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뮤어 트레일중 가장 높은 캠프인 포레스트 패스 아래 캠프는 해발 3,810m까지 고도를 높이는 날이다. 탠트 천정이 어슴푸레한 시간인데 이제 절로 눈이 떠진다. 이제 몸은 JMT에 익숙해지는지 시차도 고소도 적응이 되어 잘 자고 잘 일어난다. 잠을 잘 자야 잘 걸을 수 있기에 일단 안심이 된다. 아침식사는 누룽지다. 입맛이 없는지 잘들 먹지 못한다. 특히 한분은 밥을 먹지 못하고 미숫가루와 누룽지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해외 트레일은 잘 먹어야 잘 적응되고 잘 걸을 수 있다. 한국음식만 고집을 하다 보면 점점 체력이 바닥난다. 척박한 자연환경에는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잘 먹어야 잘 걷는 건 고산 트레킹의 철칙이다. 특히 JMT는 한낮에는 모든 것을 녹여 버릴 듯 내려 쬐는 폭염과 거친 트레일 길에서는 체력 소모가 많아 고열량 음식을 잘 먹어한다. 서양인들이 잘 걷는 이유는 체력도 좋지만 수프와 함께 먹는 것은 고단백 고열량 식품이다.
겨울에 내린 눈이 녹이 수량이 가득한 개울 건너기
8시 출발은 캠핑장 앞 개울을 건너면서 시작된다. 어제는 갈림길에서 오른쪽 길로 휘트니를 다녀왔고 오늘은 왼쪽 길로 본격적인 JMT가 시작된다. 0.8마일을 걷고 삼거리를 만나면 JMT, PCT길은 오른쪽 길로 이어진다. 완만한 트레일 길에 세콰이어 숲길이 이어진다. 서부 카우보이 모자를 쓴 마부가 말 5 필을 몰고 내려오는 말등에는 트레일러의 짐을 싣고 있다. 이곳의 유일한 운송 수단은 말이 그 역할을 한다. 자연과 말 그리고 마부 모두가 이곳 풍경과 잘 어울린다. 이 지역이 서부의 골든러시를 이루던 개척시대 서부의 땅이다. 개울을 건너는데 계곡물이 많이 불어 있다. 지난겨울에 내린 눈이 녹아 개울물이 많이 높아졌다. 개울을 건너는 데는 다리는 보이지 않는다. 목이 짧은 트레일화를 신은 트레커들은 신발을 벗고 신발끈을 묶어 목에 걸고 건너고 목이 긴 등산화를 신은 트레커는 물에 잠긴 징검다리를 딛고 빠르게 건넌다. 존 뮤어 다운 개울을 건너는 맛이다.
사막같은 세콰이아 숲길과 JMT에서 만나는 이정표
간밤에 잠을 자고 있는데 늦게 까지 술판을 벌이던 몇 명이 고성이 오고 가는 말다툼에 잠을 깼다. 육체적으로 힘든 트레일이라 다들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것 같다. 술이란 음식이 적당하게 마시면 약이 되는데 지나치면 독이 된다. 장기 트레일에서 몸이 피곤해지면 작고 사소한 일에도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폭발한다.
아침에 술을 깨더니 간밤에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 게 미안한지 말다툼을 한이들은 서로 눈길을 마주치려고 하지 않는다. 이 어색한 분위기가 이디까지 가려는지 염려스럽다. 덩달아 전체 분위가 가 서먹해진다. 그러길래 먹고 후회하는 술을 뭐 때문에 꿰차고 올라오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큰 목표를 위해서는 작은 욕망은 참고 뛰어넘는 절제도 필요하다.
물이 있는 곳은 초지가 있다. 물은 생명의 근원
점심은 개울가에 묵직한 배낭을 내려놓고 행동식으로 미숫가루에 에너지바와 음료수로 포카리스웨이다. 체력소모가 큰 JMT에서 이것으로는 부족해 배고픔은 느낀다. 욕심을 부려 많이 가지고 올 수는 있겠지만 매고 갈 배낭 무게가 무거워진다. 가볍게 지고 가고 싶은 마음과 많이 잘 먹고 싶은 마음의 최소 공약수를 찾는 게 JMT에서 중요한 결정이 된다. 나름으로 준비해 온 오곡 선식으로 중간중간 보충해 마셨다. 먼길에서는 먹는 것도 쉽게 나누어 먹을 수 없는 야박함이 있다. 내가 살아남아야 남에 짐이 되지 않고 남을 도울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정오를 지나면서 하늘이 점점 어두워져 오고 구름이 끼는 게 심상치 않다 했더니 비를 뿌린다. 휘트니 쪽으로는 천둥 번개와 함께 검은 구름이 잔뜩 끼여 있다. 우의를 입고 걷다 보면 더워서 입었다 벗었다를 반복하며 걸었다.
