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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미리 Feb 26. 2022

너무 오래되면 묵은내가 난다

글맛이 떨어진다

     

   보통 추석이 다가오면 햅쌀이 나오기 시작한다. 햅쌀로 한 밥은 냄새부터 다르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후각을 자극해오는 냄새에 반찬이 없어도 이 맛있다. 햅쌀 한 공기로도 허기진 배가 채워진다. 시장이 반찬이란 말이 아니더라도 햅쌀로 지은 밥은 군침을 돌게 하기에 충분하다.     


  들녘이 황금으로 변하면 본격적으로 가을걷이가 시작된다. 황금들판의 벼들이 조금씩 베어지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쌀 방아를 찧기 시작한다. 곳간은 햅쌀로 채워지고 묵은쌀은 곳간에서 나온다. 그때쯤이면 어르신들은 가래떡이나 떡볶이 떡을 만들어 주셨다. 냉동고에 채워 넣고 간식거리가 되었다. 주식이 아닌 간식, 같은 쌀인데 햅쌀과 묵은쌀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진다.     


  그 묵은쌀을 보면서 알게 되었다. 글이란 것도 써놓은 지가 오래되면 묵은쌀처럼 독자가 읽을 때 맛이 떨어진다. 무슨 글이 밥도 아니고 맛이 떨어진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글에는 글을 쓰는 시대상과 사회상이 반영된다. 시기에 따라 유행이 달라지듯이 트렌드라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어휘나 문장 또한 대중의 눈높이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써놓은 지 오래된 글은 퇴고를 해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물론 글에는 시대상과 사회상이 반영되기 때문에 꼭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워낙 빠르게 변하는 시대인만큼 언제 어느 때 든 시대나 사회를 거슬러 올라 읽을 수 있는 글이면 더 좋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시대나 사회가 원하는 어휘나 문체가 아닐 수 있다는 뜻이다.      


  맛있던 쌀이 해를 넘기면서 묵은내가 나듯이 글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것을 미리 생각하면서 글을 쓰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막상 작품을 완성하여 제출해도 책으로 발간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글을 퇴고하면서 이런 사소한 일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는 뜻이다. 맛있던 밥이 아니라 간식으로 변하는 메뉴가 되듯이 작품 역시 마찬가지로 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글을 쓸 때 가장 기본적인 표준말에 준용하여 쓰는 일도 잘 챙겨보자. 물론 사투리를 써야 할 때도 있다. 예를 들면 다른 지방에서 접하는 사투리가 작품 내용의 주제가 된다면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면 표준말로 썼을 때 이런 문체들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도 있다.    

 

  어휘란 ‘아’ 다르고 ‘어’ 다르다.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남’이 된다는 유행가 가사가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 어휘 하나를 사용할 때도 의미상 같은 뜻이라면 읽었을 때 부드럽게 읽히는지 막힘이 없는지도 독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봐야 한다.     


  다시 말해 작품을 써 놓고 책으로 완성되어 독자가 읽을 수 있을 때까지는 시일이 걸린다. 그 작품에서 묵은내가 났을 때를 대비하면서 글을 써야 한다. 어느 정도 작품이 모이면 책으로 발간하여 독자에게 돌려주는 일이 필요하다. 책으로 완성되는 일이 너무 늦어지지 않아야 하리라.



(사진 픽사베이 무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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