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밖의 풍경』 시집
박노식 시인이 세 번째 시집『마음 밖의 풍경』을 출간했다. 마음 밖 아닌 것이 어디에 있으랴. 헤아리며 시인의 「벗」이란 시를 읽어본다.
벗 / 박노식
어느 봄날에 움직거리는 그림자들을 집에 들인 적이 있었다
말없이 내가 앓고 있었지만 뜻밖에 그들이 찾아주었다
장다리꽃과 작은 물푸레나무와 흰나비와 어린 새와 양떼구름과 개불알풀,
우리가 늦은 오찬을 마칠 즈음,
동구 밖 개울물이 조그만 창문을 열고 화음을 흘려보내 주어서 울컥했다
다정한 마음은 눈물을 만들고
방에 갇힌 나의 심장이 벗들을 껴안고 오래 놓아주지 않았다
「벗」이란 시를 읽다가 문득 시인의 벗들이 궁금해졌다. 봄이 온 탓일까 시인은 말없이 앓고 있었지만, “움직거리는 그림자들을 집에 들인 적이 있었다”, 마음 밖의 것들이 뜻밖에 마음 안으로 들어와 위로를 주는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그들은 “장다리꽃과 작은 물푸레나무와 흰나비와 어린 새와 양떼구름과 개불알풀”이다. 꽃과 나무, 나비와 새, 구름과 풀이다. 한마디로 자연의 것들이 기쁜 소식처럼 시인을 찾아주었다. 정확히는 말없이 앓고 있는 시인의 마음 안으로 저항할 사이도 없이 스며든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다정한 우리가 된다. “우리가 늦은 오찬을 마칠 즈음”, “ 동구 밖 개울물”도 위로의 “화음”을 흘려보내 시인의 마음 안에 있는 심장을 은근히 흔들었던 모양이다.
“껴안고 오래 놓아주지”않을 정도의 깊은 다정함을 느꼈을까. 말없이 그들은 시인을 오래 바라봐 주었을까. 오래 놓아주지 못한 것을 보면 마음 안의 것들이 흔들렸나 보다. “벗”이란 이렇게 자연스럽게 마음 안으로 스미는 존재다.
자연을 벗 삼아 살고 있는 시인에게 있어 벗이란, 무릇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무위자연(無爲自然)을 노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