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 천국의 문턱
정말 내게는 꿈에 그리던 그곳
뭍 악기쟁이들이라면 한 번쯤 꼭 가보고 싶어 안달이 난 곳
그래, 악기를 잡은 지 2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오챠노미즈 악기거리에 다녀온 것이다.
연주하고 싶은 친구들이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많았지만
여행은 짧고 악기 투어 일정은 그중에서도 일부일 뿐
악기점 투어의 목적을 하나쯤은 분명히 정해야 했다.
그래서
깁슨 구경
저렴하고 쓸만한 모듈레이션 계열 중고 이펙터
를 메인 사냥감으로 정했다…!
비단 나 혼자만의 여행이 아니었으므로, 동행하는 여자친구에게도 TMI 없이 알잘딱으로 잘 설명하면서 넘어갈 수 있는 지혜와 말발 그리고 배려가 필요했다. 이는 이 글을 읽는 여러분 중 동행인이 있을 경우 매우 당연하게 베풀어야 할 덕목이며, 같이 따라와 준 동반자에게 상시 감사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훈계하듯이 얘기해 놓고 정작 나는 진성 오타쿠라 그런지 이런 것들을 잘 지키지 못하지만, 배려하는 점만큼은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 나? 나는 여자친구에게 지금도 선처를 바라는 편이다.
일본 여행 중 둘째 날에 정한 여행 코스는 아래와 같다.
이케부쿠로 숙소에서 출발하여 칸다 역으로 향해 숙소에 체크인한 다음, 칸다 고서적 거리와 문구점을 구경한 뒤 칸다와 오챠노미즈에 맞닿아 있는 악기점에 들르기로 했다. 그곳은 바로 언젠가 친구가 내게 얘기해 준, 쿠로사와 악기에서 깁슨 및 에피폰만 취급하는 쿠로사와-G클럽이라는 미친 가게였다. 그다음 중간 일정을 소화하고 다시 오챠노미즈로 돌아와 몇몇 중고 악기 가게를 1시간 남짓 구경하는 것이 목표였다.
여자친구와 첫 도쿄(칸토 지방) 여행이기도 했고, 그만큼 휴양보다 관광에 비중을 더 두고 열심히 돌아다녀야 했기에 여행 일정은 제법 치밀하게 짜여있었다. 여자 친구는 그중 소중한 몇 시간을 악기 구경에 할애하게 해 준 것이다. 내가 먼저 나서서 원하는 것을 얘기하는 성격이 아니기에 이런 배려에 나는 겉으로 표현은 잘 못할지언정 속으로는 내심 매우 매우 감사하다.
숙소에서 한창 30분을 걸어 칸다 문구거리에 있는 다이소에 들르기도 하고… 펜을 구경하기도 하고…
그렇게 대로변에 맞닿은 거리를 마주했을 때, 웅장하게 서 있는 한 5층짜리 건물을 보고 나는 심장의 요동침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이대로라면 나는 이 엄청난 흥분감에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 타지에서 객사할지도 몰랐다.
보이는가? 이 알 수 없는 위압감과 미칠듯한 행복을 동시에 느낄 기회는 인생에서 그리 많지 않다. 깁슨만 취급하는 가게라고? 나 같은 깁슨 빠돌이는 건물의 외벽에 비치된 깁슨 현수막을 1초만 봐도 위아래로 눈물이 난다. 그래도 타국의 횡단보도에 그런 부끄러운 실례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눈물샘과 전립선을 조이고 한걸음 한걸음 쿠로사와 G-Club의 앞으로 발을 내디뎠다. 실제로 나는 너무너무 기쁨에 몸을 떨어서 장관님의 팔에 안겨 힘겹게 걸음을 옮길 지경이었다는 것만 알아줘…!
간신히 심장을 부여잡으며 1층 매장으로 들어섰을 때, 깁슨 SG와 플라잉 브이, 비교적 신제품군의 레스폴, 에피폰 제품군들과 중고 이펙터 제품들, 액세서리들이 나를 반겼다.
"와..."
"......"
"천국이 너무 가깝습니다, 으악!"
다음 화에 계속됩니다.
Photo by Jinhee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