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 오른 미국 본토 최고봉 휘트니

바위산 휘트니

by 산달림

오늘부터 본격적인 JMT트레일이 시작되는 날이다. 요세미티 계곡 해피 아일스에서 휘트니까지를 존 뮤어 트레일이라 부른다. 지금까지는 서비스 구간으로 퍼밋 받기가 힘들어 선호하지 않는 길을 돌아온 것이다. 어제 잔디 위에 탠트를 쳤는데 아침까지 숲 속으로 옮겨주기로 약속을 했기에 일어나자 말자 탠트를 숲 속으로 옮기고 아침식사는 누룽지를 끓여 먹고 7시 30분에 출발이다. 통나무가 설치된 개울을 건너 삼거리에서 휘트니는 오른쪽으로 오른다. 삼거리에는 플라스틱 박스가 있는데 대변 통이다. 이곳 3,000m 이상에는 배변 금지구역으로 배변 봉투를 지참해 사용하고 가지고 내려와야 한다. 그게 자연을 보호하는 이곳의 원칙이다.

휘트니 오르는 길에 만난 팀버라인 호수

세콰이어 숲을 지나 초원지대인 팀버라인 호수에서 1차 휴식이다. 여기서 식수를 보충하고 오늘은 휘트니를 오르고 다시 내려오는 일정이라 가볍게 배낭에 점심 행동식과 간식 그리고 바람막이 옷과 우의를 준비를 했다. 아침에 초원은 청량감을 더하고 고도를 높일수록 꽃잎은 작고 색은 선명함이 더 뚜렷하다.


그리 큰 오름이 없이 두 번째 호수는 기타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기타호수에 도착했다. 이 호수 주변에 캠핑을 많이 하는 곳인데 벌써 다들 올라가고 탠트는 두어동만 남았다. 같이 걷던 미국인 부부도 여기서 쉬면서 발을 식힌다. 발바닥이 뜨거울 때 식혀 주지 않으면 물집이 잡히기 쉬운데 쉴 때마다 양발을 벗고 발을 식혀주고 물기를 깨끗이 닦아 주면 물집 예방에는 많은 도움이 된다.


배변 봉투 보관함(좌) 고도를 높이면 기압이 낮아 부풀어 오른 과자(중앙) 고산의 척박한 땅에 사는 식물(우)

이 호수를 지나면 본격적인 오름이 시작되는데 지그재그 길인 스위치백이 시작되면서 고도를 높여 간다. 오른쪽으로 돌로만 이루어진 히치콕 산(4,020m)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고 그 아래는 큼직한 호수가 2개가 있다. 뒤돌아 보면 푸르름은 온데간데없고 오직 돌들만 가득하다. 휘트니와 휘트니 포탈 그리고 기타 호수로 이어지는 삼거리에서 대부분의 트레커들은 트레일 크레스트에 배낭을 내려놓고 정상인 휘트니를 가볍게 다녀온다.

이곳에 배낭을 내려 놓고 휘트니를 다녀 온다.

많은 트레커들은 휘트니를 오를 때는 새벽같이 오르는데 일찍 오르면 일출을 볼 수 있고 날씨 변화가 심한 휘트니는 오후에 비가 오는 경우가 많아 일찍 서둘러야 하는데 너무 늦게 느긋하게 출발한 것 같다. 대부분의 트레커들이 내려오는데 올랐다. 휘트니를 오를 때는 새벽같이 올라야 기타 호수에 반영되는 히치콕 산도 찍을 수 있고 오후엔 자주 천둥 번개가 치고 비가 내리는데 오전은 비교적 맑아 주변 전망을 멀리까지 볼 수 있다.

기타 같이 생겼다 하며 붙여진 기타호수

오름길에서 아침에 일찍 휘트니를 다녀오는 한국인 교포 2세를 만났다. 자칭 김수로왕의 후손이라고 자랑하는 젊은이인데 한국어를 잘 배워 잘 알아 듣는다. 같은 동포라고 기념사진을 남기고 올랐다. 삼거리인 트레일 크레스트에 오르니 모하비 사막 끝인 휘트니 포탈이 멀리 보이고 주변 풍경은 사막 그 자체다. 며칠 전에 저곳에서 퍼밋을 받았던 곳이다. 이곳에는 다람쥣과에 속하는 마멋이 살고 있는데 먹이를 달라고 주변을 맴돈다.


이곳은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면 그것도 벌금이다. 야생동물은 스스로 먹이를 구해 먹어야지 먹이를 주면 야생의 기능을 잃게 되어 적응해 살기가 힘든다. 그들에게 작은 도움은 결국 야생동물을 사랑하는 게 아니고 스스로 먹이 구하기 본능을 잃어버리게 되고 먹이를 주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는 결과를 초래한다.

쥐목 다림 쥐과에 속하는 마멋은 날카로운 이빨로 배낭도 갈아먹으니 배낭 보관 시 주의

다리 쉼을 하고 휘트니 정상을 향해 오르는 길에 어제 만났던 레인저를 여기서 다시 만났다. 그는 '곧 비가 올 것 같으니 서둘러 다녀 오라.'라고 한다. 하늘을 보니 먹구름이 몰려들고 있다. 비가 온다고 여기까지 와서 정상을 오르지 않고 내려갈 수 없으니 서둘러 걸었다. 4,000m를 넘어서니 숨이 차는데 그래도 5,000m 이상을 다녀온 경험이 있어 그리 힘들지 않고 걸을 수 있었다. 내려오는 분들이 한결 같이 "Be Careful"이라고 말해 준다. 비가 올 것 같으니 바위가 미끄러우니 조심하란 배려다.

