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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미리 Nov 09. 2021

글쓰기도 인연을 만들어야

 씨앗의 발아

   

  글쓰기와의 인연이 오래되었다. 초등학교 시절 특별활동 시간이 있었다. 그 어느 것에도 관심이 없다는 것을 선생님은 진즉에 알았을까.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선생님은 글짓기 반으로 나를 배정해주었다.     


  입학하자마자 홍역을 앓았던 나는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 몸이 회복되어 학교에 왔을 때는 기초적인 것들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뒤처졌고 동급생들과도 겉돌았다. 할 수 있는 것보다 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았다.   

 

  글짓기 반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기억이 없다. 아무것에도 흥미가 없었다. 다만 그때 글짓기란 아주 작은 씨앗을 심었다는 것을 세월이 흐르면서 알게 되었다.  

   

  집에서 학교까지는 걸어서 한 시간 정도 걸렸다. 도로가 개설되지 않는 농로 길을 혼자서 하염없이 걷다 보면 수만 가지 생각들이 나를 따라왔다. 걷다가 지치면 길가에 앉아 네 잎 클로버를 찾기도 하고, 잠자리를 쫓기도 하고, 하천의 물고기를 따라가기도 했다. 시골에 살았지만 또래 친구들이 없었기에 혼자만의 시간에 갇혀 살았다.    


  둥근 캔 속에 갇혀서 누군가 캔 뚜껑을 열어주기 전에는 나오지 못하는 그 무엇처럼 그냥 그렇게 깨어나지 못하고 내 속에 갇혀 살았던 것 같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책을 좋아하는 담임선생님을 만나 내 주장을 하고 잘못된 것들을 당당히 물었던 시간이 잠깐 있었다.    


  무엇을 하겠다는 갈망도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시간에 갇혀 살았다. 방과 후 산에 가서 나무를 하고 아궁이에 불을 때서 밥을 하고 반찬을 만들고 집안일을 하며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는 부모님을 기다렸다. 그러다 허기진 배를 움켜진 동생들과 싸우기도 했다. 그렇게 초등학교 시절은 의미 없이 흘러갔다.     


  중학생이 되었으나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다만 등교를 하면 운동화 앞부분을 칫솔로 문질러 깨끗하게 씻어 신발장에 넣고 교실로 들어간다는 것이 달라지긴 했다. 다행히 하교하는 시간이 늦어져서 집안일을 하는 시간은 줄어들었다.    


  중학교에 입학하고 자주 아팠다. 덕분에 단체로 벌을 받는 일에 제외되었다. 몸이 약하다는 이유로 담임선생님은 특별한 배려를 해주셨다. 또래 아이들처럼 좋아하는 연예인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다른 그 무엇에 관심이 있는 것도 없었다.     


  다만 글짓기는 하고 싶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세월이 흐를수록 글짓기에 대한 갈망이 내 가슴속에서 새싹처럼 움이 트고 있었다. 콩나물이 머리를 내미는 것처럼 아주 조금씩 그렇게 자라고 있었다.  

   

  글쓰기를 하고 싶은 사람들도 나처럼 글쓰기와의 인연이 분명 있었으리라고 생각한다. 본인은 기억나지 않지만 씨앗 같은 것이 심어져 있을 것이다. 언젠가는 발아될 날만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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