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낯설지 않던 너 ]

by 전 율

저기 멀리서 보이는 모습을 본 순간 낯설지 않았다.

마치 오래전 어딘가에서 만난 적 있는 사람처럼.

그 순간, 내 머릿속에는 익숙한 감정이 새어 나왔다.

"우리... 어디서 본 적 있지 않아요?"

어색하게 꺼낸 질문이었다.


놀라기는커녕 오히려 살짝 미소 지으며,

"그러게요. 그런 기분이 들어요."


무언가 기억 저편 어딘가에서,

새록새록 기억들이 돌아오고 있는 거 같았다.

내가 알지 못하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이미 마주쳤던 것만 같았다.


처음 본 사람인데도, 손을 잡아도 어색하지 않았고,

함께 걷는 길이 낯설지 않았다.

마치 익숙했던 인연처럼,

이미 한 번 사랑했던 사람을 다시 만난 것처럼.

혹시 우리가 전생에 한 번쯤 사랑했던 사이였을까?

혹은 내가 오래전부터 너를 기다려온 걸까?

그렇게 우리는 함께 걷고, 이야기를 나누고,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가까워졌다.


운명이라 믿었다.

아니, 운명이어야만 했다.


어느 날, 나는 문득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네가 하는 말투,

익숙한 듯한 행동,

그 모든 것들이 어딘가 모르게 하나씩 어긋나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깨달았다.

이건 처음 만난 게 아니었다.

나는 너를 알고 있었다.

오래전, 아주 오래전,

기억 속에 묻어둔,

애써 잊어버린 그날.


너는 나의 과거였다.

그때 가슴속 깊어 묻어 두었던 인연,

끝나버린 이야기,

다시 돌아오지 않을 줄 알았던 그 순간들이

마치 운명처럼 또다시 내 앞에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었다.

이 길의 끝이 어디로 향하는지.

이렇게 다시 만난다고 해도,

결국 같은 결말을 맞이할 것이라는 걸.


그러니까,

이 만남이 설레면서도 이상하게 두려웠던 이유도

이토록 익숙하면서도 어딘가 불안했던 이유도

전부, 우리는 이미 한 번 끝난 사이였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에게 묻고 싶었다.

"이번에는, 우리 다를 수 있을까?"

너는 가만히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아무렇지 않은 듯 미소 지었지만 아무 대답이 없었다.

"...."


너의 이 두 손을 붙잡아도 되는 걸까?

아무것도 모르는


아무 상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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