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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천벽력 전야제

by 그로밋킴

25년 10월

나는 생에 처음으로 해보는 것들을 했다.

굵직한 청천벽력같은 일은 이렇다.


1. 혈소판 수혈

2. 골수 검사

3. 대학병원 응급실 입원

4. 암진단..


일은 대략 이렇게 흘러갔다.


25.9.26 (금)

보통의 금요일, 출근을 했다.

어제 먹은 순대국과 막걸리가 좀 안좋았는지 약간의 설사와 배아픔이 좀 있었다. 컨디션이 너무 안좋아서 퇴근하고 약간의 미열과 거의 기절상태로 잠이 들었다.



25.9.27 (토)

배가 심상치 않다.

밤새 설사를 하고 도저히 못참겠어서 집앞의 내과를 갔다. 증세를 설명하고 항생제와 타이레놀 등 장염약을 지어왔다. 약을 먹고나니 좀 괜찮은 듯 했는데 평소 장염과 약간 다른점은 배가 한번 아프면 정신이 좀 혼미해지는 느낌이 들며 식은땀이 났다. 아주 오래전 겪어봤던 증세라 놀랄정도는 아니라 그냥 장염이 심하게 왔겠거니~ 했다.


오후 약속이 하필 이디야커피랩의 커피다이닝….

맛있는 디저트와 커피는 그림의 떡이 되었다.

보통의 장염이라면 먹어서 눌러서 배출해! 라며 무지성으로 먹었는데 이날은 크림류의… 디저트 딱 한포크를 먹고 화장실행 후 전혀 입에 못대고 같이 온 친구들에게 모두 양도했다. 그리고 겹친 마법사의 날…. ㅠㅠ



25.9.28(일)

몸이 뭔가 심상치 않다.

아침 10시 독서 모임이 있어 약을 챙겨먹고 (약을 먹으면 장염증세는 꽤 괜찮았다.) 생리양은 좀 많았지만 둘째날이니 그러려니… 하고 서둘러 모임을 갔다.


세 시간정도 즐겁게 모임을 마치고 책을 좀 보고갈 겸 멤버들과는 헤어지고 자리에 앉았다. 근데 정말 이때부터 몸이 미쳐있었던것 같다. 앉자마자 뜨거운게 쏟아지는 느낌이 들며 당장 집에가지 않으면 안될 느낌이었다.


부랴부랴 집에왔는데 거의 피가 폭주중이었다.

여자들은 알겠지만 보통 생리혈은 좀 덩어리져 나오는데 맑은 피가 흐르는 느낌으로 피가 철철 흘렀다.


음… 양이 너무 이상하게 많네?


그리고 시작된 지옥


밤새도록 오버나이트패드를 거의 30분에 하나씩 갈아야될 정도로 화장실을 벗어날 수 없었다.

앉는 순간 쏟아져 나오고 서있어도 쏟아지고 새벽 4시쯤엔 너무 피곤하고 기력이없어 잠시 앉았다가 이불과 매트릭스를 모두 버렸다.

후회를 하고 손빨래로 대충 수습 후 회사에 전화를 했다. 상황이 이래서 병원에 갔다 가야겠다.



25.9.29 (월)

날이 밝고 집 앞 산부인과로 뛰어갔다.

초음파로 본 외과상 문제는 전혀 없었다. 선종, 근종, 내막 전혀 문제되지 않아 피검사 후 내일 전화로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했다.

작년에도 6개월을 하혈을 했었기에.. 폭풍 검색하고 마음에 남은 “뇌하수체 이상증세”가 떠올랐고 이번에도 그냥 호르몬 문제면 꼭 뇌하수체 검사를 해야지. 라고 생각했다그리고 출근해서 일하고 퇴근하고 다시 피와의 싸움.



25.9.30

말일이라 엄청 바쁜날이다.

그렇게 피와 패드와 화장실과 씨름한 나는 출근은 했지만 일할 상태가 아니었다.

갱의실에 누워있다가 급히 생각나 하나의료재단 종로센터에 EBS명의에도 출연하셨다고 하고 상당히 잘 보는 교수님이 계시단 기억이 나 뇌하수체쪽으로 검진의뢰를 했다.다음날 오전으로 예약을 잡고 좀 나아져 일을 하던 중 산부인과에서 전화로 들을 결과가 아니라고 가급적 빨리 병원에 오라고 해서 조퇴를 했다.

이게 당시 나의 검사기록지인데 문과생인 나는 생물도 수학도 정말 감이 없었다.

백혈구가 3.5인데 0.6이네? 좀 정상이 아니네 정도로 생각했고 혈소판은 근데.. 150에 36이면 이것도 좀 낮구나? 했는데 산부인과 선생님이 매우 당황한 표정이었다.


“하혈을 했더라도 이 정도 수치는 말도 안되는거라 빨리 내과로 가세요!!”


다행히 병원 밀집지역에 살고있어 장염때문에 간 내과를 갈지 좀 오래된 잘본다는 내과를 갈지 하다가 후자쪽을 택했다. 설사가 멈추지 않고 있어서 잘 못보는거 같았기 때문이다. 기록지를 본 선생님이.. 당장 마스크 쓰고 의뢰서를 줄테니 3차병원에 가라고 했다.


응급실로 바로!!


집앞엔 신촌연세세브란스 병원도 있지만 작년 하혈 때 입구컷 당해본 경험과 내과 선생님도 잘 안받아줄거라며 강북삼성병원을 이야기해서 택시를 타고 갔다.


그러나 두듕… 강북삼성병원은 혈액내과전문의가 없다고 진료를 못본대서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이때까지 건강하고 웃고 저녁을 먹고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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