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저러실까?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내가 업무를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빠져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는 이런 경우, 당당히 요청한다. "이런 게 필요합니다." "이런 정보도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건 어떤 건지 알 수 있을까요?"와 같이 말이다. 기본적으로는 내가 지금 하는 업무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방향을 제시하는 편이다. 왜냐면 어쨌든 일을 성공적으로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에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어떤 부서의 장이다. 그는 타 부서 위에 군림하는 것 같은 언행을 할 때가 있다. "너희 이 따위로 해? 그럼 우리 안 해!" 이런 식으로 엄포를 놓는다. 이런 식의 소통을 하다 보면 업무에 대한 의욕이 뚝뚝 떨어지다 못해 지하를 뚫고 들어간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처음 말했듯이 일을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 그들이 원하는 기준을 물어본다. 그러면 십중팔구 명확한 답을 내주지도 못한다. 그들의 마음을 맞춰보라는 건가? 명확한 니즈가 없다면 서로 맞춰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맞춰가자는 말을 저렇게 하는 거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 저렇게 협조적이지 않은 걸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 회사는 처음 입사하면 OJT(On-the-job Training) 커리큘럼 속에서 제일 먼저 비즈니스 매너를 교육받는다. 나도 교육을 받았지만, 저런 의사소통 방식을 교육받은 적이 없다. 과연 어디서 배운 건가? 싶은 의문이 든다.
나는 개발자이기 때문에 기술 조직으로부터 문의가 자주 오곤 한다. 이런 문의들의 질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어떤 사람은 개발자가 짚어야 할 부분을 미리 어느 정도 짚은 다음 문의를 하는 반면, 모르는 건지 하지 않는 것인지 "해줘", "해결해 줘"라는 자세로 문의를 던지는 사람이 있다. 이런 문의를 받을 때면 속으로 한숨부터 나오지만, 입 밖으로 "너 이 따위로 문의를 해? 나 안 알려줘!"라는 식의 소통은 너무 당연하게도 하지 않는다. 아쉬운 문의를 받을 때면, 말 그대로 아쉽지만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확인해 보면 되는 일이다. 그게 내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절대 나 혼자 뚝딱거리며 해결하지 않는다. 아쉬운 문의를 하는 사람과 같이 공유하며 확인한다. "다음에 유사한 상황에서 이런 식으로 트러블 슈팅을 할 수 있다"라는 의도가 느껴지도록 말이다. 번거로울 수 있지만, 이렇게 하다 보면 어떤 사람은 다음에 유사한 상황에서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대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나도 당연히 부족한 부분이 있고, 타인의 기준에서는 더욱 부족하게 보일 수 있다. 그러면 매너 있게 요청하거나, 맞춰가거나 조언을 해줘도 된다. 오히려 매너 있는 자세로 말해줄 때, 스스로에 대한 부족함을 뼈저리게 깨닫고, 겸손해지며, 어떨 때는 창피함을 느낄 때도 있다.
같은 조직이라는 한배를 같이 탄 입장에서 저런 식의 태도는 어떤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까? 스스로 고민해 봐도 모르겠다. 저렇게 훼방을 놓으면서 자신이 받은 스트레스를 남한테 푸는 건가? 싶기도 하다. 아니면 인류애 가득한 마음으로 무슨 일을 겪어왔으면 저렇게나 고슴도치처럼 가시 돋친 반응을 쏟아내는 걸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