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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아무 수업

왜 꼭 7분이 남는가

by 시트러스

4교시 수업을 하고 나니 이번에도 애매하게 7분이 남았다.

내일은 현장체험학습으로 코엑스몰에 가는 날.

집중이 될 리가 없다.

"아니, 왜 8반에만 오면 7분이 남지.

남은 시간은 오늘 배운 내용 조용히 정리합시다."


조용히 춤을 추려고 들썩거리길래 경고했다.

"오늘은 춤 금지입니다."

"중3답게! 공부합시다.

공부하기, 공부하는 척하기 외에 다 금지야."


괜히 제일 앞 줄을 쓱 보고 덧붙였다.

"어어, 안돼! 못 생기기도 금지야."

아이들이 웃음을 참느라 입술을 깨물었다.


교실을 순회하기 시작했다.

"지희야? 영어 시간에 삼각비의 cosin?

단어 외우는 줄 알고 칭찬할 뻔했잖아..."


여기저기서 후다닥 뭔가 치우는 소리가 들렸다.

지유가 웃다가 컹 소리를 낼까 봐 코를 눌렀다.


현승이가 진지하게 프린트를 정독하고 있었다.

체험학습 안전 유인물이었다.


"그래, 그래. 안전 중요하지. 현승아. 비상구 위치 외웠지?"

"아, 쌤 그건 5페이지에 있어요. 지금 3페이지."

"아쿠아리움에서 뭐 하면 안 된다고?"

"물고기 밥 주면 안 돼요."


"선생님, 이 새0 거짓말해요."

주위 남학생들이 현승이 등짝을 때렸다.

도대체 뭘 보고 있었던 거지?


지나가는데 지민이가 불쑥 손을 내밀어 날 툭툭 쳤다.

말없이 손가락으로 보던 종이를 가리켰다.


"아... 들깨옹심이... 뭐어! 오늘 수제돈육커틀릿!

식단표 빨리 갖고 와봐!"

아이들이 웅성웅성 지민이 책상 쪽으로 고개를 뺐다. 내가 제일 흥분했다.

"하... 요거트 드레싱 과일 샐러드?

지민아, 왜 아까 말 안 해줬어!"

"오늘 수업 마쳐요!" 무려 1분이나 일찍 마쳤다.


"쌤! 이거!"

교무실로 가는데, 복도로 난 창문으로

현승이가 뭔가를 팔랑팔랑 흔들었다.

여자 아이돌 포카였다.


"이잇!"

점프해서 인터셉트하려 했으나 실패였다.

종소리가 아이들 웃음소리와 함께

길게 복도까지 따라 나왔다.


이상하게도 7분은 늘 그렇게 간다.




[예전에 했던 아무 수업과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5858be98dbe243e/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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