 멀리 더 큰 성취를 할수 있는 법이다.


2. recovery, 즉 잘쉬고 회복하는게 많이 달리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회복능력 즉, resilience가 마라톤과 같은 endurance sports에서 매우 중요하다. 인생도 마찬가지. 어려운 일은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진짜 중요한건 어려운일을 피하는것이 아니라, 그 상황에서 얼마나 건강하게 회복할수 있느냐 하는 회복력이다.


3. 초반에 힘을 빼야 나중에 제대로 달릴수 있다.

마라톤도 인생도 긴 여정이다. 완주하려면 거기에 기록을 향상시키고 싶다면, 초반에 힘을 아끼고 후반에 더 빨리 달릴수 있어야 한다. 이걸 마라톤에서는 negative split이라고 하는데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알고 또 그날 몸 상태를 제대로 읽을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게 생각보다 어렵다. 즉, 자신의 능력을 정확히 알고 거기에 맞는 페이스를 찾아야 완주할수 있다. 인생이나 일도 마찬가지 아닌가. 나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인지하고 부족함을 받아들여야 성장할수 있다. 오만과 과신의 끝은 부상일 뿐이다.


4. 나에게 맞는 방법은 따로 있다. 남들의 성공담이 아니라 나만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

mid-foot이 맞느냐 rear-foot이 맞느냐? 카본화는 초보는 신으면 안되는가 신어야 하는가? static vs. dynamic streching? caffeine이 달리는데 좋은지 나쁜지? 아직도 진행중인 논쟁거리들이 많다. 그런데 이런 논쟁들을 결국 나한테 어떤게 맞느냐의 문제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도 다른 이야기를 하는데 그럼 어떻게 하란 말인가? 결국 직접 부딪혀 실험해보고 나한테 맞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야한다. 삶도 그렇지 않은가? 남들의 성공한 삶을 똑같이 산다고 내가 성공할수는 없는 법이다.


5. tapering. 실제 레이스 1-2주전부터는 운동량을 줄여야 한다. 모든 일은 그에 맞는 때가 있다.

경험해보기전에 받아들이기 어려운 충고인데 무조건 열씸히가 아니라 때에 맞게 현명하게 행동하라는 것이다. 평소에 충분한 훈련량을 쌓았다면, 레이스 직전에는 최고의 performance를 위해 운동량을 줄이면서 최대한 회복하면서 에너지를 축적(carb loading)해야한다. 그런데 이것은 믿음의 영역이다. 왜냐하면 26.2마일을 뛰어야 하는데 나는 한번도 26.2마일을 뛰어 본적이 없는데 마지막 1-2주는 운동량을 줄이라고? 믿기가 어렵다. 하지만 평소에 충분히 운동을 했던것을 믿고 최고의 컨디션을 만드는데 집중해야한다. 힘을 줄때와 뺄때를 정확히 알아야 인생에서도 성공할수 있다.


나의 다음 목표는 3시간 45분이다.


욕심내지 않고 1년에 15분씩 줄여볼 생각이다. 무리해서 도전해볼수 있긴하다. 그런데 지금 나의 목표는 어떤 기록을 깨고 그걸 자랑스러워하는것(도 있지만)보다는 부상당해서 몇주동안 못뛰는 일 없이 달리는 즐거움을 놓치지 않으면서 꾸준히 뛸수 있는것이다. 꾸준히 뛰는 즐거움을 누리는것이 나의 메인 요리이고 기록에 도전하는것은 양념 혹은 소스인것이다.


당신의 인생에 있어 "마라톤"은 무엇이고 그것의 "진정한 목표"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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