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부자라고 생각해?”
“음.. 원할 때면 언제라도 아무런 죄책감 없이 톰 포드 가죽 보머를 사 입을 수 있는 남자”
알파고가 등장하기 오래전, 그러니까 세계 최초로 시가 총액 5조 달러($5 T)를 넘긴 회사 CEO의 트레이드 마크라는 대중의 인식조차 퍼지기 훨씬 전에 내린 부자에 대한 산뜻한 정의(definition). 용인 수지 사는 어느 현자의 대답이라고 전해지는데, 젊은(?) 시절부터 시대를 앞선 사유와 감각을 지닌 분 같군요.
어린 친구들은 잘 모르겠지만, 형사 콜롬보(Lieutenant Columbo)라는 전설적인 TV 시리즈가 있죠. 드라마 속 살인범들은 주로 남부럽잖은 삶을 사는 듯 보이는 LA의 상류층 인사들인데, 이에 대비되어 트레이드 마크인 후줄근한 트렌치코트와 어눌한 모습의 콜롬보 반장이 초기에는 범인들에게 무시를 당하다가 치밀한 두뇌 싸움 끝에 드디어 진범을 밝혀내는 순간 통쾌함을 선사하죠.
어느 에피소드에서,
콜롬보: 입고 계신 드레스 셔츠 정말 멋지네요. 주름 하나 없이 완벽해요. 얼마 주고 샀습니까?
범인: 글쎄요. 한 300달러쯤. 이태리제죠.
콜롬보: 와~ 놀랍네요. 내가 입고 있는 셔츠도 멀리서 왔죠. 단돈 29.95달러. 메이드 인 코리아예요.
당시에 이 장면 보다가 감격했죠. 콜롬보 반장님이 우리나라에서 만든 셔츠를 입고 있다니!
요 며칠 대한민국 사람들 사이에 최고의 화제라면 단연 세 형님들 [결례라면 죄송]의 깐부치킨 치맥 회동이겠죠. 퇴근길에 유튜브 클립으로 보는데 절로 웃음 짓게 만드는 분위기더군요. 실리콘벨리에서나 볼 수 있는 빅테크 기업 CEO들의 소탈한 미팅이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지다니, 대한민국이 이 정도 위치에까지 오르게 되었나 실감하게 되더군요.
2010년대 초, 그래픽 칩 설계 회사 엔비디아의 귀에 흥미로운 소문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스탠포드의 박사후과정 학생들이 엔비디아의 그래픽 처리 장치(GPU)를 그래픽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GPU는 인텔이나 AMD의 표준 CPU와는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도록 설계된다. CPU는 하나의 계산이 끝난 다음에야 다른 계산을 할 수 있다. 반면에 GPU는 많은 계산을 동시에 처리하도록 설계된다. 이러한 구조를 병렬처리(Parallel Processing)라 하는데, AI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훈련시킬 수 있다. (…) 고양이 이미지를 학습한다면 CPU는 픽셀 하나하나를 처리하는 데 비해 GPU는 많은 픽셀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셈이다. (…) 그 후 엔비디아는 인공지능에 미래를 걸었다.
-크리스 밀러 저 | 노정태 번역 <Chip War> 중에서
“This is my Chimaek Brothers!”
치맥의 맛을 모르는 한국 사람인 나로서는 여기에 결코 낄 수는 없겠지요. 무알콜 맥주는 마시는데, 소맥은 한 번도 마셔본 적이 없고, 튀긴 음식은 멀리해서요.
그렇지만 AI 시대의 도래를 예견하여 본인과 회사의 명운을 걸었던 순간의 이야기와 앞으로의 비전이 무엇인지 들을 수만 있다면 비록 총사대(The Three Musketeers) 멤버는 아니지만 신출내기 달타냥으로 옆에 앉아 듣고만 있어도 흡족할 것 같군요.
“어떤 스타일이 맘에 들어요?”
“튀김 같은 건 입에 대지 않는 자기 관리에 철저한 어여쁜 자매님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