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이야기
살면서 처음으로 경마장에 갔었다.
경마장에서 처음 본 말들은 근육질의 몸과 빛나는 털을 자랑하며,
위풍당당한 자태에 매료되었다.
하지만 경기를 지켜볼수록,
경주마의 질주에는 어딘가 먼지모를 쓸쓸함이 깃들어 있었다.
누군가의 신호에 따라 문이 열리고, 말들은 앞만 보고 내달렸다.
온몸을 던지듯 질주하는 모습은 마치 스스로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들은 정말 무엇을 위해, 결승선까지 내 달리는 걸까?
옆 말이 달리니까, 그냥 같이 달리는 건 아닐까?
분명 목표를 가지고 앞으로 내달리고 있는 거겠지?
그저 빠르게 달려야만 하는 존재.
순위가 밀리면 가치가 떨어지는 존재.
또한 그들은 블링커(Blinder) 불리는 가리개를 착용해.
말이 옆을 보지 못하도록 시야를 제한해 오직 앞만 보고 달리게 만든다.
오로지, 더 빠르게, 주변의 시선조차 보이지 않는 앞만 보고 가는 존재...
기수가 채찍을 휘두르면 말은 더 속도를 낸다.
등 뒤에서 쏟아지는 외침과 압박 속에서
그들은 더 이상 고민할 겨를도 없이 달려야만 한다.
멈추는 순간, 그들의 존재 이유가 사라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알게 모르게, 그들의 세상과 우리의 세상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옆 친구들이 공부하니, 나도 뒤처질까 봐 같이 공부하고,
경쟁에서 밀려나면, 내 존재 자체가 부정당하는 듯한 느낌이 들고,
그저 누군가의 기대와 압박 속에서 가리개를 한 채로 앞으로 내달리고 있는 우리
사회라는 거대한 트랙 위에서,
우리는 달려야만 하는 존재가 된다.
또한, 누군가의 기대와 압박 속에서 채찍질을 끊임없이 맞고 있다.
우리는 묻기 시작한다.
"나는 어디를 향해 달리고 있는 걸까?"
"이게 내가 원했던 길이 맞을까?"
"내가 스스로 뛰는 걸까, 아니면 누군가가 등을 떠미는 걸까?"
앞만 보고 달리는 삶
옆을 볼 시간도 없이,
뒤를 돌아볼 여유도 없이,
사회가 정해놓은 트랙을 따라
그저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 경주에서 1등을 하면 무엇이 남을까?
정말 행복할까?
채찍질 없이도,
누군가의 강요 없이도,
나는 계속 달릴 수 있을까?
오늘 경마장에서 본 말들은,
마치 우리와 너무 닮아 있어서
마음 한구석이 이상하게 쓰라렸다.
우리는 달려야만 한다고,
멈추면 안 된다고,
그렇게 믿으며 살아가고 있진 않을까?
하지만,
때로는 기수가 원하는 대로 내달리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누군가가 휘두르는 채찍으로 가 아니라
온전히 나의 의지대로, 나의 목표를 설정하고 한 발짝 내딛는 게
올바른 한걸음이지 않을까 싶다.
힘겹게 앞으로 내 달려왔던 인생이지만,
오늘 하루는
잠시 멈춰 서서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을 바라보고
한 발짝 걸어 가보는 연습을 해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