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흔 즈음에 ]

by 전 율

어느 날, 매일 마주하는 거울 앞에서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지...

20대에는 보이지 않던 주름이 어느새 자리 잡았다.

눈가와 입가에 새겨진 작은 선들은, 마치 세월이 새겨놓은 나이테 같았다.


이제는 이마 위로 올라간 헤어라인에 점점 무덤덤해지고 있다.

이러다 곧 반짝이는 두피로 가득 채워지는 건 아니겠지?


과음을 하고 난 다음 날 아침.

거울 속 내 얼굴에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피. 곤.'

눈 아래 칙칙한 다크서클이 마치 피로를 직접 적어 놓은 듯했다.

이 정도면 거울이 내게 말을 거는 수준 아닌가.


그렇다면..

난 세월에게 외모를 내어주고 무엇을 얻었을까.

너무 손해 보는 장사 아닌가..


그래도 마흔 즈음에 되돌아보니,

그래도 꽤 단단한 어른이 되어 가고 있는 거 같다.


여전히 흔들리고, 고민하고, 앞으로의 길을 찾고 있지만.

이제는 조금은 안다.

이제는 조금은 알 것도 같다.


조금 더 내려놓고 멀리서 나를 바라보는 법을


젊은 날엔 몰라서 불안했고, 초조했고, 온 세상 걱정이었다.

하지만, 그 모든 걱정과 고민도, 모두 조금 멀리서 바라보면 별일 아니었다.


이렇게 세월에게 얼굴을 내어주고, 가슴을 성장시켰다.

‘인생은 기브 앤 테이크다 ’

앞으로 무엇을 더 내어주고 무엇을 얻게 될지.. 기대가 된다.


그러기에,

아직은 살아야 할 이유가 많이 남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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