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란 시간은 아직 어색하게도 나를 채워
내 나이 스물 다섯,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나이가 먹어감을 절절히 느끼는 나이다. 스무살, 스물한살은 막연히 새로웠고 스물둘은 아직 스무살의 마음이었다. 그렇게 스물 셋이 되어 변화를 어렴풋이 느낄 때쯤 스물 넷이 되었고 변화에 대비하고자 내가 준비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스물 다섯이 되었다.
나는 원래부터 추억에 약했다. 일련의 사건들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만은 어릴 때 부터 물건을 잘 버리지 못했고 사진이든 기록이든 남기는 걸 좋아했다. 오죽하면 '역사에 이름을 남겨야지'라는 꿈도 그때 가지게 되었겠는가. 오늘 플레이리스트를 틀었는데 10cm의 '서랍'이라는 노래가 나왔다. '그해 우리는'드라마에서 좋아했던 노래인데 잔잔히 틀어두고 가사를 곱씹으니 느껴지는 바가 달랐다. 스물 다섯,그리고 추억에 약한 내가 듣는 '어른이란 시간은 아직 어색하게도 나를 채워'라는 가사는 너무도 크게 다가왔다. 성인이 되고도 5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어른이라는 호칭은 나에게 너무 어색하다. 아니 어울리지 않는다. 아직까지 무엇이든 꿈꾸는 머리를 가진 것 같고 모든게 새롭고 신기한 눈을 가진 것 같다. 그래서 자주 '서랍'을 열어보는 게 아닐까?
근데 어른들도 이런 과정과정을 경험하고 어른이 되었을 거라 생각한다. 내가 겪는 과정들이 결코 잘못되지 않았음을, 결국 서랍을 여는 빈도가 줄어들며 어른이 되어갈 것임을 안다. 하지만 우리 머리에는 어린 아이가 되는 방이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기에, 잠시 서랍을 닫아두는 것일 뿐 언젠가 다시 서랍을 열어 여전히 그대로인 서랍에 순백의 이야기들을 읽어보지 않겠는가. 서랍의 가사 중 일부로 글을 마친다.
...
어린 햇살 아래서
뛰어놀곤 했었던
가쁜 숨결
굽이진 골목 지나
길을 따라가보면
같은 기억
어른이란 시간은
아직 어색하게도
나를 채워
많은 게 변했다 해
여긴 그대로인걸
You'll feel the same
땀에 젖어 놀았던
우리는 너와 난 이젠
돌아갈 순 없지만
낡아진 서랍 속에서
작았던 서롤 기억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