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혼자 살 수 없는 동물이다. 지금까지 살아남은 인류는 많은 책들에서 읽은 것처럼 단체생활에 적응해 진화하며 살아남은 자들이다.
25.10.05
병실 코디네이터 선생님이 오셨다.
열도 잘 내려갔고 컨디션도 좋으니 내가 희망한 2인실이 아니라 4인실에 병실이 났으니 내려가야 한단다.
1인실의 단맛을 본 엄마와 나는
“이렇게 갑자기요?? ”
했더니 어차피 2인실에 가도
나보다 더 위중하거나 면역력이 약한 환자가 오면
또 4인실로 옮겨야 한다고 했다.
응급실에서 한번 이사를 해본 우리는..
“그래 너 어차피 멀쩡하게 잘 걸어 다니는데 4인실 가보고 안되면 2인실로 옮겨달라고 하자.”라고 결정을 했다.
오후 늦게 옮길 예정이라
1인실 있을 때 화장실 마음껏 쓸 수 있을 때(지금도 화장실은 거의 내 차지다) 다 씻고 가자고 3일 만에 머리를 감고 샤워를 했더니 정말 홀가분했다.
오후 4,5시에 옮긴다고 했는데
성격 급한 우리 엄만 2시에 이미 짐을 다 꾸리시고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미리미리..”라는 말을 한 백번은 하신 거 같다.
오후가 되고 4인실로 내려왔다.
직장생활과 비교도 안 되겠지만 병원생활이 너무 초짜에 어리바리에 정말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는데 방에 계신 여자분이 먼저 따스하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창가석 다 부러워하는 자린데 좋으시겠어요:) 여기, 여기 환자분들은 무슨 병이고 그래서 누워계시고 저는 며칠 됐고 무슨 병 때문에 입원했어요.”
약간의 경계태세로 엄마와 난
“어… 안녕하세요.”
짧게 인사만 나누고 짐정리를 했다.
마치고 나서 창밖을 내다보니 내가 맨날 달리기 하러 다녔던 운동장이 눈에 들어왔다. 다시 센티해지려 해서 시선을 거두고 화장실을 갔다 오는데 다시 아까 처음 말 걸어준 언니가 말을 걸어왔다.
“병명이 뭐예요? “
“급성백혈병진단받고 아직 연휴라 확진명은 몰라요..”
(아직도 마음속엔 AML이 아닌 APL로 믿고 있다.)
“아.. 나랑 똑같네 ㅠㅠ 너무 날벼락이죠? 나도~ …“
극대F력을 가진 언니의 말에 살살 녹아 어느새 언니 침대 앞에 엄마와 난 우뚝 서서 경청하고 있었다.
언니는 어느 날 그냥 매일 오르던 몇 개 안 되는 계단인데 두세 갤 오르고 너무 피로감이 들어서 피검사를 했는데 갑자기 급성백혈병이라고 했다고 한다.
병실에 있는 누워있는 아주머니 두 분도 한분은 손주를 봐주고 계셨는데 어느 날인가부터 눈이 너무 안 보여서 노안인 줄 알고 열심히 안과만 다녔다고 한다. 그러면서 치료 시기가 너무 늦어져 림프종이 신경까지 퍼져 하반신 마비가 되셨고.. 다른 한분은 자꾸 넘어져 골다공증 검사만 하고 정형외과 다니다 치료시기가 늦어 하반신 마비가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화장실이 거의 내차지..)
다 멀쩡했던 사람들인데..
이 병원에 처음 올 땐 두 발로 걸어왔었는데..
병간호하는 아저씨 두 분의 넋두리 같은 말씀에 눈물이 났고 무서웠다.
언니랑 나는 다행히 빨리 발견했고 치료시기 놓치지 않게 바로 시작해서 건강한(?) 편이다.
“위암이었음 배를 갈랐을 거야.. 수술 안 하는 병이라 얼마나 다행이야.”
다행인 것, 감사한 것을 마구마구 찾았다.
얘길 했더니 병실분들 모두 공감하며 서로를 응원하고 위로했다.
먼저 입원한 언니의 수많은 꿀팁들을 들으며 시행착오가 줄어들고 각 침대의 보호자가 자릴 비우면 위급상황이 오면 팔다리 멀쩡한 언니는 먼저 간호사에게 알리고 보초병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 본인도 아프면 귀찮을 텐데..
잘 지내고 잘 적응해서 나도 언니처럼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줘야겠단 생각을 했다.
인류는 공동체 생활을 안 했다면 정말로 멸망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