휘트니 쪽을 담당하는 국립공원 레인저 그의 숙소는 크렙트리에 있다.

빗방울이 떨어지고 멀리서 천둥 번개가 친다. 휘트니 지역은 오후에 비가 자주 내리는 지역이라고 한다. 비도 내리니 서둘러 정상을 올라야 했다. 호흡이 그리 가쁘지 않아 서둘러 걸음을 재촉했다. 멀리 작은 대피소 같은 집이 보인다. 사진에서 보았던 그 집이다. 이제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았다. 비가 우박으로 바뀌어 퍼붓는다.


작은 오두막 뒤로는 휘트니 정상에는 아무런 표지석이 없다. 나무판자에 휘트니 14,494ft란 표지판만 있다. 그 표지판을 들고 정상에 오름을 기념하는 사진을 찍었다. 오두막 앞에는 방명록에는 이곳을 다녀 간 사람들이 남긴 글들이 있다. 비와 우박이 내리는 날씨라 주변 전망을 볼 수 없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무사히 미국 본토 최고봉인 휘트니에 올랐다는 게 자랑스럽다.

비가 내리는데 반대편 바위틈으로 바위꾼 2명이 기어 올라온다. 그쪽 방향은 암벽등반으로만 올라올 수 있는 곳이다. 20대 젊은이들인데 수줍음이 많다. 사진을 부탁해 찍어 주고 함께 기념사진도 찍었다. 이런 빗속에 오른 그들이 대단하다. 그 후 몇 명이 더 올라왔지만 이날 휘트니에 후미로 올랐다. 좀 더 일찍 출발했다면 더 멋진 조망을 즐길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오두막 집앞에 있는 방명록(좌)와 버개가 치면 위험하다는 안내판(우)

산의 내리막길은 숨이 차지 않으니 쉽게 내려올 수 있는데 삼거리인 트레일 크레스트(Trail Crest)까지는 바윗길이라 그리 빨리 내려올 수는 없다. 많은 JMT를 하는 트레커는 요세미티에서 시작해 휘트니를 오르고 휘트니 포탈로 내려가면서 JMT를 마무리하는 남진코스를 즐겨 걷는다. 반대인 북진코스는 이곳 휘트니에서 JMT가 시작되고 요세미티까지 걷는 길이다. 이제 본격적인 존 뮤어 트레일(JMT)의 시작인 셈이다.


하산길은 힘들게 올라왔던 스위치 백인 지그재그 길을 반대로 내려가니 편하다. 멀리 아래로 기타 호수가 여기서 보니 기타같이 생긴 게 뚜렷하다. 미국이나 우리나 사물에 이름을 붙일 때 그 모양을 보고 붙이는 건 똑같은 것 같다. 스위치 백 구간을 내려오는데 빗물에 허물어진 길을 보수하는 공원관리팀을 만났는데 아가씨도 있다. 똑같은 작업복에 삽질도 하고 석축 쌓는 모습에 권리에서 남녀평등이 아니라 일에서도 남녀 구분 없이 같은 일을 하고 있어 잠시 쉬면서 지켜보았다. 이런 게 진정한 남녀평등이 아닐까. 권리만 주장하고 막상 일을 할 때면 그런 힘을 쓰는 일은 남자가 하는 일이야 하는 건 왜곡된 남녀평등인 것 같다.

병풍을 두른듯한 히치 콕 산과 히치콕 호수는 4,020m의 높이에 있다.

기타 호수에 내려오니 한 무리의 동양인들이 모여서 이른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호기심에 가까이 다가가 보니 커다란 솥에 국을 끓였고 밥 솥도 큼지막하다. 8명으로 그분들은 LA에서 온 한인들이었다. 메뉴는 한국인답게 쌀밥에다 국을 끓였고 찌게에 밑반찬이 가득하다. 미국에 사시는 한국분은 빵으로 식사를 하지 않나요 했더니 한국과 똑 같이 먹고 산단다. 사당동에서 왔다는 부부도 계셨고 모두 지인들로 내일 휘트니를 오른다고 한다.

높이가 4,418m로 고소가 걱정이 된다고 어지럽지 않았는지 물으셨다. 그분들은 존 뮤어 트레일에 대해 궁금해하며 경비와 기간에 대해 물어 1달 여정에 비용이 만만치다고 하니 혀들 내 두르신다. 직접 퍼밋을 받고 추진을 하면 절반 정도에 가능할 거라고 했다. 기타 호수 아래에는 어제 만났던 재미 베트남 청소년들이 탠트를 치고 쉬고 있다가 반갑다고 손을 흔들어 준다. 팀버라인 호수를 지나 크렙트리로 돌아오는데 욍복 11시간 30분이 걸렸다. 고도가 높았고 걷는 거리가 길어 힘든 하루였다.

이번 트레일중 가장 높은 고도인 휘트니 4,418m를 다녀왔다. 고소를 걱정하진 했지만 몇 년 전에 쿰부히말의 칼라파타르를 올랐고 고쿄리를 올랐던 게 아직도 몸이 기억을 하고 있는지 고소 적응을 잘해 별 무리 없이 잘 다녀왔다. 이제 예고편에 불과하고 내일부터 본격적인 JMT 트레일이 시작된다. 기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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