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날 더운날 상관없이 듣기 좋은 소리
전기포터에 물을 끓였다.
아이스의 민족이라지만
뜨거운 여름에도 가끔 차를 마신다.
탁 소리와 함께
드드드드 끓어 올라오다가
마지막 보글보글 소리가 나면
다 끓었음을 알리는 탁 소리가 다시 난다.
지금처럼 추운 날이면
더욱 반가운 소리며 조금 가까이 가보면
따스한 온기가 전해져 그 수증기에 위안받는 날이 있다.
한파가 몰아쳤던 어느 날
새벽에 출근했던 날이 있는데
사무실이 히터로 데워지기 전 너무 추워 전기포터에 물을 올렸다.
장갑을 끼우고 점퍼를 입은채로 그 전기포터를 끌어안고
아주 잠시나마 성냥팔이 소녀가 이런 기분이었을까?를 느껴본적이 있다.
이 온기가 주는 힘은 무엇일까?
새벽에 출근했다는 억울함이 금새 사그라 들었다.
보글보글보글
한참 그 소리가 좋아 가만히 앉아 들었다.
그리고 사무실이 좀 따뜻해졌을 때 뜨거운 녹차를 한잔 우려먹었던 기억이 10년이 지났지만 생생하다.
그 날의 차갑던 공기, 탁, 드드드드, 보글보글, 탁, 쪼로로록, 따뜻한며 쌉싸름한 녹차의 온도와 향기 모두.
여전히 겨울이 돌아오면 자기 전 차를 끓인다.
쪼로로록
찻잎이 담긴 잔에 물을 따르고나면
오늘 하루 수고했다는 그리고 아무일 없었다는 안도감과
모든 긴장이 풀어진다.
여름에도 이게 좋아 뜨거운 차를 마시는데
요즘같이 추운날씨에 더욱 내가 차를 애정하는 이유는
전기포트가 한 몫 더 해준다.
이처럼 완벽한 asmr이 있을까.
오늘도 잘 잘것 같다.
굿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