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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뻑곰 Sep 28. 2024

두근두근 오챠노미즈 악기거리 탐방기

2편 : 갈아입을 바지를 가져다 주세요

두근두근 오챠노미즈 악기거리 탐방기 1편 에서 이어집니다.


쿠로사와 G클럽에서 가장 시연해보고 싶던 악기는 통상적으로 생각나는 레스폴이 아닌 다른 악기들이었다. 대표적으로 스테이플러 픽업과 P90픽업으로 무장한 54 블랙뷰티, 그리고 미니험버커가 장착된 디럭스, 내가 제일 좋아했던 두 밴드의 프론트맨이 쓰던 레스폴 스페셜. 그 외에 브이라든가, 파이어버드라든가… 나이트호크같은 극비주류 모델들도 좋다. 한없이 적다보니 굳이 특정 악기를 치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그냥 다양한 깁슨을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이라고 보는게 더 맞을 것이다.


매장에는 5~6인승의 작은 엘리베이터도 있어서 일단 5층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각 층을 구경하며 내려가면서 가게를 둘러볼 심산이었다.

기다려라 크킄


악기점 사진은 가격 노출의 문제로 엄격히 제한되어 있어 촬영을 허락받은 층의 일부만 업로드합니다


4층

4층에 내려서 보니 어쿠스틱 기타들이 가득했다.

깁슨 어쿠스틱기타는 버스트 계열이나 검정색 정도의 제한된 색상만 있는 줄 알았는데 굉장히 쨍한 녹색의 기타도 있었고(J45였나 그랬던것 같은데, 잘 기억은 나지 않는다), 다양한 기타들이 즐비했다. 아름다운 자태에 사진을 찍고 싶어 여쭈어보았지만, 안된다는 직원분의 단호한 답변에(아마 판매사이트에 올리지 않은 기타들도 있을 것이고, 한정판인 모델들이나 가격표 공개가 꺼려지는 모델이 있어서 그런게 아닐까 하는 추측) 눈물을 흘리며 눈으로만 담았다. 여튼, 한국에 비해 자유로운 시연은 장점이지만 사진은 역시 상품인 만큼 예민한 사항이니 눈으로만 즐기도록 하자.



3층

사실 어쿠스틱기타에는 큰 관심이 없어서(허허 일렉 최고) 3층으로 통하는 계단으로 내려오려던 찰나, 엄청난 수의 사인이 액자로 걸려있었다.

모두 한 끗발 날리던 아티스트인 것 같다!(모르는 분들이 많았으나 슈퍼비버도 있고 시샤모도 있다…!), 그 중에서 제일 놀랐던건 유명한 만화가인 우라사와 나오키의 사인이었다. 사진에서는 중앙 3열에 있는 적색 액자이다.


우라사와 나오키가 깁슨이랑 무슨 연관이 있는걸까 하여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실제로 깁슨 통기타를 메고 공연도 하고 있는 사진도 심심찮게 보였다. 그제서야 저 사인의 존재가 납득이 가기 시작했다. 한 분야에서 정점을 찍은 사람임에도 다른 취미까지 열심히 하는 것은 솔직히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설정 붕괴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런 성실한 삶을 나같은 놈팽이에게도 나눠주었으면.


아티스트들의 사인이 빼곡히 벽에 걸린 나선형의 계단을 내려오며 4층에 도착했을 때, 그곳에 무엇이 있었는지 기억은 잘 안나지만, 사진 시간대를 보아하니 할로우 계열 기타들이 포진해 있는 층이었다. ES-335 의 사돈의 팔촌의 조카들이 널린 것은 물론, 깁슨의 쌈@뽕한 할로우 기타 라인업에 눈이 멀어버릴 지경이었다.


햐… (마음같아선 투명인간으로 변해서 호이포이캡슐에 10대만 훔ㅊ...)

L5. 이 기타로 Somewhere over the rainbow를 연주한 에릭클랩튼이 떠올랐다. 옆에서 공손하게 인사하던 나단 이스트도 덤으로 떠오르게 된다.



하지만 335는 코로나가 발병하기 전인 19년도 즈음, 오사카에 있는 아메무라 미키악기에서 제대로 시연해본 경험이 있는 바. 이번에는 트리니 로페즈 리이슈 335를 시연해보기로 결정하였다. 다이아몬드 홀에 파이어버드 헤드가 달린 괴상한 조합…! 하지만 소리는 너무나도 만족스럽다.

트리니 로페즈 리이슈 335 시연 중

흔히 깁슨에는 마샬앰프라고 하지만(워낙 스탠다드하고 훌륭한 조합이다), 펜더앰프도 상당히 매력있다. 펜더 디럭스 리버브에 335 조합은 처음 듣는 오묘함과 아름다움이 있었다. 은근히 크랭크업된 사운드가 마샬과는 또다른 댄디함이 있다고나 할까? 또랑한 음색이 민들레 홀씨처럼 내 마음에 사뿐히 안착하는 느낌? 클린톤의 덩어리감이 굉장히 푸근하고 땡땡하다. 레이크로 줄을 슥 긁을 때 나오는 끈끈이 주걱같은 흡착감이 나를 미치게 했다.


깊은 감동을 안고 2층으로 가려니, 심장 박동이 주체가 안된다. 심실세동에 걸린걸까? 누가 날 좀 구해주세요!



"......"


작작 좀 이쁘라고 팍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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