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수혈을 받다 보니
예전에 누가 헌혈증이 있으면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한 기억이 있어 원무과에 물어보았다.
수혈 피 1개 = 헌혈증 1장
앞으로 얼마나 수혈을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나는 혈소판이 낮아 거의 하루 한 개씩은 맞고 관 삽입 때 빨간 피 노란 피(혈소판) 다 맞고 그랬다.
그래서 일단 도움을 청해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첨엔 가족들 걱정한다며
알리지 말자던 엄마가 젤 먼저 이모들에게 알렸다.
다들 너무 충격받고 울면서 엄마를 위로해주다가
엄마가 “헌혈증이 필요해.. 도와줘”라고 하자
이모들은 바로 헌혈증 수집을 시작했다.
일단 집안에 있는 남자 사촌동생, 조카, 사위 등등에게 수소문해서 순식간에 모은 게 20장이 넘는다.
여자들은 대부분 철분부족이나 체중미달로 헌혈이 어렵다고 해서 남자는 군대시절 초코파이와 맞바꾼 피로 한두 장은 갖고 있다 그래서 남자위주로 수집을 했는데 꽤나 많이 모아졌다.
그리고 부족하면 당장 헌혈해서 만들어서라도 줄 테니 걱정 말라고 엄마 건강을 걱정해 주며 이모들은 대동단결이 되었다. 너무 감사해서 어떤 말로도 표현이 안된다. ㅠㅠ
다음은 내가 5년간 이끌었던 독서모임에 부탁을 했다.
난 면회금지라 한분이 모아서 엄마에게 전달해 주기로 했다.
너무 감사하게 뜨거운 응원과 위로 ㅠㅠ 그리고 가족과 같이 많은 헌혈증과 없으면 헌혈해서 만들어 주겠다는 답변들 ㅠㅠ 그리고 하루빨리 일상으로 복귀하길 바라는 마음이 가득 담긴 메시지들 ㅜㅠ
내가 이런 사랑을 받아도 되나…라는 마음을 접고
도움 받아서, 꼭 나아서, 병원을 나가서 나는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이렇게 느닷없이 주변인들에게 병을 오픈하게 되면서 내가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구나.. 이걸 어떻게 다 보답할 수 있을까.. 벅차고, 감동받고 혼자 또 드라마를 찍었다.
못주는 사람은 미안해하고(전혀 미안하지 않아도 돼요!!)
독서모임에 갑자기 헌혈 열풍을 불게 해서 죄송한 마음과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재밌었던 헌혈 관련 썰
헌혈의 집에서 한 시간 넘게 기다렸으나 철분과 체중미달로 불가판정받은 친언니. 안된다며 그럼 오빠라도 하라며 느닷없이 헌혈하게 된 남자친구 ㅎㅎ (오빠는 너무너무 착하다.)
헌혈 알아보니 지역이 강화도 사람이라 말라리아 위험지역으로 불가판정받은 분
불면증 때문에 수면약 복용 중이었는데 그 때문에 한 시간 기다렸지만 못하고 나온 분
같은 혈액형이라 지정헌혈 해준다고 했지만 아쉽게도 나는 너무 면역이 낮아 내가 받는 피는 몇 차례 거르고 방사능으로 모든 균을 죽여서 오는 과정을 거친 피를 맞기 때문에 불가하고 헌혈증으로 감사히 받도록..
주소 때문에 혈장헌혈만 가능해서 생애 첫 헌혈을 혈장으로 하셨는데 혈장만 고르고 다시 남은 혈액 돌려받으니 이상한 기분이셨다고..
교통사고 났는데 헌혈증 전달해줘야 한다며 병원 입원 마다하고 독서모임을 나온 분..
왕복 두 시간 거리도 마다하지 않고 본인 일정 때문에 헌혈증 전달하고 돌아가신 분..
사소하게 모르던 점을 알며 조금은 가까워진 기분이다.
모두 한 마음 한 뜻으로 내 건강회복을 바래주신 것.
꼭 이겨내고 나아야지.
그래야 은혜를 갚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