수목한계선이 끝나면 만나는 초원지대
하이 시에라 트레일(High Sierra Trail) 갈림길까지는 일반 트레커가 많았는데 그곳 삼거리를 지나자 JMT트레일러만 남는다. 그중에는 한 트레커는 당나귀에 짐을 싣고 걷고 있는 부부가 있다. 짐이 버거우니 당나귀를 이용하는 트레커다. 그만큼 JMT는 무게에 대한 중압감이 큰 트레일이다.
당나귀에 짐을 싣고 가는 트레커
틴달 크릭(Tyndall Creek)을 건너는 개울은 폭도 넓고 수량이 많아 미국 현지 트레커들은 대부분 트레일화를 신고 있어 바지를 걷고 신발을 들고 건너는데 중등산화라 목이 긴 점을 이용하여 스틱으로 균형을 잡고 빠르게 건넜다. JMT의 대부분의 계곡은 이런 식으로 건너는 데가 군데군데 있다. 그게 야생이 살아 있는 친환경적이라 JMT 답다는 생각을 했다. 여기에 시멘트나 철제 다리가 있다면 조화로울까? 부자연의 극치가 되었을 게다. 자연은 본래 있더 그대로가 가장 아름답다. 여기게 인간의 편의성이나 안전을 고려했다면 그때부터 자연은 훼손되는 것이다.
초원지대에는 작은 호수가 있어 생물이 살아간다.
여전히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갈길을 먼데 그리 멀지 않은 휘트니 쪽에서 천둥 번개가 친다. 비 오는 날 번쩍하고 번개가 치고 나면 조금 있으면 우르르 꽝꽝 꽝하고 천둥이 친다. 비를 맞고 천둥번개 소리를 들으면 오싹해지기도 한다. 괜스레 그간 지은 업보가 없나 반성해 보기도 한다. 천둥번개가 치니 위험하다고 여기서 탠트를 치자고 하는 이도 있다. 이곳 트레커들은 대수롭지 않게 길을 걷는데 우리만 지금 시간에 오늘 일정을 끝내는 것은 아니다 싶다. 낙뢰를 필할 수 없는 광활한 지역이라 해도 천둥번개가 치는 곳은 이곳에서 멀었다. 번개가 치고 천둥소리가 들릴 때 가지 숫자를 세어 보면 소리의 속도가 1초에 340m를 간다는 자연 시간에 배운 기억을 더듬어 보면 먼 곳이었다. 또한 내일 오니온벨리까지 가서 중간 보급을 받아야 하는데 남은 거리가 너무 멀어서 계획데로 포레스트 캠핑장까지 걷기로 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이라 우의를 벗어다 입었다를 반복했다.
수목한계선을 지나자 나무는 사라지고 민둥산으로 하얀 돌들만 쌓여 산을 이루고 있는데 톱날의 산맥은 네바다 산맥의 특징이기도 하다. 마치 우주의 어느 별에 온 듯 지금껏 접해 보지 못한 주변 풍경이 생경스럽다. 미국이란 나라가 큰고 웅장한 게 상징적인데 이 산도 또한 미국을 닮은 듯하다. 겨울에 내린 눈이 녹아내려 호수를 이루고 마른땅엔 듬성듬성 풀들이 모진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다람쥣과의 마멋(Marmot)이 이곳의 주인인양 땅굴을 파고 살아가는데 초식동물인 마멋은 굴을 파거나 바위틈에서 살면서 겨울잠을 자면서 혹독한 겨울 추위를 넘기며 살아가고 위험이 닥치면 큰 휘파람 소리로 친구에게 신호를 보내며 서로 도우며 살아간다고 한다. 늘 무리 중 한놈은 뒷다리를 딛고 몸을 세워 주변을 살피는 모습이 마치 초병같이 보인다.
