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영화 ‘Mission Impossible - The Final Reckoning’을 극장에서 관람했습니다. 러닝 타임이 3시간이라 중간에 화장실 다녀오는 분들이 10명 가까이 되더군요. 클래식 공연장에 가보면 인터미션이 있어서 화장실도 가고, 간단한 먹거리도 즐기고, 잠시 머리도 식히며 2부 공연을 더 집중할 수 있게 해 주어서 좋은데, 2시간 러닝 타임은 훌쩍 넘기는 요즘 영화 추세를 감안한다면 영화관도 인터미션 문화를 도입해 보면 어떨까 싶군요.
오랫동안 미션 임파서블의 시그니쳐 장면이었던 1996년 CIA 본부 랭리(Langley) 서버 금고 침투 장면을 기억하시는가요? 너드(nerd) 스타일의 최고의 보안 요원인 윌리엄 던로(William Donloe)는 미임파 팀이 몰래 넣은 약을 먹고는 연이은 복통으로 얼굴을 구기며 화장실을 다녀오게 되죠. 그동안 에단 헌트는 그 유명한 와이어 액션으로 중요 기밀을 빼내는 데 성공하고요. 이후 후속편이 나오는 동안에도 추억의 명장면으로 자리 잡았죠.
이번 시리즈에서는 잊혀진 줄로만 알았던 그 윌리엄 던로 형님이 다시 돌아와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며,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대사를 남깁니다. 어쩌면 서버 금고 침투 장면 보다 더 오래도록 그 의미를 곱씹으며 기억될 문장으로 말이죠.
30년 전 CIA 서버가 털린 후 문책성 인사로 알래스카 근처의 외딴섬으로 좌천당한 사정을 듣게 된 에단 헌트는 자신의 미션 수행으로 초래된 결과에 대해 너무나 미안해합니다. 그런 그에게 윌리엄 던로는 이렇게 대답을 하죠.
“그건 어떤 관점이냐에 따라 다르다네, 친구. 자네가 30년 전에 CIA 본부 금고를 털지 않았다면, 난 여전히 그곳에 있었겠지. 스스로 행복하다 우기면서 말이야. 그랬더라면 이렇게 참 평안을 가져다주는 가정을 발견하지 못했을 거고, 사랑하는 아내를 만나지도 못했겠지. 나에게 미안해할 거 전혀 없다네. 오히려 나야말로 자네에게 인생의 빚을 진 거야.”
흔히들 ‘시간이 지나면, 과거는 미화된다’라고 하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가 아닐까요?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어려움을 겪습니다. 다만 어떤 사람들은 역경에 함몰되어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는 반면, 고난을 극복하고 이를 통해 더 성장하는 사람도 있죠. 이런 사람들에게는 고난은 ‘변장하고 찾아온 축복’이 되어, 과거에 일어난 사건 자체는 변함없지만, 그것을 해석하는 시각에 따라 결국 내게 영향을 주는 사건의 물성(物性) 마저 변화되는 것이 아닐까요?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강하게 만들 뿐이다”라는 니체의 유명한 말이 있다. 우리는 누구나 불운을 경험한다. 문제는 자신을 더 강하게 만들기 위해 어떻게 불운을 활용하고 불운이 정신적 감옥이 되는 것을 막으며, 이제껏 없었던 최고의 기회로 바꾸느냐이다. 그것이 바로 [위대한] 10x 리더들의 행동이다.⌟
<짐 콜린스 저 ‘위대한 기업의 선택’ / 김명철 역>
스티브 잡스의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 축사 중 첫 번째 꼭지인 ‘점들 연결하기(Connecting the dots)’가 있죠. 그의 생모는 아이에게 반드시 대학 교육을 시켜 준다는 걸 전제로 입양을 맡기게 되는데, 이후 그가 입학한 학교가 리드 칼리지(Reed College)죠. 하지만 사립대학의 비싼 학비를 감당할 만큼 양부모님의 형편이 풍족하지는 않았기에, 자퇴를 하고 대신 그의 관심을 끌었던 글씨체 수업을 청강하게 되죠. 당시에는 이게 무슨 실용적인 도움이 되겠나 반신반의하지만, 10년 뒤 첫 번째 매킨토시 컴퓨터를 디자인할 때 드디어 빛을 발하게 되죠.
“인생의 각 사건들(dots)은 그 당시에는 미래를 내다보며 연결 짓기가 불가능합니다. 10년이 지나서 되돌아보니 당시에는 관련이 없어 보이는 사건들이 서로 연결된다는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러니 미래에는 어떻게든 이 점들이 연결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현재의 삶을 살아 나아가야 합니다. 그것이 내 인생을 다른 사람들과 차이 나게 만들었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2005년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 축사 중>
자, 위대한 리더는 아니지만, 이제 나의 이야기를 할 차례네요.
회사 근처 스타벅스에 들려 책을 읽고 사무실로 향하는, 여느 때와 다름없던 2025년 1월의 어느 날 아침 출근길. 바로 옆 테이블에 3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남자 두 명이 앉아 있었죠. 살짝 까칠해 보이는 인상의 남자는 책을 출간할 예정이라는 것으로 봐서 작가인 듯하고, 마주한 서글서글한 인상의 남자는 후배인 듯한데 근처에서 일하는 회사원인가 보더군요.
바로 그때, 시간이 멈춰 버린 듯 내 머리와 가슴에 강한 울림을 주는 이야기가 들려왔죠. 그게 마치 후배로 보이는 남자분의 입을 빌려, 하나님께서 나에게 들려주시는 것 같더군요.
“지난 모든 일들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며 자신만의 서사를 만들기 시작할 때부터 인생이 잘 되기 시작하더라고요. 주위의 많은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서 느꼈어요.”
인생이란 매 순간 최적의 결과값으로 연결된 미분 방정식이 아니라, 뜻하는 대로 이루어지지는 않아도 그것이 도리어 내 삶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오래전부터 내 인생의 금과옥조로 삼고 있는 성경 말씀을 품으며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는 하루하루입니다.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로마서 8:28)
-2025. 5. 29. 목요일 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