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뻑곰 Jan 06. 2024

안녕, 플린스톤 -2-

프린스가 쓰던 텔레는 Hohner? 사에서 만든 텔레로 기억하고 있는데, 이 텔레는 H.S Anderson이라는 일본 회사에서 만든 것이었다. 헤드 스톡과 로고만 다를 뿐 그때의 외관 복각을 굉장히 잘 재현해 냈다. 판매자 분 작업실에서 펜더 블루스 주니어에 물려 연주했을 때의 그 감동이… Purple Rain의 한 소절을 연주하는데 진짜 그런 펑펑 튀어나가는 듯한 힘차고 날 선 톤이 쏟아져 나왔다. 그렇게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쿨하게 구매하고서 장관님이 있는 맥도날드로 날아가 한껏 자랑을 늘어놓았다.


https://youtu.be/JPGVD7Yy3Ys?si=aCemVn5aSSSZKFCS

프린스의 포풍간지 솔로 한번 듣고 가세요.

사진이 실물을 담기에는 너무너무 부족했다. 호피무늬의 픽가드가 진짜 매력덩어리였다. 장관님의 마이너 한 취향이 날 세뇌시킨 건 아닐까 했지만, 외관이 생각보다 너무 예뻤고, 소리는 말할 것도 없었다. 특히 프론트 픽업이… 미쳤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고출력인데도 그 쫄깃함까지 놓치지 않은 찹쌀떡 같은 픽업이다. 나중에 스펙을 알게 된 것이지만, 누노 베텐코트의 시그니쳐 기타인 ‘N4’에 설치된 픽업을 설계한 빌로렌스 할아버지의 작품이라고 한다. 이렇게 쫄깃하고 파워풀하고 맛있는 싱글 픽업을 다시는 만나보지 못할 거야.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다.


그렇게 이름도 프린스 + 플린스톤 가족을 더해서

플린스톤으로 지어주었다(나는 기타에 이름을 잘 짓지 않는다. 장관님의 메인 취미 중 하나다…).


합주날 기쁜 마음으로 기타를 데려왔고, 소리는 정말 만족스러운 데다가 멤버들도 소리에 대한 칭찬이 확실해서 기분이 엄청 좋았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우리 플린스톤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했다는 것을 알게 된 건 구매일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3~12번 플렛부위의 1번 줄을 치기가 굉장히 불편하고 어려웠다. 프론트 픽업 옆구리에 1번줄이 계속 걸리는 건 픽업의 생김새도 그렇고 내 플레이가 구린 것이라고 판단할 여지가 있지만, 이게 보통의 컨디션이 아니라고 판단한 이후 바로 샵에 세팅을 맡겨보기로 했다.


“넥이 살짝 옆으로 바나나처럼 휘어있어요.”

“예…?”

“잘 만든 기타임엔 틀림이 없어요. 넥 포켓 유격도 하나 없고요. 그런데 넥 목재를 건조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던 것 같아요. 이건 트러스로드를 조정해서 해결할 단계가 아닙니다. 처음부터 공정이 잘못됐어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이었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했다. 전 판매자분은 이 기타의 결함에 대해 모르고 계셨던 것 같아, 장문의 문자로 기타 세팅에 대한 결과를 요약한 글을 문자로 조심스럽게 보내드리며 환불 문의를 드렸다. 판매자 분도 그런 문제가 있는 줄 몰랐다며 흔쾌히 환불 문의에 응해 주셨다. 지금 생각해도 급작스러우셨을 것 같고 조금 죄송한 마음이기도 하다. 환불 전에 이 기타의 보증서를 찾아 일본 담당자의 이메일을 알아냈고, 기타 넥에 대한 증상을 상세히 적어서 메일을 보냈고, 담당자의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넥 교체는 현재 공장 주문이 밀려있어, 2년 이후에 가능합니다. 기타를 일단 보내주시면 꼭 조치해 드리겠습니다. 견적금액은 관부가세를 제외한 8만 엔입니다. 감사합니다.”


보증기간이 지나 무료로 해결해 줄 것 같지는 않았으나, 금액도 그렇고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결국 환불에 대한 의지는 더 확고해졌다. 그리고 환불의 날이 다가왔다. 막상 떠내 보내려 하니 시원섭섭한 감정은 가실 줄 몰랐다. 전주인분과 잘 인사드린 뒤, 떠나는 플린스톤을 보고 밀려드는 상실감에 담배 한 대를 쓱 꺼내 불을 붙였더랬다. 그리고 계좌에 다시 들어온 200만 원을 보니 괜히 더 씁쓸한 마음이 들어 진짜 그날은 속이 쓰린 채로 복층에서 잠에 들었다. 지금은 다시 주인의 품으로 돌아가 행복하길 바란다. 안녕, 플린스톤.









매거진의 이전글 안녕, 플린스톤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