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퇴사, 질병, 여행 말고 너네
아까부터 거슬린다.
졸업식이 일주일 남은 중학교 3학년 교실.
시간표 상은 자기 주도 학습이지만 자기도 없고, 주도도 없다.
학습은 기대조차 안된다.
그저 아이들이 너무 풀어지지 않게, 들떠서 심한 장난이나 치지 않게 교실을 지키고 있다.
교실 한 바퀴를 돌면서 보니 저기, 남학생들이 빈자리에 놔둔 내 노트북 앞에 모여있다.
어차피 교실에서는 업무 포털 접속이 안되니, 한글 파일이나 띄워 놓았다.
내가 다가가도 모르고 집중하고 있다.
"너네 뭐 해?"
"아, 샘 그런 게 있어요."
"저희 좀 쓸게요."
"뭔데?"
문득 왜 내 노트북으로 실랑이를 하고 있는지 현타가 온다. 하지만 깨달음은 언제나 늦다.
"나도 내 노트북 좀 보면 안 될까?"
"샘 완성하면 보세요."
"아니, 내놓으라고."
"그림판 켠 사람 누구니?"
"선생님, 준석이가 다했습니다."
"아닙니다. 저는 경찬이가 할 줄 모른다고 해서 켜주기만..."
곧, 종이 쳤고 아이들은 익숙하게 내 물건들을 뺐어, 아니 챙겨 들었다.
매 시간마다 저들과 교무실로 간다. 노트북, 마우스, 텀블러 알뜰살뜰히도 나눠 든다.
"현진아, 영정 사진이니?"
도대체 왜 그렇게 들고 가는 거야.
"따라라라~ 선생님 자리 앉으십시오."
이제는 다 체념한 채로 준석이가 빙글, 돌려주는 의자에 앉았다.
"어어, 그래 그래. 제발 빨리 좀 나가라."
주변 선생님들도 이제 그러려니 한다.
졸업을 앞둔 중3들의 뻔뻔함을 이길 자는, 이제 학교에서 거의 없다.
여기 노트북이요. 선생님, 텀블러! 하나씩 놓더니 날 둘러싸고 자기들끼리 뿌듯해했다.
"오, 매너남!" "선생님, 다음 수업 몇 반이세요?"
결국 나는 상기된 얼굴로 아이들 등을 다시 문까지 떠밀었다.
"작작하고 다 나가!" 아이들이 낄낄 웃으며 밀리는 척해준다.
씩씩거리며 내 자리로 돌아와 노트북을 다시 여는데 웃음이 터졌다.
곰돌이 뭔데? 여기 부엉이를 그리려다 종이 친 모양이다.
그래서 아까 다 같이 "아~~~!"하고 외쳤겠지.
점심시간에 축구하다 자책골 넣었을 때, 딱 그 톤이었다.
검색창에는 부엉이 그림이 가득 나왔다.
그리고 세상에, 갑자기 코가 조금 시큰해졌다.
이 아이들의 졸업이 며칠 남지 않았다.
나는 저들의 졸업식 때 어떤 표정을 해야 할지 벌써 고민이 된다.
내가 뭐라고 이렇게 자꾸 나한테 다가올까.
막상 저 중에 수업을 열심히 들은 아이는... 글쎄 한 두 명?
오히려 수업이 다 끝나고 나니 이제야 저 아이들의 마음 하나하나가 마음에 밟힌다.
교사는 필연적으로 수많은 만남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그 관계를 웃으며 매듭지을 수 있는 건 몇 안 되는 행운이다.
내게 결승골처럼 와준 저 아이들과 너무 슬프지 않게,
너희들의 찬란할 미래를 기쁘게 응원하게.
나도 마음의 준비를 한다.
그러니 며칠간 자꾸 이래 저래,
저 녀석들의 장난 속 그 다정한 마음이 자꾸,
거슬린다.
아무튼 선생님 노트북 내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