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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효과

by BBASCO

좋은 습관을 쌓는 것은 어렵지만 망가지는 건 생각보다 더 한순간이다. 어쩌면 그동안 쌓아온 노력들이 무슨 의미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내가 지금 그렇다 힘들게 많은 것들을 쌓아왔다. 누군가가 보기에 보잘 것 없을 수도 있지만 내 나름 열심히 성실하게 그리고 멋지게 살았고 그중에 내가 가장 자부심 있던 건 착하게 살았다는 것이다. 뭐 완전한 선은 없듯 나도 부끄러운 일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본질적 선을 타고난 것 처럼 선은 넘지 않았고 모두가 나를 좋은 사람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그런 시선에 부응이라도 하는 듯 나는 착하게, 그리고 나만의 낭만과 야망을 쫒으며 열심히 살아왔다. 그런데 무너지는 건 너무 한순간이더라.


나는 솔직히 말해 내가 착한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남들의 시선과 내가 쌓아온 것들에 의해 나는 착한 사람이라 불려져 왔고, 그들의 기대에 맞추어 크게 어긋나지 않게 살아온 것 뿐이다. 그럼 정말로 내가 생각하는 나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인가? 나는 도전과 야망이라 생각한다. 어쩌면 야망이 먼저 와야할 지 모르겠다. 난 야망이 정말 큰 사람이다. 그래왔고, 처참히 무너져 망가진 지금도 그렇다. 마치 토이스토리의 버즈가 자신이 그저 수많은 장난감 중 하나임을 깨달았음에도 자신은 하늘을 나는 버즈라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얼마나 야망이 컸냐면 '세상을 바꾸고 싶다'라는 것을 삶의 제 1 목표로 두는 사람이다. 게디가 20대 중반이 되기 직전까지도 나는 1조 6000억을 번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녔다. 론다 번의 '시크릿'을 너무 감명깊게 읽어서일까? 아니면 학생 때 아버지께서 사주진 '꿈꾸는 다락방'이 크게 뇌리에 박힌 탓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야망에 맞게 나는 다양한 도전을 해왔다. 물론 아주 거창하진 않다. 손정의 회장처럼 대학시절 20억을 발명으로 벌거나 저커버그처럼 페이스북을 만들지도 않았다. 그저 재수를 했고 미친듯이 했고, 실패했다. 그리고 다시 도전해서 또 좋은 성과를 얻었다. 재수를 실패했을 때만 해도 비교의 늪에 빠져 나의 위치에 한탄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도전했고 노력해서 좋은 결과를 얻어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내 인생의 변곡점이 왔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들어간 대학에서 창업동아리를 들고 학점도 잘 챙기고 연애도 잘 해나갔다. 성과도 좋았다. 과 생활도 나쁘지 않았고, 연애도 잘했고, 동아리에서도 임원을 했다. 학점도 과탑을 하는 등 자신감이 어께를 넓혀줘 운동이 필요없을 지경이었다. 물론 과장이다. 저정도의 자신감과 더불어 이 모든게 운이 좋아서 그랬고 내 실력은 저정도가 아니라는 생각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난 항상 성공했던 엘리트는 아니니까.


