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0.1
휴가를 아끼려 반차를 내려는 미련한 생각을 했다.
‘오전에 뇌하수체 검사만 하면 되니까~’
(무슨 검사 할지도 모르는데 너무 용감했던!!!?)
주변에서 혹시 모르니 그냥 하루 휴가를 쓰래서 연차를 내고 뇌하수체 검사를 위해 건강검진센터를 갔다가 생명의 은인을 만났다.
“무슨 일로 뇌하수체 검사를 할 생각을 했어요?”
“선생님, 작년에 제가 6개월 하혈을 했는데 호르몬에 프로락틴이 높게나오고 어쩌구 저쩌구… 그래서 이게 이번 결과지에요.“
보시자마자 눈이 휘둥그래져서 (이때도 마스크를 안썼다.) 선생님이 황급히 본인 가방에서 마스크를 꺼내주셨다.
“마스크.. 마스크 없어요? 지금 환자분은 감염에 매우 취약하기땜에 사람 많은델 가면 안되고 마스크 꼭 써야해요!”
“6월에 여기서 건강검진 받았네요? 이때는 혈소판, 백혈구 다 정상이었는데 이게 왜… 내가 연세세브란스병원 예약 잡아줄테니 병원에서 전화오면 바로 가요. 진짜 큰일나요.“
이제서야 심각성이 좀 느껴졌고 무서웠다.
어제 3차병원 여기저기 전화하다 예약도 못잡고 선생님을 만났다니 의뢰서와 함께 예약되었으니 병원 전화를 기다리라는 말과 뒤에 더 따스한 감사한 말씀을 많이 해주셨는데 너무 정신이 없어 기억이 안난다..
집으로 갈까? 했는데
전화가 언제올지.. 오긴 올지.. 벌써 3,4명의 의사분들의 놀란 표정을 본 나는 너~~~무 불안했다. ㅠㅠ
그대로 택시타고 연세 세브란스 혈액내과로 직진했다.
“외래예약하셨나요?”
“예약이 안되어서 다른 병원 의뢰서를 가지고 왔는데..”
“예약 없이 진료 안됩니다.“
“아 근데.. 거기 교수님이 예약 잡아주셨댔는데 급해서 제가 그냥 왔어요.” 라고 하고 의뢰서를 보여드렸다.
선생님이 만나보라고 한 교수님은 휴진일이라 그냥 빠른분으로 진료받게 해달라고 하여 갑자기 일사천리로 일이 전개가 됐다.
순서는 잘 기억나지 않는데 내가 했던 것
1. 채혈
두번째 피검사 결과가.. 혈소판이 더 떨어져서 수혈처방을 받았다.
2. 혈소판 수혈
여기서부터 매우매우 비현실적이었다.
아니 사실 암병동에 있는거 자체가 너무 비현실적이단 생각이 있었다.
’내가 왜? 그냥 단지 하혈 좀 한건데?‘
근데 어제보다 수치가 더 떨어져있어 난생 처음 남의 피를 그것도 빨간색이 아닌 노란색!! 을 받았고 부작용, 주의사항을 들을 땐 무서웠으나 별 탈없이 맞고 나왔다.
드라마에서만 보던걸 내가 하다니 검사결과만 멀쩡하면 내가 영웅담 푼다.! 라며 아직도 장난같았다.
수혈 대기시간동안 본 무수한 항암제를 맞는 환자들.. 지쳐있는 보호자들.. 내 모습은 아니겠지. 그래 뭔 항암이야 저건 남일이야, 잠깐 난 일시적인거야라고 생각했다.
3. 조혈모세포검사실 예약
교수님을 만났다. 자초지정을 설명하자 선생님이 재생불량빈혈이거나 백혈병이거나 확인하기 위해 골수검사를 해야한다고 했다.
“네??? 무슨 검사요?”
“너무 놀라지 마시고 일단 검사니까 내일 오전에 받고 예비 결과에 별일 없음 귀가, 별일 있으면 다시 저 만나셔야 해요. ”
‘그래 그냥 검사야. 내일 검사 받고 집에가서 맛난거 먹고 연휴 즐겨야지’
그리고 펑펑 울면서 집으로 갔다.
25.10.2
오전 9시 반 예약이라 집에서 서둘러 나왔다.
밤새 엄마는 걱정땜에 잠을 못잤는지 얼굴이 안되보였지만 골수검사는 보호자 필수동반이래서 엄마가 운전을 하고 옆에탔다.
가면서 정말 오랜만에 이얘기 저얘기하고 길을 알려주다 틀려서 소소하게 다투면서 병원에 도착했다.
골수검사 많이 아프다는데..
갑자기 걱정과 긴장이 되었다.
“엄마 어제 선생님이 복대 준비하고 채혈하고 1층에서 휠체어 빌려오랬어”
아직 정신이 없으신듯하다.
“아니… 보호자가 환자를 챙겨야지 왜 환자가 보호자를 챙겨..”
“누가 환자야! 니가 검사 받으러 왔지 아파?”
괜히 역정내는 엄마를 보니 눈물이 났다.
역할분담을 가까스로 엄만 복대를 사러가고 난 채혈 후 휠체어를 빌리고 골수검사를 하러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