앞을 가로막고 있는 내일 넘을 JMT에서 가장 높은 포레스트 패스 4,010m
걷어 가는 길의 앞은 내일 넘게 될 JMT에서 가장 높은 패스엔 포레스트 패스가 떡하니 앞을 가로막고 있는데 그 바로 앞에 까마득한 언덕을 올라서면 오늘 캠프장이 자리 잡고 있다. 빤히 보이는 곳이지만 3,500m를 넘긴 고산에서는 어깨를 짓누르는 배낭 무게로 몸은 물 먹은 솜처럼 무겁기만 하다. 한걸음 한걸음 한 땀 한 땀 오르면서 인내심이 극에 달할 때쯤이면 도착하게 된다. 포레스트 캠핑장에 도착하니 오후 5시 45분이다. 먼저 와서 탠트를 쳐놓은 분이 있다. 생각을 더듬어 보니 3일 전 기요크릭 사이트에 늦게 도착해서 저녁식사 준비할 때 시끄럽다고 조용해 달라고 말씀하신 할아버지시다. 올해 몇 살이냐고 물어 64살이라 하니 67세라고 하면서 아직 한창때 란다. 그는 샌프란시스코에 왔다고 했으며 3번째 JMT를 걷고 있다는데 경륜에 나오는 연륜이 느껴진다.
해가 긴 여름이라 아직 일몰시간까지는 여유가 있다. 3,810m 고산에서는 행동은 천천히 해야 한다. 1.5배속 비디오 속의 인물 같이 천천히 움직여야 한다. 탠트를 친다고 돌을 옮기려고 일어났다 앉았다 해도 숨이 가빠 온다. 확실히 3,800m의 높이는 고소를 느끼게 되는 높이이다. 휘트니 정상 4,418m를 다녀와도 고소가 버겁게 느껴진다.
3,800m로 고소가 느껴지는 포레스트 캠핑장
대원중 한분은 고소와 피로가 겹쳐 저녁 식사도 먹지 못하고 쉬겠다고 한다. 내일은 JMT고개 중 가장 높은 포레스트 패스 4,010m를 넘어야 한다. 누룽지를 끓여주니 조금 먹는데 내일이 염려스럽다. 고산증은 정신력으로 극복되는 것이 아니라 몸이 고소에 적응해야 한다. 약간의 두통이 느껴지는 포레스트 캠핑장이다.
장기간 함께하는 트레일에서 여러 종류의 군상들을 만나지만 JMT란 한 가지 목표만 같지 다른 것은 많이들 다르다. 이런 한 달간 장기 트레킹을 오시는 분들의 면면이 개성이 강한 분들이다. 나이가 들면 아랫사람을 가르치려고 하지 말아야 하는데 그게 힘든다. 40대 초반의 여성분은 피부를 태우려고 트레일 첫날부터 나시에 짧은 바지를 입고 걷기에
'여기는 고산이라 자외선이 너무 강해 화상을 입어요.'
'선배님 남이야 어떻게 하든 간섭하지 마이소.' 하더니 2일 만에 1도 화상을 입어 피부가 쓰리다고 긴팔에 기나지를 입었고 그 후 나시에 짧은 바지는 입지 않았다. 말 한마디에 날 선 말로 대꾸를 하니 말하기가 조심스럽다.
좋은 풍경을 대할 때는 좋은 사람과 함께 하는 것도 중요함을 느끼고 그렇지 않으면 혼자 남 신경 쓰지 않고 묵묵히 홀로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란 생각이 든다. 수억이 사는 지구촌이지만 결국 혼자 걷는 길이다. 밤에는 고도가 높은 만큼 하늘의 별이 많이 가까워 더 많은 별을 볼 수는 있지만 초겨울의 쌀쌀한 밤 기온은 몸을 움츠려 들게 한다.
세상의 이치는 좋은 것만 골라서 주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은 불행은 없고 늘 행복하기 만을 바라는 이기적인 마음은 음지는 없고 양지만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다. 불가능한 것을 찾는 어리석음을 반복하지 말고 주어지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참 나를 찾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