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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아침 마주한 삶의 의미

Life is like a box of chocolates.

by 이재열 Joy Lee

광복절 아침. 뛸까?

싶었으나 비가 올 것 같아 대신 분당 블루보틀에서 조용히 독서하고 있었죠. 요즘 읽고 있는 <Why Nations Fail>에 집중하며.


2층 좁은 공간엔 여자 2명과 나뿐. 살짝 어색해질 수도 있는 구도였으나, 이건 뭐 들으라는 듯 떠들어 제끼는 20대 후반 여자들의 생기발랄함과 ‘흠.. 쟤네들 이 오라버니의 지적인(intellectual) 태도와 더불어 러닝으로 단련된 허벅지에 반하면 안 되는데’ 라며 오늘따라 입고 나온 반바지가 지나치게 짧아 무릎 근처로 잡아 내리는 분별력 사이에 묘한 긴장감을 이루며 어느덧 그곳은 활기 넘치는 공기로 가득 차 가더군요.


생리 기간 얘기까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영국에서 일어난 산업혁명이 어째서 유럽 대륙을 비롯한 다른 국가에서는 성공하지 못했는지를 설명하는 역사적 사례를 묵묵히 읽어 나가던 중, 마침내 이야기는 클라이맥스로 치닫더군요.


“나이를 먹어가니 죽음이란 걸 생각하게 되더라고.”

“그냥 그 시간, 빨리 왔음 좋겠어. 아님 이제까지의 지랄을 3번은 더 겪어야 하는 거잖아!”


우와~ 하마터면 광복 80주년을 맞은 이른 아침에 사자후(The Lion’s Roar)의 웃음을 터뜨릴 뻔했지요. 조카뻘 되는 인생의 후배들에게 뭔가 의미 있는 말, 해주고 싶은데 실은 나도 인생이란 무얼까? 잘 모르겠더군요.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 한 여인의 마음이 어떠한지조차도 알지 못하겠는 남자가 어찌 감히 인생이란 걸 함부로 얘기할 수 있겠어요. 그저 한 자락 희망과 은혜의 손길을 구하며 나아갈 뿐이죠.



어제 오후에 라디오를 듣다 보니 항복 선언을 하는 쇼와 덴노의 음성이 라디오 잡음에 가려지는 바람에 정작 1945년 8월 15일에는 조용했다더군요. 다음날이 되어서야 해방 소식이 알려지며 온 나라가 광복의 기쁨에 휩싸였다네요. 어쩌면 삶의 정수(The essence of life)라는 것은 누구나 한 템포 늦게 알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Life is like a box of chocolates. You never know what you’re gonna get.”

인생이란 초콜릿 박스 같은 것일지도 몰라. 어떤 걸 집을지 알 수가 없거든.


-2025. 8. 16 토요일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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