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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미리 Jan 15. 2023

“대행사”를 보면서 “ 단 한 문장으로 말해봐”

 

  대행사를 보면서 “ 단 한 문장으로 말해봐     


  우연히 이보영이 나오는 드라마 대행사를 보게 되었다. 주인공 이보영이 살아가는 방식이 안타까워서 빠져들었다. 야간진료하는 병원에 들러 졸피뎀을 처방받고, 집으로 돌아와 소주를 안주 없이 먹는 여자. 냉장고에는 소주병과 소쇄지 종류의 안주만 있었다. 향정신성의약품이 종류별로 있고 핸드백에도 그런 약품을 넣어 가지고 다니는 여자다. 졸피뎀을 처방받으면서 술과 먹으면 안 된다고 의사가 지시사항을 말했음에도 안주 없는 소주를 먹고 나서 약을 먹고 잠이 든 줄 알았는데 밤샘하면서 일을 하는 여자.  

   

  어렵게 임원으로 승진을 하게 되었으나 일 년짜리 얼굴마담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울부짖다 사람답게 살고 싶어서 버린 향정신의약품을 찾아 쓰레기통을 뒤지는 여자.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기 위해 플랜을 짜는 이야기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어떤 사람들의 도움을 받게 될지 드라마니까 대중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임을 안다. 이보영을 보면서 졸피뎀을 먹는 현대인들이 참 많아졌다는 사실과 이제는 드라마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졸피뎀과 향정신성의약품을 보여주고 있다.      


  나는 이 드라마의 성공 여부가 중요하지 않다. 주인공이 졸피뎀과 향정신성의약품을 어떻게 끊고 제대로 일어서는지 그런 것들이 더 궁금하다. 아마도 그것이 궁금하여 다음 회를 보게 될 것 같다.     


  이보영은 공채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입사 시험을 받고 카피라이터로 입사했다. 입사 시험 문제가 소설을 쓴 작가의 의도와 문체, 내용을 100%에 맞춰 다음 문장을 작성해야 하는 문제였다. 이보영은 시험이 끝나가도록 단 한 줄도 쓰지 않고 있다가 시험이 끝날 무렵 답안지를 제출한다. 시험 감독관은 시험을 포기했느냐고 묻는다. 이 시험의 정답이면 단 한 줄이면 충분한 것 아니냐고? 이보영의 답이 걸작이다. 이보영이 쓴 정답은 “ 다음 주에 계속됩니다.”였다.     


  어떤 것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단 한 줄로 쓸 수 있는 능력, 그것이며 충분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좋아하는 일 말고 잘하는 일을 해야지”     


  “형용사, 부사 빼고 명사와 동사만으로 한 문장으로 말해봐”     


  이런 대화를 들으며 글을 쓰는 일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계속 쓸 것인가. 말 것인가. 늘 고민하며 방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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