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태어나서부터
내가 한 번도 날씬하단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나날이 갱신하는 몸무게를 보면서도
어쩔 수 없는 식탐을 어찌하지 못해
한참 외모에 예민할 20대에는 외모 우울증에 갇혀 살았다.
그래도 40킬로 중후반 더 좀 더 찌면 50킬로 초반을 유지했고 얼굴 살이 없어서 살이 어디가 쪘냐고 오해를 종종 사곤 했다.
살이 찔걸 알면서도
누가 먹을 걸 권하면 마다한 적이 없다.
시식코너도 그냥 지나쳐 본 적이 없다.
1+1이면 무조건 산다.
연수원이든 어디든 가서 간식타임에 “한 개씩만 들고 가세요”라고 붙어 있으면 꼭 몰래 하나씩 더 숨겨와서 몰래 먹었다.
그리고 이제..
30대 후반이 지나면서 몸무게가 나날이 사상 최대치를 갱신했다. 정말 이래도 되나 싶게 날 놨고 먹는 걸 멈추지 않았다.
와.. 미쳤다. 싶게 많이 먹고 다행히 대사증후군 전단계에서 스멀스멀 운동을 하며 좀 빠지면 또 먹곤 했다.
그리고 병원에 와서
누구보다 식탐이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수시로 이거 먹을래? 저거 먹을래?라고 묻는 엄마에게 무조건 No로 답할 준비가 되어있고 창과 방패의 싸움처럼 먹이려는 자와 먹지 않으려는 자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좋아하던 과자도, 두유도, 견과류도, 과일도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아 졌다.
생선구이라면 사족을 못쓰던 내가 생선의 ㅅ만봐고 식음을 전폐했다.
회사 점심시간에 사람들이 놀랄 만큼 밥 한 공기를 뚝딱하고도 커피, 디저트를 입에 달고 살았는데 밥은 반공기를 채 못 먹고 의무감을 갖고 이건 다 먹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겨우 식사량을 채웠다.
눈물이 났다.
나 원래 엄청 잘 먹었는데..
잘 먹을 땐 잘 먹는 게 문제였고, 못 먹겠으니 못 먹는 게 문제가 된다.
엄마가 그랬다.
“마음 단단히 먹어. 치료하려면 너 몸이, 체력이 받쳐줘야 버티는 거야. 그러려면 먹어야 돼.!”
다시 눈물이 났다.
나도 먹고 싶은데.. 너무 울렁이고.. 냄새만 맡아도 죽겠는데.. 눈에 보일 땐.. 먹고 싶은데 냄새가 힘들다니까 코 막고라도 먹어야 산다. 며 자꾸 먹이려 한다.
식탐..
다시 돌아오면 미워하지 않겠다.
먹는 거 좋아하는 게 뭐 대수라고..
제발 돌아와 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