그리고 군대를 간다. 그리고 무너짐이 시작된다. 아니 어쩌면 그 전부터 차츰.. 무너지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이 무너짐의 핵심은 투자다. 나는 초등학교 시절 부모님께 모았던 돈을 투자해달라 부탁드렸고 2배의 수익을 거둔다. 여기서 재능이 있다는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물론 당시에는 그랬고 20대 초반까지도 그렇게 생각했는 듯하다. 그래서 평소 경제에 관심이 많았고 남들보다 조금 빠르게 투자공부를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알고 있던 선물투자의 존재와 원리가 나에게 독이 되었다. 20살이 넘어가고 돈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때론 알바로 장학금으로 작은 용돈으로... 그 돈을 조금씩 투자했었다. 잘 되었던 때도 있고 다 날린 적도 있었다. 물론 대부분 0으로 끝났지만. 그래도 나는 아까 말했듯 큰 야망과 도전을 가지고 있다. 다시 도전해보고 또 공부해봤다. 그때까지만 해도 투자로 날린 돈이 100도 안되었을 것이다. 가난한 집안에 무슨 큰 돈이 있었겠는가. 그런데 군대를 가고 이야기가 달라진다. 내가 군대를 갈 때에는 월급이 약 100만원 정도 될 때였는데 사회에서 60으로 월 식비와 생활비를 사용하다가 의식주를 모두 책임지며 주는 월 100은 아주 달콤했다. 하지만 짠돌이에 야망 큰 나는 이 돈을 투자했다. 수학적인 계산으로 보면 투자로 부자가 되는 것이 참 쉬워 보인다. 그렇게 300으로 첫 도전을 했다. 300을 다 잃더라도 군적금이 많이 남아 있으니까. 하지만 예외는 늘 온다. 낮은 레버리지로 두고 휴가를 갔다오니 청산이 되어 있더라. 청산이란 그냥 0원이 되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하... 이때 멈췄어야 한다. 근데 너무 억울하고 황당하니까 뇌를 빼고 다시 100이 넘는 금액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군대에서 집중이 잘 되겠는가? 시간은 또 얼마나 있겠는가? 그렇게 준비가 되지 않은 나의 투자는 끝이 났다. 물론 모든 것을 잃고... 군적금에서 빚을 제하니 0에 가깝게 전역을 했고 이제 그만하지고 했으나 대출을 내어 또 청산을 당하길 반복했다. 참 귀신에 홀린듯 그랬다. 물론 사채를 쓰거나 나쁜 돈을 빌린 건 아니지만 딱 그 직전까지의 빚이 생겼다. 세상도 참 원통스럽지 나의 실수이자 욕심의 업보임에 분명하지만 욕할 대상은 나와 하늘 뿐이니, 어찌 나를 욕하겠나. 더 이상 나를 욕했다가는 내가 어찌될지 모르겠는데.


근데 무너짐은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투자를 하며 배운 '추세'의 중요성을 일깨우듯 24년도의 나는 롤러코스터의 추락을 경험했다. 너무 슬프게도 건강이 정말 안좋아졌다. 건강 하나는 자신있던 나인데 허리가 망가졌다. 군대에서 다치고 또 계속 운동도 하고 일과도 하니 허리가 안좋아진 게 당연하다. 그렇게 신경차단술이라는 디스크 주변에 스테로이드성 약물을 주입하는 시술을 거의 10차례나 받았다. 그렇게 피폐해진 채로 전역을 하고 겨울에 폐렴에 걸렸다. 돈이 없는 나는 병원을 가길 주저했고 감기인줄 알고 약을 먹고 지내길 1주가 넘었다. 그때 폐에서 천명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이상을 느끼고 병원을 가보니 폐렴진단.. 게다가 천식이 있다는 이해조차 할 수 없는 말을 들었다. 비싼 검사비용과 불편한 폐의 소리... 진짜 세상이 원망스러워 눈물이 나더라. 신이 있다면 어찌 이렇게 고통만 주느냐고, 신이 없다면 내가 그 나쁜 확률들에 자꾸만 걸려들어 가는지, 모든 게 이해가 안되고 이해할 마음조차 들지 않았다.


이 추세를 끊어내려 해보는 중이다. 그런데 추세가 너무 강해서 쉽지 않다. 강한 자극이 필요하다. 강한 동기와 자신감,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얻어야 한다. 운동은 너무 약하고 공부도 약하다. 돈이 가장 강력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그나마 돈과 공부가 연계된 장학금을 신청해보고 있다. 정말 지나면 다 괜찮아 지겠지? 시간이라는 약이 꼭 들었음 좋겠다. 언젠가 웃으며 그땐 참 힘들었지 그래도 잘 이겨내서 참 다행이야라고 말하는 날이 올거라 아직은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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