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는 사람은 남는다.
세상에 큰 시련이 닥치면 사람은 나뉜다.
남는 사람,
떠나는 사람,
그리고
그때서야 새로 생기는 인연.
이번에 몸이 많이 아프고 나서
사람에 대해 정말 많이 생각했다.
인연에도 종류가 많다.
오래 알았고 자주 연락하던 사람,
오래 알았지만 카톡 친구로만 남아 있던 사람,
최근에 알았지만 친하지 않았던 사람,
최근에 알고 유난히 가까웠던 사람.
엄마는 늘 이렇게 말했다.
네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정말 감사해야 할 인연은 네 인생이 바닥을 쳐도 아무 말 없이 곁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떠날 거다.
좋을 때는 누구든 옆에 있으려 하지만
힘들 땐 개미 새끼 한 마리도 붙어 있으려 하지 않는다.
그건 사람의 본성이고 그 인연은 거기까지다.
그러니 너무 상처받지 말아라.
그 말을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나는 MBTI를 하면 F 쪽으로 살짝 기운 T, 딱 절반쯤에 걸쳐 있다. 일할 때는 누가 봐도 쌉TJ인데 사람 앞에서는 FP 기질이 훨씬 강하다.
그래서 사람에게 상처도 많이 받고
혼자 속으로 곪히는 일도 많다.
아마 내 삶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는 사람일 것이다.
좋아서 시작한 관계가 가장 오래 아프게 한다.
이번에 아프면서 오래 알고, 아주 친했던 사람이 계속 내 곁을 떠나려 했다. 사실 내가 놓아주기만 하면 이미 끝난 관계였다.
하지만 나는 그걸 하지 못했다.
옛정이라는 게 뭔지, 좋았던 시절이 자꾸 떠올라
한참을 붙들고 한참을 힘들어했다.
그러면 뭐 하는가.
우리의 인연은 이미 거기까지였는데.
사람이 떠난 자리에는 항상 빈자리가 남는 줄 알았다.
그런데 꼭 그렇지는 않았다. 누군가 떠나고 나면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이 들어오기도 했다. 처음엔 눈에 잘 띄지 않게, 마치 원래 거기 있었던 것처럼.
아플 때 알게 됐다. 사람은 가까운 순서대로 남지 않는다는 걸. 그 사람이 떠난 뒤 신기한 일이 생겼다.
오랫동안 연락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하나 둘 연락을 해왔다. 신기하게 내 소식을 알고 연락한 것도 아닌데 아프다는 말을 하자 마치 매일 연락하던 사이처럼 컨디션을 물어봐 주었다.
정말 고마웠다.
그리고 문득 미안해졌다.
현생에 치여 살면서 나는 이들에게 얼마나 관심이 있었는가, 이 사람들의 소중함을 내가 놓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싶어서.
아픈 일 말고 다른 힘든 일이 하나 더 있었는데
뜻밖의 인연이 생겼다.
자주 연락하지도 않았고 깊은 이야기를 나눈 적도 없던 사람인데 조심스럽게 물어보자 선뜻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 사람은 관계의 깊이보다 마음의 방향으로 남는다는 걸 그때 알았다.
우리는 전생에 어떤 식으로 서로를 엮어 놓았을까.
어떤 인연은 오래 알아도 스쳐 가고
어떤 인연은 힘들 때 비로소 알아차리게 된다.
오래 알고 지낸 사람보다 최근에 알게 된 사람이 더 오래 마음을 쓰기도 했고 상황이 좋을 때 친하다고 믿었던 사람보다 조용히 안부를 묻는 사람이 더 깊이 남았다.
예전의 나는 인연을 관리하려고 했다.
연락을 끊지 않으려고 애쓰고, 서운해도 참고, 좋았던 기억을 붙들었다.
이제는 사람을 억지로 붙잡지 않으려 한다.
남아 있는 인연을 조용히 귀하게 여기고
떠나는 인연은 그 사람 몫으로 돌려보내는 쪽을
조금씩 연습 중이다.
붙잡지 않아도 남을 사람은 남고
애써 밀어내지 않아도 갈 사람은 간다.
사람의 인연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이라는 걸 이번에야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